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행, 마지막 열차

 

손톱달이 뜬 밤하늘에는 손금이 없어서

해가 지면 빗겨나가는 운명이 있다

오이도행, 스스로 고립되기 시작하는 열차

막차에 앉아 검은 창을 꾹꾹 눌렀다

플랫폼에 가득했던 사람들의 말소리가

빗물을 따라 각자의 행선지로 흩어진다

저마다 이국의 기차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

캄캄했던 마음에 고향의 지도를 그려 넣을 때마다

알 수 없는 말들이 손잡이를 흔들고 지나갔다

그들의 안식처가 되어버린 지하철 안

때때로 만국기 속에서 발견한 자신의 운명에

치를 떨며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낡은 수첩 속 낯설어진 가족들의 이름을

더듬더듬 읽어 내려가기도 했던

그 지하철 안에서는, 어떤 말도

모국어가 될 수 없었다

아무리 비틀어도 바뀌지 않던 방향

철길의 곡선을 운명선이라 믿던 사람들

저마다 사연을 품고 닳아버린 지문만이

떠나오던 밤의 시차를 기억 할 수 있었다

종착역에 다다르자 빗물처럼 쏟아져 내리는 사람들

자꾸만 말을 내뱉는다, 빗소리에

그 말들 씻겨 내려 갈 때마다

모두 다 이방인이 되고는 했다

 

글 | 조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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