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하다가 세면대를 깨버렸다.” “드라마 시청 중 시세를 확인하고 TV를 부쉈다.”

  가상화폐 시세가 분 단위로 요동치고 있다. 그 까닭에 각종 커뮤니티에는 부서진 가구 사진과 함께 원망조의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과연 어떤 연유로 그들은 무언가를 부실만큼 분노하고 한탄하는 걸까.

  자유시장 경제에서 누구 탓을 하겠냐마는, 올해 들어 가상화폐가 연이어 폭락한 데엔 정부의 몫이 컸다. 최근 들어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실책성 발언이 이어졌다. 작년 12월 최흥기 금융감독원장은 “비트코인 거품이 꺼지리라 내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법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각 발언은 16일 대통령의 질책과 18일 본인의 입장 철회를 통해 뒤늦게 수정됐지만 문제를 수습하기엔 상황이 늦었다. 특히 박 장관의 발언 뒤엔 전날 대비 20%이상 시세가 폭락하며 시장에 혼란이 가중됐다.

  현재 가상화폐를 희망으로 삼는 청년들이 많다. 작년 11월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상화폐 투자자의 58%가 2030 청년 세대다. 평균 월세 49만원 시대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가상화폐는 경제적 갈증을 해소할 기회인 것이다. 현재의 가상화폐 열풍이 정상적인지 판단을 떠나, 정부 관계자들의 실언은 청년의 희망을 짓밟는 꼴이 됐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 그들이 가진 권력을 고려해본다면 이번 실언은 그냥 돌도 아닌 짱돌이었다. 물론 규제 방안에 대해 검토할 수는 있겠으나, 부처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중구난방식 발표가 이어진 건 문제다. 막중한 권한을 가진 자는 한 마디의 말에도 무게가 실린다. 때문에 발언은 언제나 신중하고 올곧아야 한다.

  현 정부는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당선됐다. 여기서 나라답다는 건 특정 소수나 주요 관직자의 자의가 아니라 제도와 원칙에 입각해 공정히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실언이 이어진다면 몇몇의 자의로 운영되는 주먹구구식 정부라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그토록 바라던 나라다운 나라를 위해 필요한 건, 하나의 발언에도 신중을 기하는 정성이 아닐까.

 

글|김민준 사회부장 i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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