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희영 기자 heezero@ , 그래픽|박주혜 기자 joohehe@

-학자소개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학을 기반으로 인구와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해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인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인구학회 총무이사와 2013년 부산에서 개최된 세계인구대회 국가조직위원을 지낸 국내 인구학의 권위자로, 올해 4월엔 경기도에서 전국 최초로 시행한 인구정책자문관에 임명되기도 했다. 최근 10년 후 한국과 생존전략에 대한 저서 <정해진 미래>를 집필하고, JTBC 시사방송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인구학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임용대란, 노동개혁, 연금개혁, 대학 구조조정. 최근 화두와 논쟁거리는 ‘인구’와 관련이 깊다. 감소하는 인구에 맞춰 교사와 대학의 수는 줄어들고, 세금을 낼 노동인구가 줄며 연금개혁 역시 필요한 실정이다. 사회적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정부는 장기적인 대책을 수립하는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조영태(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책의 실패는 정부가 인구변동을 간과했기 때문에 비롯된다”고 말했다. 인구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구절벽 위기에 마주한 한국, 사회를 인구로 설명하는 인구학의 중요도는 최근 더욱 커지고 있다.

 

- 인구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인구학은 출생부터 인구집단의 전반적인 활동을 연구합니다. 대표적으론 사람들의 이동과 사망 등을 다루죠. 특히 인구학에서는 개개인이 아닌 집합체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사회와 인구의 관계를 다루는 만큼 사람들이 연령대별로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어떤 지역에 분포하고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인구학은 사회학, 사회복지학, 경제학 등 다른 사회과학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사회복지를 예로 들면 과거 사회복지는 사회적 합의만 이룬다면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학을 이용해 복지제도만 체계화하면 됐죠. 세금을 내는 사람이 복지의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많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구가 일정하게 증가하고 감소했던 과거와 달리 연령대별로 인구가 일정하지 않고 젊은 인구, 즉 세금을 내는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연령집단의 특성을 연구하는 인구학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 한국 인구학계의 최근 이슈는 무엇인가요?

 “한국에 인구학이 처음 자리 잡기 시작한 시기는 출산율이 높았던 1990년대 이전이었습니다. 출산율을 낮추기 위한 가족계획의 일환으로 인구학이 사용됐죠. 하지만 90년대 후반부터 출생인구가 줄어들며 인구학의 필요성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0년부터는 출산보다는 특정 집합체의 사망에 더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역에 따른 인구집단의 건강 불평등이 심각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예로, 권역별 건강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어떤 지역 사람들이 가장 건강할까요? 서초구에 사는 사람이 강남구보다 더 오래 산다면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사결과 지역주민과의 관계 등 사회적 환경이 서초구가 강남구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이를 통해 이웃 간 유대관계가 더 우호적인 공동체일수록 더 건강하다는 이론을 검증할 수 있었죠. 이처럼 인구학에서는 지역에 따른, 출생연도에 따른 인구집단의 차이와 특징 등을 연구합니다.”

 

- 인구와 경제, 사회, 정치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요?

 “인구학에는 인구가 적어야 경제 발전이 가능하다는 입장과 인구가 많아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전자는 인구론을 집필한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로부터 영향을 받았습니다. 맬서스에게 사람들은 자원을 사용하는 존재였습니다. 여기서 자원은 자연 자원이고, 이는 분명한 양적 한계가 있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본 것이죠. 그 관점을 받아들여 과거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도상국에서는 인구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반면 후자는 사람이 자원을 창출하는 존재라고 여깁니다. 교육수준이 높은 인구가 많아진다면 그 나라는 내수 기반으로 경제가 발전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60년대생 중에선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30%, 70년대생 중에선 40%였습니다. 이들이 기반이 돼 과거의 경제성장을 이끈 것이죠. 정리하자면 후자의 입장에서는 개인이 어렸을 때는 경제발전의 저해요소겠지만 이들이 성장하며 생산을 하고 노동당 생산성이 커져 경제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합니다.

 인구는 경제 외에도 사회 분위기나 정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저는 일베가 남녀 성비 불균형을 특징으로 가진 한국의 인구구조 때문에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에 대한 혐오나 무시는 그 나라의 성비가 남자가 더 많을 때 주로 생기는 현상입니다. 한국의 경우 남녀성비가 1.3:1로 남자의 비율이 더 높죠. 이로 인해 사회가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를 띠고 있습니다. 연령대의 비율에 따라 정치의 모습이 변하기도 합니다. 고령자의 비중이 커지면 정치인들은 고령자의 성향에 따라 보수 중심의 정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베가 재선에 성공한 건 그런 상황에서 국수주의적인 발언과 정책을 수립한 요인이 크죠.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당이 보수화되고 복지 정책도 보수정당, 진보정당 할 것 없이 노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죠. 보수정당은 젊은 세대가 일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보수화된 중장년 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노인복지를 내세우고 오히려 진보정당에서 보수정당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 청년 복지를 주장합니다. 이념에 따라 내세워야 하는 정책이 거꾸로 된 상황이죠.”

