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신문 창간 7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대신문은 대학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우리 사회의 자유·정의·진리의 정신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 왔습니다. 민족사학 고려대학교의 정론지로서 70년간 묵묵히 걸어온 그 길에 함께한 선배님들, 후배님들, 교수님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학생운동을 하려고 대학교에 갔습니다. 청년기에 품었던 내 이상을 펼칠 곳으로 고려대학교라는 공간을 택했습니다. 청년학생 집단이 지성과 열정의 보루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학보는 학생과 시민들에게 늘 양심과 정의를 일깨우는 존재였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도 독립운동의 효시는 대학교의 청년들이었듯 우리 역사에서 더 좋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의 선봉에 늘 청년학생들이 있었고 고려대학교와 고대신문은 특히 더 열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고대신문의 역사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와 맞닿아 있습니다. 1947년 창간사에는 해방공간에서 느낀 민족과 국가의 미래에 대한 청년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고대신문은 무자비한 독재와 탄압에도 우리 시대의 양심과 정의를 지켜 왔습니다. 1960년, 1980년, 대한민국 역사의 굽이굽이마다 민주화 역사의 전환점마다 정의를 부르짖던 청년의 시대정신이 바로 고대신문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독재나 권위주의와의 싸움이 시들해지고부터 대학신문의 문제점이 많이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학보의 위기’라며 대학신문의 존재 가치 자체에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대학신문의 이러한 어려움은 청년문제를 비롯한 현실의 문제가 비전과 대안을 만들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에서 비롯되는 듯합니다. 반독재투쟁을 할 때처럼 안티테제만으로는 방향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오늘날의 대학사회이고 학보사입니다.

 

 요즘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거대한 양의 정보가 유통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시민사회에서 언론의 자기역할은 오히려 더 분명해졌습니다.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알리고,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는 바른 언론의 존재가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신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학내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진전시키기 위해, 대학과 대한민국의 문제를 푸는 다양한 시도와 대안을 알리기 위해 고대신문이 대학신문의 새로운 역할 영역을 잘 개척해주십시오. 대학신문의 새로운 길을 계속 실험하고 도전해주기를 부탁합니다. 고대신문, 긍지의 70년 역사를 품고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바랍니다.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고대신문 창간 70주년을 거듭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대신문을 함께 만들고 지켜준 우리 동문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대신문은 우리 고려대학교의 자부심입니다. 저는 고려대학교에서 같은 뜻을 가진 동지들과 함께했기에 어려운 순간에도, 힘든 순간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고대신문이 고뇌하는 청년에게 연대하는 힘을 깨닫게 해주고 힘을 주는 동지가 되어주기를 희망합니다.

 

 

 

 

 

글 ㅣ 안희정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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