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고려대학교 개교 113주년을 맞이하여 ‘교육구국’이라는 고려대학교의 건학정신을 마음속에 되새기고, ‘공선사후’의 신념과 ‘자유, 정의, 진리’의 교훈을 따라 민족과 대학을 위해 평생 헌신하신 스승님과 선배님들을 기리며, 나아가 21세기 문명사적 대전환기에서 고려대학교가 나아가야 할 길을 함께 그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 고대인이라는 자부심으로 하나가 되어 철쭉으로 붉게 물든 5월의 캠퍼스처럼 뜨거운 크림슨의 열정과 우뚝 솟은 석탑의 기상으로 개교 113주년의 문을 함께 열어가고자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인 1905년은 서양의 과학기술과 군사력이 동양을 압도하는 대혼란의 시기였습니다. 당시의 지식사회는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보전을 세운 우리의 선각자들은 근대교육으로 나라를 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21세기라는 새로운 세기에 접어들은 지금도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지식이 성공의 척도였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지식은 인간보다 컴퓨터가 더 많이 갖고 있습니다. 대신에 사람은 기계가 할 수 없는 협동능력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공유하며, 함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습니다. ‘Connectivity’는 21세기에 새로운 성공의 열쇠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향한 고려대학교의 책임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지난 3년간 고려대학교는 급변하는 사회에서 대학의 가치를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대학이 미래를 열고, 미래를 이끌고,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였습니다. 사교육과 점수 경쟁에만 매몰되어 있는 학생 대신, 개척하고 도전하는 학생, 그리고 공감능력을 가지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고대 인재상으로 정립했습니다. 입학처 대신 인재발굴처를 신설하여 심층면접으로 잠재력 있는 원석을 발굴하는 입학시스템을 마련하였습니다. 또 성적장학금 대신 프로그램 장학금, 생활비 장학금으로 고대의 교육철학에 맞도록 장학제도를 정비하였습니다.

 

강의는 일방적인 지식전달방식에서 ICT를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집중 토론을 하는 Flipped Class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부터는 <자유, 정의, 진리>라는 공통교양과목을 두 학기 동안 필수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고대생이라면 누구나 우리 교훈에 있는 ‘자유, 정의, 진리’에 대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하는 지적 논의를 체화하도록 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동적으로 지식을 전수받는 것이 아니라 ‘Problem solving’과 ‘Design Thinking’을 통해 지식을 내재화하려는 교육방식입니다. 집중연구실과 토론실로 이루어진 SK미래관은 앞으로 그러한 미래교육의 전초기지로 활용될 것입니다. 개척마을인 파이빌에서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팀을 이뤄 끝없는 상상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펼치고 있으며, CCL에서는 지식을 소비하는 기존 도서관을 탈피하여 미디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지식을 새롭게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대학을 단순히 지식의 전수공간이 아니라 유연한 지식의 놀이터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이처럼 고려대학교라는 미래교육의 플랫폼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고 소통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성해내는 지식의 용광로가 더욱 불타오를 것입니다.

 

고려대학교는 이제 글로벌 대학의 위상에 걸맞게 글로벌 네트워크가 크게 확장되고 있습니다. 2016년 동아시아와 북유럽 대학협의체인 ENUC를 설립했고, 올해 베니스인터내셔널 대학에 한국에서 유일하게 멤버대학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만 115개국에서 온 1만8147명의 외국인이 고려대학교에서 공부를 했으며, 우리 학생들 1124명은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중국, 일본, 남미에서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그 나라의 학문, 언어, 그리고 문화를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에도 고려대학교의 발전을 위해 법인과 교우회는 물론 학교 구성원 모두가 뜨거운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셨습니다. 이러한 응원에 힘입어 고려대학교는 세계적인 대학 평가에서 재작년 98위와 작년 90위를 기록하며 2년 연속 100대 대학에 진입하였으며, 3년 연속 국내 종합사립대 1위라는 대기록을 달성하였습니다. 특별히 지난 10여 년간 과학고대를 향한 비전과 열정으로 역사상 최초로 공학기술 분야가 세계 50위 안에 드는 쾌거를 달성하였습니다. 의료원 또한 769억 원 규모의 국가전략프로젝트 정밀의료사업단에 선정되었고, 연구논문, R&D, 지식재산권, 기술이전, 임상시험 등 모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 미래의 핵심동력이라고 불리우는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에 나설 채비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는 외형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대학의 미래를 바꿀 혁신의 선두에 서있습니다. KU-The Future의 기치 아래 지난 3년간 우리는 21세기에 맞는 입시, 교육, 연구, 행정의 비전을 제시하였고, 이러한 대학 패러다임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 큰 경종을 울렸습니다. 연구와 산학협력이 등록금을 대신하여 고대의 새로운 미래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외국인 학생의 증가는 글로벌 대학의 새로운 비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SK미래관,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π-Ville, CCL, 수당삼양 Facuty House, 한국어교육관 등 미래교육을 위한 공간혁신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대의 미래를 공감하는 많은 분들의 정성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KU PRIDE CLUB이라는 소액기부운동을 통해서는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생활장학금 지원뿐 아니라 해외연수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새롭게 도약하는 고대를 위해 많은 정성과 사랑이 모여 지난해에 1100억 원의 기부금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와 같은 고대의 미래를 위한 벅찬 기대와 뜨거운 사랑을 가슴깊이 새기며, 우리 사회와 고대 가족들을 위한 무한한 책임과 사명을 어깨에 걸고 힘차게 정진해야겠다고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113주년 개교기념일을 맞아 다시 한 번 고려대학교에 보여주신 큰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