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이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1만 646명이었다. 16년이 지난 2017년 9월 교육부는 국내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가 12만 3858명이라고 발표했다. 16년 전의 10.6배에 달하는 수치다.

  외국인 유학생 수 증가의 배경에는 유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려는 정부와 각 대학의 열망이 있다. 교육부는 <유학생 유치 확대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더 많은 유학생을 국내 대학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각 대학은 외국인 입학전형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행정 지원을 늘려 유학생들을 유치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왜 대학과 정부는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을까.

 

외국인 유치 기반 조성하려는 정부와 대학

  지난 2015년 7월, 교육부는 국무회의에서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보고하고 2023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2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학생 대비 유학생 비율을 5% 이상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2011년부터 4년간 외국인 유학생 수가 8만여 명 수준에 머무르는 상황”이라며 “유학생 저변을 확대하고 유학생의 출신국을 다변화시켜 한국유학 매력도를 제고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외국인과 재외동포 유학생에게 특화된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통합기숙사를 건립하는 것이었다. 당시 교육부는 “특화 교육과정 개설을 통해 유학 목적에 따른 맞춤형 교육을 제공할 것”이며 “통합기숙사도 건립해 유학생 정주 여건을 개선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6년 3월 전라북도 익산에 통합기숙사를 건립해 유학생 정주 환경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진행된 우수 지방대학 대상 특성화 사업(Creative Korea 사업, CK 사업)도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의 주요 사업이다. 지방대학 체질 개선을 통한 유학생 유치 확대가 목적이었다. CK 사업은 지역 특성과 대학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대학을 특성화해 교육의 내실을 키우고 지역 산업체와 대학을 연계시키는 사업이다. 올해까지 진행될 CK 사업은 비수도권 소재 4년제 국·공·사립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CK 총괄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109개 대학 335개 사업단이 참여해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CK 총괄협의회 박광희 사무관은 “CK 사업은 수도권과 지방 대학에 걸쳐 CK1과 CK2로 나눠 운영된다”며 “교육부 측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대학평가 국제화 지표, 외국인 유치 통해 상승

  낮은 대학평가 국제화 지표를 높이는 것이 외국인 유치의 목적 중 하나다. 높은 세계대학 순위는 대학의 경쟁력과 세계적 인정을 드러내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내 대학들은 최근 수 년간 QS 평가와 THE 세계대학 순위에서 약진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다른 평가 요소들보다 국제화 지표가 낮다고 평가된다. 국제화 지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외국인 유학생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와 대학은 유학생 유치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의 권위 있는 대학 평가 기관인 Quacquarelli Symond(QS)는 매년 세계 대학들의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QS는 연구의 질, 교육의 질, 졸업생 고용 가능성, 국제화로 구성된 4가지 범주 안에서 6개의 지표에 각각의 가중치를 부여해 세계 대학교들을 평가한다. ‘국제화’ 범주는 외국인 교수 비율, 외국인 학생 비율을 지표로 삼고 있다. 이 중 외국인 학생 비율은 국제화 범주 평가 중 50%의 비중을 차지한다. 전체 평가에 5%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본교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외국인 유학생 수가 급격히 늘었는데도 외국인 학생 비율 점수 순위가 하향곡선을 그렸다. 본교는 2015/16년 QS 평가에서는 해당 항목에서 39.2점을 받아 세계 370위였지만 2018년 QS 평가에서는 36.7점을 받아 세계 379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국제화’ 범주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원종 국제입학팀 부장은 본교의 국제화 범주 성적 하락에 대해 “아직은 외국인 학생 수가 QS에서 인정할 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즈 고등교육(Times Higher Educcation, THE)이 출판하는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에도 국제화 관련 지표가 평가 기준에 포함된다.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의 ‘국제화 다양성’ 항목에는 내국인 직원 대비 외국인 직원 비율과 내국인 학생 대비 외국인 학생 비율이 세부 평가 항목으로 설정돼 있다. 그중 후자의 항목은 ‘국제화 다양성’ 평가항목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한다. 외국인 학생 수가 늘어날수록 국제화 다양성 항목 점수를 더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제화 다양성 항목은 타임즈 고등교육 세계 대학 랭킹 평가에 5% 반영된다.

  본교 국제입학팀과 국제교육원은 대학평가 성적을 고려해 적극적인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원종 부장은 “국제화 지수를 무시할 수는 없다”며 “외국인 학생들의 수와 수준을 모두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미 국제교육원 부장은 “한 단계씩 외국인 학생들의 언어 수준을 높여 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며 “외국인 전담 부서를 만들어 외국인 학생들을 본격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생 수 감소로 맞이한 위기, 외국인 유학생으로 극복

  정부와 대학이 정책을 수립하고 법을 개편하면서까지 외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려는 배경엔 학령인구 감소가 있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면서 고등교육 학령인구도 감소해 대학에 학생들이 부족해지고 있어서다. 갈수록 감소하는 출산율이 대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2017년 작성된 통계청 「전국장래인구추계」 학령아동 변동 추계자료에 따르면, 6~21세의 전국 학령 인구는 2015년 892만 명에서 2020년 782만 명, 2045년 612만 명까지 줄어들게 된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한국 사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대학 입학생 감소로 직결된다. 2015년 기준 한국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68%로 OECD 평균인 41%보다 27% 높았다. 다른 국가보다 학령인구 감소가 대학 입학생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교육부에 따르면, 실제로 2012년 335만 명이던 대학생 수가 2016년에는 314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각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어든 데다 ‘반값 등록금 정책’에 따라 등록금 수입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대학교육연구소 측에서 집계한 국내 사립대학 등록금 수입은 2012년 10조 3487억원에서 2016년 10조 1893억원으로 1594억원(1.5%) 감소했다. 위기를 맞은 정부와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교육부가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수립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도 대학이 맞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교육부는 지난 2015년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 정책 수립 배경에 대해 “유학수지 적자와 학령인구 급감 추세에 대비하고 국가와 대학의 국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우수 유학생 유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일러스트│정예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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