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아저씨한테 누가 설레”

 11월 13일, 가수 아이유의 드라마 <나의 아저씨> 출연 확정 소식을 전하는 뉴스에는 비판 댓글이 가득했다. 드라마가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로맨스를 다뤄서다. 이전에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배우 이병헌이 차기작으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출연소식을 전했을 때다. 상대 배우는 실제로 20살 차이가 나는 배우 김태리였다. 언제부턴가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의 로맨스가 드라마에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이젠 더 느는 추세다.

 한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최근의 현상에 대해 “20,30대 남자 배우 중 상당수가 군 복무 중이고, 안정된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남자 배우는 대부분 40대”라고 밝혔다. 일리는 있지만 궁색하다. 사실 이런 드라마가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저 시청자가 원해서다. 어떤 드라마를 제작할 것인가는 누구를 시청자로 볼 것인가와 같다. 중년 남성-젊은 여성 로맨스가 늘어난다면 시청자를 중년 남성과 젊은 여성으로 잡은 것이다. 그렇담 [이제 질문은 ‘왜 그럴까’다.

 지금의 중년 남성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가진, ‘영 포티’라 불린다. 이들은 문화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다. 이는 아이돌 삼촌팬 문화에서 이미 검증된 바 있다. 특히 이 세대는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 잡아 구매력도 높은 편이다. 제작자 입장에선 이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재미있는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드라마 제작의 최고 결정권자 대부분이 중년 남성이라는 점이다. 여성은 어떨까. 여성은 원래부터 드라마의 주된 시청자였다. 이런 드라마는 여성의 ‘신데렐라 신드롬’을 만족시키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드라마에서 중년 남성은 능력 있는 재벌로, 여성은 평범한 소시민으로 설정된다. 지금의 비판은 신데렐라 신드롬이 더 이상 ‘안 먹힌다’는 것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남성에 의존하는 수동적인 여성상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나이 차이가 많다고 그 사랑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다만 지금 가해지는 비판에 주목할 필요는 있다. 미디어에서 왜곡된 형태의 로맨스만 재현하는 건 다른 이야기 여서다. 왜 유독 나이가 많은 건 남성이고 젊은 건 여성인지, 왜 남성은 멋있는 능력남에 여성은 철없는 평범녀인지. 또 그 반대의 경우는 왜 좀처럼 보기 힘든지. 그저 웃어넘길 시대는 지나지 않았나.

 

글 ㅣ 박윤상 문화·학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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