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완전히 마침표를 찍어냈다. 사실 종영하리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작년 초에는 아이템이 고갈돼 휴지기를 갖기도 했으니 말이다. 매주 새로운 도전을 만들고 수행해내기에 13년이라는 세월은 너무나 길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탈수기에 돌린 뒤 건조기까지 돌려낸 상태’라면서도 1년이나 더 방영해왔으니 고마울 뿐이다.

  익히 알다시피 무한도전은 2005년 ‘무모한도전’이라는 일종의 파일럿으로 시작했다. 기차와의 달리기 시합, 목욕탕 물 퍼내기 등 얼토당토않은 과제를 도전으로 던지고 수행하는 모습은 그야말로 ‘무모’했다. 하물며 초등학생의 눈에도 말이 안 되는 것들을 도전이랍시고 했으니 얼마나 우스꽝스러웠던 걸까. 이후 조금씩 형태가 변화하기는 했지만 그때 그 캐릭터들이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큰 공식은 지켜져 왔다.

  돌이켜 보건데, 우리가 무한도전을 보던 이유는 다른 프로에 비해 특별해서가 아니었다. 시청자와 만나는 방식에서의 차이 때문이었다. 웃음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다. 각기 다른 색채의 캐릭터를 살려내며 즐길 거리를 제공했다. 그러면서도 때론 감동을 자아내기도 했고, 때로는 시청자로 하여금 새로운 생각을 환기시켰다. MBC 파업 때는 송출되지 않음으로써 해야 할 얘기를 하기도 했다. 예능이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 무한도전은 그 깊은 어딘가에 도달한 듯하다.

  이른바 ‘무도빠’가 생겨난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들과는 조금 달랐다. 다른 프로에서 시청자의 감정을 소비해냈을 때에도 무한도전에선 시청자와 함께 감정을 쌓아갔다. ‘여드름브레이크’에선 웃픈 상황들을 연출해냈고, ‘나비효과’나 ‘배달의무도’ 특집에선 우리가 함께 고민해볼만한 지점들을 제시하며 여운을 남겼다. 마냥 즐거운 적은 있어도 그냥 슬픈 적이 없었다.

  종영이 아쉬운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무한도전이 제시한 방향은 예능을 넘어 방송이 고민해야할 지점들이 아닐까. 케이블을 돌려보지 않는 이상 앞으로 TV에서 보진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계속 송출되고 있을 거다. 술자리에서 혹은 어딘가 추억을 회상하는 자리에서 우리의 입을 통해 그렇게 무한도전은 회자될 거다.

 

글|김민준 사회부장 i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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