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학 언론, 어디로 가야 하나
위기의 대학 언론, 어디로 가야 하나
  • 김민준 기자
  • 승인 2017.11.06 2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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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학내 언론을 진단하다
▲ 학보사들은 여전히 지면 중심의 보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거세다.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고대신문이란 게 있는지조차 몰랐다.” “굳이 고대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을 필요가 없다.”

지난 7월 10일 본지는 학내 구성원 246명을 대상으로 <고대신문 인식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자들은 본지가 ‘읽히지 않는 신문’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재확인해야 했다.

학생들의 무관심은 비단 본지만의 얘기가 아니다. 각 대학 언론사들은 독자 감소, 인력난 등의 문제로 편집국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과거 민주화 시기 대학 문화를 선도했던 학내 언론들. 하지만 학보와 학내 방송 관계자들은 현재를 ‘대학언론 위기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학내 언론사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학내 언론사
최근 학생들의 관심이 ‘학내 이슈’에서 멀어지며 자연스레 ‘학내 언론’에 대한 관심도 줄고 있다. 학내 언론사들 중에선 수습기자 지원자 수가 줄어 편집국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경희대 학보사 대학주보(국장=이수형)도 지난 3년 사이 지원자가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번 학기에는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합쳐 7명의 학생이 수습기자로 지원했지만 격주로 신문을 발행하기에 충분치 않은 인력이다. 대학주보 이수형 편집국장은 “지원자 한 명에 일희일비하는 상황이어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일단 뽑고 보자’ 식의 선발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인원을 확보해도 업무를 버티지 못하고 수습기자들이 중도 이탈해 문제가 되곤 한다. 한성대 학보사 한성대신문(국장=이주형)에게 수습기자 중도 이탈 문제는 가장 난감한 사안이다. 한성대신문 이주형 편집국장은 “1년간 수습 교육을 통해 숙련 인력을 키워내지만 중도 이탈자가 많아 편집국 손실이 크다”며 “결국 남은 기자들에게 업무가 가중돼 신속하게 기사를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공론장 역할 수행도 어려워
학내언론 관계자들은 독자층이 감소하고 학내 언론이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독자층이 줄어든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학생들이 취업과 학점 등에 쫓기며 학내 사안을 외면해, 교내 사안을 다루는 학내 언론이 자연스럽게 침체된다는 것이다. 서울권대학언론연합회 김희지 회장은 “대학생들의 관심사가 정치나 사회 문제에서 개인의 문제로 변화한 것이 학내 언론 침체의 주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공론장 기능이 온라인 커뮤니티로 옮겨져 학내 언론의 역할이 줄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학보사의 전성기라 불리는 1980년대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아 정보를 얻는 방법이 한정적이었다. 이에 학내 언론을 중심으로 학내 사안이 공유됐고, 학보사는 ‘유일한 정보의 창구’라는 희소성을 가졌다. 또한 당시 학보사는 하나의 대학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중앙대 미디어센터 이무열 센터장은 “80년대에는 서로 다른 학교의 학보를 돌려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며 “학보를 통해 편지나 문장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학내 언론은 과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대나무숲의 페이스북 팔로워 수는 25만여 명이다. 이는 본교 언론사 중 페이스북 팔로우가 3천명 이상인 고대신문, KUBS, KUTV의 팔로우 수를 다 합쳐도 3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고대신문 인식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SNS를 통해 학내 정보를 습득한다고 밝혔을 정도로 SNS는 중요한 정보 습득 창구지만, 실제 SNS에서 학내 언론사의 점유율이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기로에 선 학내 언론사, 그들의 노력

▲ 그래픽|박주혜 기자 joohehe@

최근 각 대학의 학내 언론사들은 기존 유통 플랫폼을 확장시키면서 독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경희대 대학주보는 지면 비중을 줄이고 온라인 기사 유통을 최우선으로 삼아 플랫폼에 변화를 주고 있다. 페이스북에는 학생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사를 업로드하고, 교직원 독자들에게는 경희대 웹메일을 활용해뉴스레터 기사를 제공하고 있다. 대학주보 이수형 편집국장은 “독자가 많은 플랫폼을 찾아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본교 정경대 신문사 The HOANS는 SNS를 통한 시청각 자료 제공에 힘쓰고 있다. 이르면 11월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로 영상뉴스를 내보낼 예정이다. HOANS 구영석 국장은 “월간으로 지면을 내는 신문사이지만 카드뉴스 등 시각 자료도 적극 활용하려 한다”며 “학생층이 주요 독자인 만큼 SNS를 주요 플랫폼으로 기사를 유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 본지를 비롯해 대학 언론들은 독자 확보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사진 | 김민준 기자 ithink@

KUBS는 시청자 층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등 온라인 방송에 뛰어들어 송출루트를 확장하고 있다. 일례로 올해 정기고연전을 유튜브와 아프리카TV 라이브

방송으로 송출했다. KUBS 정나라 국장은 “학내 인지도만으로는 타 방송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수 없다”며 “교외로 시선을 넓혀 독자적인 방송국의 기능을 수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와 연계해 오프라인 플랫폼을 확장한 사례도 있다. 연세대 교육방송국 YBS(국장=최경헌)는 서대문구와 지니뮤직의 ‘연세로 음악의거리 조성사업’에 참여해 올해부터 신촌 연세로 라디오로 생방송을 송출하기 시작했다. YBS 최경헌 실무국장은 “오프라인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한 결과”라며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방송을 청취하고 싶어 할지 방송국 차원에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양질의 기사로 독자와 소통하는 언론 돼야

학내 언론 내부에선 ‘읽히는 신문’과 ‘시청할만한 방송’이 되기 위해 기존의 포맷을 벗어나는 플랫폼 확장과 동시에 심층적인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학생 기자들과 학교 본부 양측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학내 의사결정 회의 참관의 장벽을 낮춰 기자들의 취재 루트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앙대는 이번 학기부터 학내 언론 편집국장의 교무회의 참관을 허가했다. 교무회의는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 회의체로 총장을 비롯한 학장들이 참석한다. 학내 언론의 학내 주요 정보에 대한 접근이 원활해진 만큼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중앙대 미디어센터 이무열 센터장은 “편집국장의 교무회의 참관은 학생 기자의 정보 접근성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더불어 기사 콘텐츠를 지역 이슈로 확장해 대학과 지역을 아우르는 언론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 한성대신문은 성북구 재개발 문제를 비롯해 지역 사회의 이슈로 보도 영역을 확장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이주형 편집국장은 “대학도 지역 사회의 일부이기에 지역을 아우르는 언론으로 발돋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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