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원 본교 교수·미디어문예창작 전공

 이번 고대신문 70주년 문예공모전 시 부문은 76명이 세 편 이상씩 응모하여 비교적 풍성한 경연장이 되었다. 작품 경향은 개인적인 심경 묘사에서 사회적인 관심에 이르기까지 넓게 분포되어 있다. 대학 시절 겪는 사랑과 이별의 감정, 인간관계의 고민, 미래에 대한 불안, 현실에 대한 불만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어 있다. 어느 시대나 젊은이의 감성은 과도하게 날카롭거나 우울한 편이지만, 예전에 비해 더욱 어둡게 침잠하는 분위기가 강해진 듯하다. 이런 무거운 에너지가 폐쇄적인 자기세계에 머물지 않고 치열한 사색을 통과하여 외부세계와 접촉할 때 진정 ‘젊은’ 시가 가능할 것이다.

 투고작들의 수준은, 일기나 수필에 가까운 문장을 적당히 끊어 놓은 정도에서 상당한 습작 기간을 거친 것으로 보이는 정도까지 다양하다. 시적 언어 수련의 공력이 느껴지는 네 명 정도의 투고작들을 비교하며 수상작을 정하느라 고민했다. 「태(胎)」 외 2편의 투고작은 감각적인 표현과 반어법의 구사가 뛰어나다. “고막이 찢어진 뒤로 귀가 예민해졌다/고요가 늘어났지만 그것을 평화라고 부를 수 없는 것처럼”, “그러니까 수국은 흰 빛으로 시작해 천 년마다 색을 바꾸고 검정으로 돌아가는 어둠이다” 등 매력적인 표현들이 많다. 시상의 전개가 다소 산만한 경향이 있어 발산보다 응축의 방식을 탐구해보면 좋겠다. 「바라밀경」 외 2편의 투고작은 풍자적인 기법이 돋보인다. 노숙자, 술, 태아 유기 등 우리 사회의 그늘진 면들을 날카로운 관찰과 쓰디쓴 웃음으로 드러내고 있다. 과감한 착상과 기발한 비유법이 흥미롭지만 간혹 거친 비약이나 어색한 표현이 눈에 띄기도 한다.

 「수면제」 외 2편의 투고작은 삶의 어둡고 무거운 장면들을 깊숙이 관조하는 섬세한 감성이 각별하다. “그러므로 이 알약의 표면은/얼마나 견고한 잠의 밀도를 닮아있는가/예정된 죽음에 도달한 눈빛처럼/굴광성이 없다”, “모든 것이 흘러넘치는 세계/여전히를 설명하려 들면/슬픔의 테두리가 점점 말라간다” 등 관념과 감각을 결합하는 솜씨가 뛰어나고 절제된 표현으로 삶의 페이소스를 그려낸다. 드물지만 모호하고 비약적인 구절들이 결락을 만들어내는 점을 주의하기 바란다.

 「오이도행, 마지막 열차」 외 2편의 투고작은 전쟁이나 폭격, 이방인의 삶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자칫 상황 묘사에 그치기 쉬운 제재를 다루면서도 풍부한 서정성을 품고 있어 상당한 내공을 보여준다. 진지한 관찰과 묵직한 사유를 끌고나가는 유장한 호흡도 독자적인 개성을 이루고 있다. 세 편 모두 고른 수준을 이루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현실과 보다 밀착해 있는 「오이도행, 마지막 열차」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을 축하하고, 앞으로 좋은 시인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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