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π-ville 99 건물 맞은편에 조성된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 4호점

  ‘참살이길’은 본교 서울캠퍼스 인근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다. 낮에는 ‘밥약’의 명소로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고, 밤에는 동아리, 학회 등의 뒷풀이가 거리를 소란스럽게 한다. 늦은 시간까지도 불을 밝힌 점포들이 상당수이며 24시간 영업하는 점포도 많다. 하지만 상점 간판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프랜차이즈 일색이다. 곳곳에선 또 다른 프랜차이즈 점포의 입점을 위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체인점들이 들어서며 다양성을 잃은 안암동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자 본교와 서울시, 성북구가 나서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 있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청년 창업을 지원해 안암동 지역 상권을 활성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추진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이다. 1년 간 진행된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안암동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고 있을까.

▲ 작년 정기전 첫째날, 참살이길에 위치한 치킨버스에서 대학-지역연계축제가 열렸다.

우선사업지 선정…창업지원시설 조성

  서울시는 2013년부터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사업을 추진해 서울 시내 대학가 곳곳에 캠퍼스타운을 조성할 계획을 세워 왔다.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은 일자리 부족, 주거 불안정 등 청년 문제와 지역의 활력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 내 52개 대학가를 일자리 창출‧경제 활성화 거점으로 바꾸는 도시재생모델이다.

  2016년 6월, 서울시는 캠퍼스타운 조성 우선 사업 대상지로 본교 서울캠 일대 안암동을 선정해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안암·회기권 대학의 높은 참여 의지와 ‘홍릉밸리’와의 연계 효과를 고려한 선정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캠퍼스타운 사업에 대해 “유흥가 일색인 대학가를 창업 중심의 캠퍼스타운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사업”이라며 “협력 의지가 높은 고려대 일대를 우선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2016년 9월, 본교는 캠퍼스타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서울시, 성북구와 함께 3개 기관 간 공동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김학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특성에 맞는 맞춤형 사업을 진행하겠다”며 “2020년까지 1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공공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특별시 창조경제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지역창조형과 프로그램형 모델로 나뉜다. 지역창조형 모델은 창업육성에 방점을 두고 주거안정화, 문화특성화, 상권활성화, 지역협력을 함께 이루려는 모델로, 1+4 캠퍼스타운 추진 목표를 적용하는 사업이다. 이와 달리 프로그램형 모델은 대학마다 강점을 살려 1+4 목표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사업이다.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이 중 지역창조형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부분 사업이 창업 육성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다. 이종훈 안암동 캠퍼스타운 지원센터 사무국장은 “창업 육성은 대학이 가진 인력자원과 시설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지역 일자리를 창출해 청년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업 취지에 맞게 새로운 청년창업 지원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창업지원공간인 Smart Start-up Studio(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는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의 주력사업이다. 작년 7월부터 안암동 곳곳에 조성됐고, 현재 6호점까지 조성돼 있다. 입주해 있는 창업 팀은 올해 3월 현재 15개다. 이곳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안암동 캠퍼스타운 지원센터(센터장=공정식 교수, 캠퍼스타운) 측에서 주최하는 창업경진대회에 입상해야 한다. 입상한 팀들은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 8개월 입주권과 함께 팀 구성원 수에 따른 지원금을 받게 된다. 8개월이 지난 후 그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을 경우 4개월을 연장해 최대 1년 간 입주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입주했던 로보트리 안상욱 팀장은 “제조 기반으로 운영되는 팀이다 보니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며 “1년 간 사무실을 지원받을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사무국장은 “입주팀에게 단계적 지원을 추가 제공할 것”이라며 “스튜디오도 더 조성해 10개소까지 늘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입주해 있는 팀들은 본교나 성북구,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각종 지원사업과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를 얻게 된다. 특히 본교 캠퍼스타운 측은 스마트 스타트업 스튜디오에 입주한 팀에게 다방면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입주팀들이 전문가 조언을 받아 사업의 취약점을 개선하도록 돕고, 본교 LINC+ 사업단을 통해 입주 팀들이 해외로 진출할 길을 열어주고 있다. 실제로 입주팀 중 ‘스틸리언’, ‘로보트리’ 팀은 LINC+ 사업단의 지원을 받고 싱가포르에 출장을 다녀왔다. LINC+ 사업단 직원 김지영 씨는 “출장을 간 팀은 현지에 있는 기업에게 개발한 제품을 홍보하는 IR(Investor Relations) 활동을 했다”며 “현지 기업과 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단발적인 행사, 주민 참여 저조해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청년창업시설 조성을 통한 청년창업 활성화뿐 아니라 주거 안정화, 문화 특성화, 지역협력 등 부가적 목표를 갖고 있다. 이에 2017년 한 해 동안 캠퍼스타운 측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교육을 하고 문화축제를 개최해 목표를 달성하려 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단발적 행사에 그친 데다 주민들의 참여도 저조한 편이었다.

  주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교육 프로그램인 ‘캠퍼스타운 아카데미’는 작년 11월 첫 선을 보였다. 2개월 동안 성북구청 도시재생디자인과와 캠퍼스타운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캠퍼스타운 아카데미는 각계 전문가를 강의자로 초빙해 지역주민과 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창업 교육과 마을기업 설립 교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강의와 함께 매 시간 사업모델을 발굴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다양한 실습 활동도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팀들은 여러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냈다. 서울시 도시재생디자인과 측은 “단순한 창업교육에 그치지 않았다”며 “주민들이 좋은 사업 모델이 될 만한 아이디어들도 발굴해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발굴한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해 볼 기회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았다. 캠퍼스타운 아카데미 교육에 참여한 팀 중 선발된 우수 팀들이 기획한 사업 아이템을 발표했던 것이 전부였다. 성북구청 도시재생디자인과 김영미 과장은 지난 2월 본교에서 열린 캠퍼스타운 컨퍼런스에서 “창업교육에 주민들이 참여만 하고 별다른 후속교육과 창업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결과물이 없다는 것은 사업이 단발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지난 9월 열린 정기전에 맞춰 열린 ‘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고연전축제’도 주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이 축제는 문화행사가 부족한 안암동과 대학축제를 공유해 지역교류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축제가 열린 참살이길 치킨버스에는 150여 명의 학생들이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주민들은 거의 찾아오지 않아 반쪽짜리 행사에 그쳤다. 이종훈 사무국장은 “학생 참여와 상가와의 연대는 충분했다”면서도 “주민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부분이 아쉽다”고 자평했다.

▲ 작년 11월에 열린 캠퍼스타운 아카데미엔 4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지역주민 - 대학 잇는 사업 돼야

  지역 주민과의 소통 부족과 사업 지속성 부족이 주요한 문제점으로 부각되는 가운데, 성북구와 캠퍼스타운 측은 안암동 캠퍼스타운 사업에 대한 컨퍼런스를 열어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했다. 이에 지난 2월 열린 컨퍼런스에서는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 대학이 소통의 장벽을 깨뜨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미 과장은 주민과 대학이 소통하지 않고 다투기만 한다면 마을과 학교가 상생하는 진정한 캠퍼스타운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과장은 “현재 안암동 캠퍼스타운 사업은 주민과 충분히 소통하지 못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상생형 사업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좌장으로 참여한 이창현(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본교가 규모가 큰 사립대학이라는 점이 캠퍼스타운 사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규모가 큰 대학일수록 대외적인 평가지수에 민감하기에 지역사회와의 상생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이 지역사회와 교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지역과 사회의 연대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며 “대학이 자신들이 쌓은 바벨탑을 붕괴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사진│김도희 기자 press@

사진제공│고려대 안암동 캠퍼스타운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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