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성(고려대 인문대 국문14)

 내 영혼을 달래기 위해 글을 쓴다는, 괴이쩍은 명분을 가지고 오늘도 펜을 움켜쥐고 있다. 이 말이 허울 좋은 변명일지 문신이 되어 새겨질지 지금의 나는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묵묵히 쓰는 것뿐이다. 사상이니 대중성이니 하는 복잡한 건 제쳐두고 마음 가는대로 ‘그냥’ 써오기를 반복했다. 그러다보니 때론 한 문장을 채 쓰지 못하는 날도 많았다. 재능이 없다는 생각에 탄식하며 잠들다가도, 날이 밝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노트를 펼쳐 신나게 글을 썼다. 매번 되풀이 되는 패턴에 나는 인정했다. 내가 글을 쓰는 건 톰이 제리를 잡으려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의무보다 무겁고 본능보단 가벼운 미묘함이, 글에 대한 나의 감정이었다. 이 진저리나는 반복 끝에 찾아온 당선 메일을 봤을 땐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오랫동안 굳어온 상처딱지가 후두둑 부서져 가을바람에 쓸려간 그 상쾌함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글은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사람에게서 감정을 알고 글을 배웠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소설 속에 다 넣은 만큼 이 지면은 감사로 채우고 싶다. 가장 먼저 부족한 제 글을 봐주신 심사위원 교수님과 이 자리를 마련해준 고대신문사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 상을 기회로 저는 또 한 번 도약할 것입니다. 언제나 학과를 위해 힘쓰시고 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주시는 한국학전공 교수님들, 그리고 이 소설을 쓰는데 많은 도움을 주신 이문성 교수님. 두 손 모아 감사드립니다.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가 글로벌비즈니스대학 한국학전공으로 바뀌어도 글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꺾이지 않고 유쾌하게 글 쓰는 소모임 <랑> 여러분.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 국어국문학과는 이어질 것입니다. 주인공 허오성의 모델이 되어준 내 친구 장현우, 열심히 글 쓰고 있는 이승수, 배문재, 최자연, 고맙다.

 끝으로 14학번을 마지막으로 폐과된, 아픈 새내기가 되어야 했던 서일대학교 문예창작과 14학번 친구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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