 

- 한국 인구구조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요?

 “두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한 가지는 저출산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집중화 현상입니다. 이 둘은 서로 연관돼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가 서울에 오면서 집값이 비싸 결혼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출산율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교원 충원율만 봐도 서울 집중화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지방에서는 교사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물론 젊은 세대가 서울에만 집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서울에서 젊은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지방은 낙후돼 기본적인 인프라도, 일자리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문제 해결을 위해선 지방을 활성화시키려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정부는 지방의 농촌인구를 늘리려는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죠. 정부와 지자체는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정치인들은 이에 관해 관심이 없습니다. 이처럼 저출산과 서울 집중화 현상이 맞물려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 최근 임용대란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025년에는 7만 명의 초·중·고 교사가 잉여인력이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사실 이는 정해져 있던 일이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난 이후 3년이 지나면 어린이집을 가고, 7년이 지나면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출생아 수와 7년 뒤 교사의 비율을 예측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죠. 정부와 행정 관료들의 정책은 당장 OECD 국가들의 교사 1인당 가르치는 학생 수에 비해 우리나라가 높은지, 낮은지만 고려합니다. 만약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 수치가 높으면 급하게 교원을 늘립니다. 당시엔 보기 좋을 수 있지만, 그 다음 세대는 피해를 보게 되죠. 교대와 사범대의 정원을 급격히 늘리면 안 됐습니다. 지금 상황에서 교대, 사범대의 정원을 줄이면 교수들도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희생해야 할 집단을 선택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려는 정부의 현 대처는 적어도 10년 전에 실행됐어야 하죠. 현 정부의 공무원 일자리 80만개 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4년 동안 80만 명을 뽑는다면 이후 10년간 새로운 공무원이 필요하지 않게 됩니다. 공무원 일자리를 80만개로 늘리면 미래 세대는 또다시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 의사, 변호사 등 현재 인기 있는 직업의 전망은 어떤가요?

 “노동시장은 들어오는 사람이 있으려면 나가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일반 회사원과  공무원은 정년이란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하지만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은 뚜렷한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현재 노동인구가 가장 많은 연령대는 40대 중반부터 50대 중반까지입니다. 당연히 이 연령대에 전문직도 가장 많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이 10년 뒤에 은퇴할까요? 당연히 은퇴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층은 기존에 있던 사람들과 경쟁해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선망하는 전문직의 직업적 전성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 미래의 유망 직업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일단 농업 관련된 직종이 유망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단순 농사가 아닌 과학기술과 접목한 농수산업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업 기계, 비료 등의 분야가 대표적이죠. 저는 제 경험을 토대로 딸에게 농업고등학교를 권유했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사회학을 공부했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이 인구학 전공이셔서 저도 인구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죠. 그때만 해도 주변에서 한국에 돌아오면 취업자리가 없을 거라고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서울대에서 인구학자를 필요로 했고 한국에서 인구학을 공부한 사람은 드물었기에 쉽게 교수가 될 수 있었습니다. 과거의 인구학자처럼 미래에는 농업 전문가가 희소한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농촌인구 비율은 15%로 다른 나라에 비해 굉장히 낮습니다. 남들이 다 하는 일은 성공하기 힘듭니다. 농업 분야는 희소성도 있고 전문성도 비교적 쉽게 겸비할 수 있습니다. 정부부처와 농협은 농업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고등학교의 교육수준을 높이고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 이러한 노력과 지원은 점점 더 늘어날 것입니다.”

 

- 인구학적 관점으로 청년 취업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첫 번째로 교육개혁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교육개혁은 공교육의 정상화입니다. 학생이 40명일 때와 20명일 때의 교육 방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공교육을 통해 교사들이 학생들의 진로와 흥미를 찾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청년들의 취업 문제는 학생들이 뚜렷한 목적을 갖지 않은 채 대학에 진학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선 교사들의 교육방식 변화와 더불어 대입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18세 혹은 20대 초반의 학생들만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경험이 풍부한 나이 많은 수험생도 선발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재 대학들의 운영비용 60%는 등록금입니다. 하지만 2002년생이 대학에 갈 때면 대학 운영비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44%밖에 되지 않게 됩니다. 대부분 사립대학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죠. 먼저 취업, 자기계발 등의 경험을 쌓고 이후 대학에 진학하는 방식의 확산은 대학에서 줄어드는 등록금을 보완할 방안도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청년들의 해외 취업을 돕는 것입니다. 일본처럼 한국도 원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지역적 특성과 우리나라의 산업을 연계시켜 청년들에게 해외 취업의 길을 열어줘야 합니다. 기업 역시 일과 가정이 양립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도 국가와 같이 인구 변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항상 목표를 정할 때 10년 뒤, 그 미래에는 어떨 것인지 인구를 통해 예측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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