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창간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간 고대신문이 고대를 대표하는 자랑으로 우뚝 서기까지 헌신해 온 역대 주간교수님과 학생기자 그리고 신문사 관계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민족고대인의 언론답게 고대신문은 한국현대사의 고비마다 국내 최고 지성인으로서의 책무와 야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중단됐던 신문 간행을 1952년 2월 재개하면서 “패기만만하고 건실하였던 학풍을 다시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고, 1960년 3월 ‘낡은 사회에 신선한 피를 수혈하라’는 제하의 사설은 우리가 영원히 기억하는 4⋅18 의거를 이끌었습니다. 긴급조치로 인한 휴교 직전인 1975년 4월 8일 기사는 전날까지 있었던 고대생들의 시위를 담담하고 비장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교수님들과 선후배 학우들이 쓴 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강의였을 뿐 아니라 역사의 굴곡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었습니다.

  1947년 11월 3일, 일제에 맞선 학생들의 독립운동을 기리며 창간한 고대신문이 맞는 일흔 돌은 개인적으로 또 다른 의미가 되어 다가옵니다. 1971년 5대 1로 기억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수습기자가 된 ‘촌놈’ 정세균에게 고대신문은 세상을 바로 보는 창(窓)이자 청운의 꿈을 키워 준 모태였습니다. 유신시대 탄압과 저항의 팽팽한 대결 속에서 고대신문 기자로서의 무게를 온전히 감내하긴 쉽지 않았지만, 치열하게 써내려간 기사가 활자화된 지면을 손에 쥔 순간 느꼈던 전율은 아직도 새롭습니다. 기자생활을 통해 절제와 겸양, 당당한 자신감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체득할 수 있었고 이러한 경험은 삶의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공자는 나이 일흔을 가리켜 ‘마음 가는 대로 좇아가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고 표현했습니다. 고대신문이 70년의 세월 속에서 쌓아 올린 자유⋅정의⋅진리의 무게가 이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도전과 당면과제를 외면해서는 안 될 책무가 있습니다. 긴장 속의 한반도 정세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직면한 최악의 청년실업 등으로 우리 국민, 특히 청년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비관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의 앞에 정의를, 가난과 고통 앞에 나눔과 사랑의 손길을, 분열과 반목 앞에 통합과 연대의 깃발을 높이 올리는 우리 고대인이 있고, 그 목소리를 치열한 고민 끝에 차분하게 녹여내는 고대신문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미디어 환경 변화 등으로 고대신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사를 기록하는 엄정한 사관이라는 사명감으로 굶어도 풀을 먹지 않는 호랑이의 기상을 솔선하여 보여줄 것이라 믿습니다.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 온라인 공간도 대학사회의 공론장이 되어온 고대신문의 입지를 더욱 굳혀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고대신문 창간 70주년을 축하하며, 고대인을 비롯한 모든 청년들이 함께 아픔을 치유하고 호흡하며 그 본연의 야성을 발휘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당부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선도하고 세상을 향해 포효하는 고대신문이 되길 기원합니다.

 

글 | 정세균 국회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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