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의 창간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우리의 자긍심인 고대신문은 지난 70년간 자유·정의·진리의 고대정신을 구현해오며, 모든 고대생이 민족과 역사 앞에 당당히 서고자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 되어주었습니다.

  또한 지금의 고려대학교가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의 압제를 이겨낸 민족의 대학에서,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기까지, 고대신문은 이 광영(光榮)의 역사를 증언하면서 대학이 지성의 전당이 되도록, 교수가 학문의 수호자가 되도록, 학생이 지성의 탐구자가 되도록 격려해 왔습니다.

  70년간 고대신문을 통하여 인간의 ‘자유’를 실현하고, 사회속의 ‘정의’를 숙고하고, 학문연구에서 ‘진리’의 공론의 장을 만들어 준 역대 주간교수님과 학생기자들, 그리고 직원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 펼쳐 든 이 신문 속에는 인류가 제4차 산업혁명에 이르기까지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구전으로만 이뤄지던 새로운 정보들이 문자로 기록되고 인쇄술이 발명되며 빠르고 넓게 확산되었습니다. 신문은 산업혁명의 가장 선두에서 책과 함께 인류의 지적 성장과 교류에 큰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살아있는 신문이란 그 시대의 하이테크를 통해 보다 더 빠른 소식, 정확한 통찰력, 새로운 미래를 독자(讀者)들에게 보여주고 소통하는 매체입니다.

  고대신문이 지난 70년간 고대인은 물론 이 사회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아 온 까닭은 바로 자유와 반항의 표상인 대학의 정신과 함께 시대를 꿰뚫은 통찰력과 비판정신, 그리고 ‘눌린 자를 쳐들고 굽은 것을 펴’ 온 고대정신을 온전히 활자 하나하나로 보여준 것에 있습니다. 1952년 2월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고대신문을 속간하며 그 이유를 ‘패륜과 황폐와 허망’속에서도 ‘고도의 지성을 닦으며, 잃은 것을 다시 찾고, 깨진 것을 새로이 일으키는 역사적 사명’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한 사명감으로 고대신문은 고대와 우리 사회에 진실된 보도, 냉철한 판단, 그리고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였습니다. 혹독한 군사정권 시절에는 기성언론이 쓰지 못하는 사건들을 보도하여 학생들의 각성을 도왔고, 역사의 변곡점마다 고대인의 정의와 양심을 지면에 담아왔습니다. 우리는 고대신문을 통해 고려대 교수와 학생들의 지성사를 써 내려왔고, 대학생의 의식과 문화의 변천사를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고대신문은 고려대와 대학사회의 귀중한 역사적 보고(寶庫)이기에, 이를 통해 우리는 미래도 현명하게 설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고대신문은 더 이상 화려했던 ‘기억’에만 갇혀서는 안 될 것입니다. 고대신문의 최대의 어려움은 스스로에게 익숙한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캠퍼스의 일상은 언제나 반복적이고, 고대신문은 주(週)마다 발행하는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제 이런 일상성에서 벗어나 독자가 고대신문을 보고 진정한 대학인으로서 스스로를 반문하고 대학과 사회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촉매의 역할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대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의 명성으로만 그 자리에 안주하면 안 됩니다. 단순히 입시성적으로 줄을 세워 일류 대학에 들어왔다는 자만심에 빠져 현재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고려대학교는 겨레의 정성과 염원이 모여 교육으로 나라를 구하겠다는 교육구국의 정신으로 개교하여 항상 제일 선두에서 미래를 개척해 온 대학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1세기 고려대학교의 사명은 문명사적 대전환기에 낡은 교육 패러다임을 과감히 바꾸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데 있습니다. 3無정책, 프로그램장학금, 유연학기제, 인재발굴처, 파이빌(π-ville), CCL, SK미래관, KU-MAGIC,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융합연구원, 참살이클러스터, KU글로벌리더십프로그램, ENUC, 이 모든 것은 고려대학교가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미래를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작은 시도들입니다.

  이제 창간 70주년을 맞아 고대신문은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고대인들을 위해 정보의 올바른 안내자가 되어야 합니다. SNS 등으로 감성적으로 휩쓸리고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기 쉬운 미디어환경에서 종국의 진실을 향해 인내하는 중심추가 되어야 합니다. 고대신문은 미래를 향한 냉철한 판단과 더불어 사는 사회의 배려와 지성인으로서 품격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 고대신문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더 많은 토론과 고민, 객관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과 숙고를 통해 21세기 대학언론의 길을 제시해주길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그동안 고대신문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보여주신 교수, 학생, 직원, 교우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창간 70주년을 맞은 고대신문의 무궁한 발전과 건승을 고려대학교 모든 구성원과 함께 성원합니다.

 

글 | 염재호 고려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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