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바시 전공은 상평 맞지? 그냥 보환융 전공을 들어야겠다.” 다음 학기 시간표를 짤 때마다 동기끼리 보건과학대학 신설학과 중 어느 학과가 상대평가인지 물어보곤 한다. 우리 학과엔 전공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아니 없어졌기 때문이다. 2016년 5월 말, 학교는 10명도 되지 않는 인원을 위해 전공수업을 열어줄 수 없다고 했다. 학교에서는 전공 수업을 여는데 드는 돈을 아껴야 한다며 다른 학과의 전공으로 학점을 채우라고 했다. 남아있는 30여 명이 할 수 있는 건 유사과목으로 인정될 수 있는 다른 학과의 과목을 찾아내는 것뿐이었다. 다음날 최대한 많은 유사과목을 확보하기 위한 임시 총회가 열렸다. 다음 학기부터 420만 원을 내고 다른 학과의 전공을 들으면서 학교에 다녔다.

  돈을 아끼기 위해 사라진 건 우리 학과 전공만이 아니었다. 지난 7일 봅슬레이 4인승 팀은 기자회견에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상비군이 해체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6년부터 운영된 상비군은 정부로부터 연간 8억 원을 지원받아 운영됐다. 하지만 이달 초 대한체육회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비군을 해체했다. 상비군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해썰매 정비, 날 관리, 썰매 이동 등 여러 역할을 해왔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얻은 좋은 결과에 이들도 기여했다.

  대한체육회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좀 더 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고 국민의 관심이 높은 종목에 돈을 쓰기 위해서가 아닐까.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도 두어 달 사용되고 폐쇄됐다. 외국인 코치진도 계약이 끝나 자국으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예산을 더 들여 상비군을 운영하는 건 대한체육회 입장에선 불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매일유업에선 단 17명만을 위한 특수 분유를 만든다. 이 분유를 만들면 매년 수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이 제품을 만드는 이유는 매일유업이 아니면 17명의 환아는 비싼 수입산 분유에 의존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동화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단 하나다. 소수를 위해 큰 비용을 지불하는 일은 드물고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교도, 대한체육회도 가끔은 이런 동화를 써주길 기대한다.

 

글 | 김혜윤 기자 cut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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