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현규(우석대 문창과11)

 언제부터인가 아프지 않았다. 소설이 잘 안 될 때도, 잘 읽히지 않을 때도 힘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지치질 않았다. 정말 쓰고 싶었지만 잘 안 될 때마다 뭔가를 질책해야만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러질 않았다. 아파서 더욱 아팠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버려서 정말 둔감해진 거였을까. 아니면 목적을 빼앗기거나 나를 내팽개쳐버렸던 걸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힘들지 않았던 시절을 그리워하면서도 원망하고 있다. 마음은 뭔가를 끊임없이 갈구하듯 집요하게 나를 괴롭혔다. 나를 원망하면서도 더는 채울 수 없을 것만 같은 우물의 바닥을 내려다보듯 나 자신을 돌이켰다.

 분명 해야만 했다. 할 이유를 찾지 않고도 해야만 했다. 그래서 했다. 그냥 했다. 원치 않을 때도, 원할 때도 그냥 무조건 했다. 떠올렸고, 상상했고, 기대했고, 낙심했다. 아프고 지칠 때까지. 외로워져서 외로움이 친구가 될 때까지. 뭔가를 한다는 행위 자체에 기댈 수 있을 때까지. 얻을 수 있을지, 비워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는데 모르기 때문에 했다.

 내가 돌아본 내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말을 했다. 대답을 들었다. 원치 않는 대답을. 정확했지만 애매하게 듣고 싶었다. 질문하고 싶었고, 주구장창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참았고, 그때부터 다시 아팠다. 결말 없는 이야기를 붙들고 씨름하면서 조금이라도 더 버둥거리고 싶었다. 넘어뜨리지도, 넘어지지도 않고 싶었다.

 글을 쓸 때 얻는 힘은 대부분 불분명하다. 그래서 좋다. 명확하지 않아서 언제나 새로 겪어낼 수 있으니까. 오랫동안 아프고 싶다. 소설이 아팠으면 좋겠다. 너무 아파서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다. 탓하고, 노려보더라도 항상 마주하고 싶다.

 항상 내게 희망이 되어 주는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 언제나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늘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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