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자은(고려대 문과대 국문14)

 그동안 소감을 쓰다가 지우는 일을 반복했다. 거듭 죄송하다고 말하며 제출을 미룰 수 없을 때까지 미뤘다. 예전에 모아둔 글을 가벼운 마음으로 냈는데, 막상 수상소감을 쓰라는 연락을 받으니 겁이 났던 탓이다. 요즈음은 하고 싶은 말보다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더 많이 생각한다. 글을 쓰기도 전에 후회가 나를 앞질러서, 지금 모습을 나중에 부끄러워하지 않을지 매번 고민하게 된다.

 저는 글을 유려하게 쓰지 못합니다. 좋은 사람이 아니고요. 소감이라 하면 무언가 고백해야 할 것 같은데, 몇 수를 감춰둔 척 해봐도 이미 모든 걸 들킨 기분이라 더는 할 말이 없다. 주석을 다는 마음으로 조금 더 붙여보자면, 시를 쓰며 기약 없는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자주 든다. 아름다움은 그 무엇도 약속해주지 않아서 금방이라도 배신할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는 문장의 기술에 골몰하다가도, 아름다운 걸 쓰고 있구나 싶을 때는 의심하며 머뭇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제는 믿을 수 있는 믿음에 대해 생각할 때니까. 우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뭔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매 순간 질문하는 사람이 되겠다. 성실한 사람도 되어야지. 간신히 밀린 일을 끝냈더니 해야 할 일들이 밀려 있어서 가을이 끝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앞으로는 말들을 너무 오래 미루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날씨가 춥다. 친구들을 초대해 따뜻한 차를 나누어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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