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21일 인도적 대북 지원을 결정했다. 유니세프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현물을 지원하는 800만 달러(약 90억)의 규모다. 구체적인 지원 시기는 추후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대북 지원은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이며, 유엔인구기금(UNFPA)에 80만 달러를 지원한 2015년 12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결정에 대해 수긍보단 의문이 앞선다.

  과연 대북 지원을 결정하기에 지금이 시기적으로 맞는가? 북한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만 열 차례의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고, 지난 3일엔 6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는 물론 국제정세를 파국에 빠뜨렸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UN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totally destroy)”는 취지의 수위 높은 발언을 했다. 이런 국제 상황에서 대북 지원을 결정한 것은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여론도 싸늘하다. 리서치뷰가 17~18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북 지원 반대’가 61.5%에 달했다. 그에 반해 찬성은 33.2%였다. 잇따른 도발로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가 악화된 것이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대북 지원이라지만 ‘대북 지원’ 자체에 국민들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과거 햇볕정책으로 이미 크게 데인 바 있고, 대북 지원이 북한 국민에게 실질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지조차 의구(疑懼)하고 있다. 또한 어떤 명분에서라도 지금의 대북 지원은 강력한 대북 압박에 긴밀한 공조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에 한국이 발을 빼는 것처럼 비춰질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북 지원 결정은 북한의 끊임없는 위험 가운데 국민의 분열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19일 UN연설에서도 자신이 ‘촛불 대통령’임을 강조했다. 7월 탈원전 정책의 결정도 비전문가라는 비판에 부딪치면서 결국 시민배심원단에게 맡겼다. 국민 대통령이라면 북한의 위협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잠재울 방안부터 강구해야 하지 않을까. 국민 정서에 반하는 대북 지원이 아니라.

 

글 | 박윤상 문화부장 pri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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