아쉬운 패배는 잊어라, 남은건 승리뿐
아쉬운 패배는 잊어라, 남은건 승리뿐
  • 김민준 기자
  • 승인 2017.09.20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 이상 연세대가 고려대를 얕보지 못하게 경기를 압도하겠다.” 고려대 럭비부 주장 최임욱(사범대 체교14, Lock)은 단호하고 비장했다. 지난 2번의 고연전 패배에 대한 설욕의 순간이 다가왔다.

  전국춘계럭비리그(춘계리그) 우승과 대통령기 전국종별럭비선수권대회(대통령기) 우승. 이미 시즌 2연패를 달성한 고려대의 기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올해 초 부임한 럭비부 이광문(체육교육과 02학번) 감독이 추구하는 ‘시스템 럭비’가 안착하면서 팀플레이가 강화됐고 공수 전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고려대의 승리를 단언할 수는 없다며 양 팀의 백중세를 예상했다. 승자에게 ‘이겼다’가 아닌 ‘강했다’고 표현하는 럭비. 양 팀 중 더 ‘강한’ 팀은 어딜까.

 

1:1의 상황, 마지막에 웃는 팀은
  
올해 고려대와 연세대는 서로에게 1승 1패를 기록했다. 기록상 비등한 실력을 갖췄지만 최근 고려대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번 시즌 마지막 경기인 정기전이 두 팀의 우열을 가를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양 팀의 경기는 곧장 대회 우승팀을 가리는 결승전이 되곤 했다. 올 시즌 두 번 만난 고려대와 연세대는 서로를 20:15와 12:20으로 꺾으며 각 대회의 챔피언이 됐다. 서로 대학 리그를 양분했지만 최근 흐름은 고려대가 우세한 편이다. 이번 시즌 고려대는 연세대에게 기록한 1패를 제외하곤 모든 공식 경기에서 승리했다. 마지막 공식 경기였던 대통령기 결승전에선 대학 럭비 다크호스인 경희대에게 36점차로 대승을 거뒀다. 이탈자 없이 모든 선수가 정기전에 참여하게 돼 선수단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이번 정기전을 앞두고 주장 최임욱과 김창대(사범대 체교17, C.T.B) 등의 부상자들이 대거 복귀해 팀의 사기가 한껏 올랐다.

  반면, 연세대는 고려대가 대통령기 우승을 차지하는 동안 경희대에 19:36으로 충격패를 당했다. 연세대의 기세가 주춤하긴 했어도 경계를 늦출 순 없다. 올해 연세대는 일본 대학팀과 지속적인 연습 게임을 통해 실전 감각을 익혀왔다. 아시아럭비연맹 최재섭 이사는 “연세대는 일본 대학팀들과의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넓혀왔다”며 “이번 정기 고연전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스템 럭비’ 승리의 초석 될까
  
이번 정기전에서 고려대는 완성에 가까운 시스템(System) 럭비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스템 럭비란 사전에 계획한 팀플레이에 따라 경기를 풀어나가는 전술이다. 어느 선수가 공격을 맡고 다음 플레이를 할지 정해져 있어 무엇보다 팀 조직력이 중요하다. 올해 초 고려대의 지휘봉을 잡은 이광문 감독이 일본 탑리그에서의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시스템 럭비를 도입했다.

  고려대는 시스템 럭비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여름방학 동안 일본 탑리그의 실업팀 토시바와의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시스템 럭비의 기초를 다지고 선수들의 기본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광문 감독은 “실업팀과의 합숙을 통해 시스템 럭비를 완벽히 구축하려 했다”며 “럭비의 핵심이 되는 기초 훈련부터 충실히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고려대의 시스템 럭비에 맞서 선수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갈 전망이다. 고려대가 유일하게 패배를 기록했던 서울시장기대회에서도 연세대는 백종은(연세대17, F.B)의 순도 높은 킥을 앞세워 우승을 차지했다. 이에 맞서 고려대는 시스템 럭비 전술을 기반으로 연세대의 장점을 무력화할 계획이다. 이광문 감독은 “연세대의 플레이를 분석해 맞춤형 팀 전술을 구상했다”며 “연세대의 킥에 대응해 팀플레이 역습으로 맞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교의 감독 간 경쟁도 치열하다. 고려대가 이광문 감독이라는 젊은 피를 수혈했다면, 연세대는 김도현 감독의 노련함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도현 감독은 2005년 부임해 이미 12번의 정기전을 경험했다. 베테랑 감독인 만큼 선수단의 심리 등 경기 외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데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재섭 이사는 “이광문 감독이 부임한 첫해인 만큼 두 감독의 맞대결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며 “이 감독이 고려대에 본인의 컬러를 충분히 녹여냈는지 여부가 정기 고연전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픔의 고리, 이제는 끊을 때
  
고려대는 작년까지 정기전 2연패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박빙이었다. 아쉬운 패배에도 불구하고 3점 이내의 점수 차를 기록하며 비등한 경기를 펼쳤다. 특히 작년에는 경기 종료 5분 전 트라이(Try)를 성공해 5점을 획득했지만, 트라이 성공으로 주어지는 컨버젼 킥을 실패하며 추가 2점을 획득하지 못하고 최종 1점 차로 졌다. 이에 이광문 감독은 “3번의 패배는 없다”며 “철저히 계산된 사이드 플레이로 승기를 잡겠다”고 말했다.

  정기 고연전에서는 언제나 이변이 있었다. 일례로 2015년 고려대는 3차례의 비정기 고연전에서 모두 승리했지만, 정기전에선 연세대의 스피드를 이기지 못해 역전패당해야 했다. 이번 2017년 정기 고연전도 백중세가 될 전망이다. 팀 조직력이 강한 고려대와 개인 기량이 뛰어난 연세대의 싸움인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고려대가 연세대를 저지하기 위해선 연세대의 스피드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빠른 스피드와 백스 공격을 위주로 플레이를 전개한다. 이에 최재섭 이사는 “고려대는 김진혁(사범대 체교14, C.T.B)을 중심으로 연세대의 백스 공격을 무력화해야 한다”며 “포워드가 몸싸움을 벌이며 공격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고질적인 실수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주장 최임욱 선수는 “그간 고려대는 상대 인골라인(In-goal Line)에서의 집중력이 약해 득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집중력을 높여 경기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글│김민준 기자 ithink@
사진│고대신문DB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