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정부원들은 토요일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에서 실전 훈련에 임한다.

“Attention.” “Row!” 지난 4월 3일 오후 7시 자유마루 앞, 4개의 로잉머신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내 본교 조정동아리 ‘Korea University Rowing Team(주장=윤현우, KURT)’의 부원들이 올라타 힘찬 기합과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숨이 턱턱 막혀도 그들의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했다. 전국대학조정대회에서의 금빛 질주를 위한 KURT의 훈련을 직접 체험해봤다.

 

올해는 꼭 우승을!

KURT는 학내 유일의 조정동아리로 본교를 대표해 여러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그들의 가장 큰 목표는 7월 말에 열리는 전국대학조정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2013년, 2014년 2연패를 마지막으로 종합우승은 못했지만, 작년 콕스(배의 방향타를 조정하는 타수)와 4명의 선수가 탑승하는 종목인 ‘유타포어’에서 여자 부문 은메달을 수확할 만큼 여전한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KURT는 올해 종합우승을 되찾겠다는 굳은 각오로 매주 화요일, 토요일 훈련에 임하고 있다. 윤현우 주장은 “방학 때는 지옥의 합숙훈련도 실시한다”며 우승을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화요일엔 로잉머신을 타면서 자세를 교정하고, 토요일엔 직접 미사리 조정경기장에 찾아가 실전 훈련을 하고 있어요. 대회 직전 기간인 6월 말부터는 5주 동안 합숙훈련을 하며 팀워크를 극대화할 계획이에요. 열심히 준비해서 이번 대회에선 꼭 우승할 겁니다.”

▲ 자유마루 앞, 구슬땀을 흘리며 조정부원들이 로잉머신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극한의 로잉머신 훈련

다시 치열한 훈련이 이뤄지고 있는 자유마루 앞. “하나, 둘, 셋, 넷!” KURT 부원들이 동그랗게 모여 체조를 하고 있다. 온몸을 사용하는 로잉머신 훈련에 앞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다. 그 후 자유마루에서 출발해 민주광장, 중앙광장을 지나 다시 자유마루로 돌아오는 경로로 3바퀴를 달린다. 조정 경기 거리인 2000m를 완주하기 위해선 달리기로 지구력을 길러야만 한다. 중앙광장은 봄바람을 맞으며 캠퍼스 낭만을 즐기는 학생들로 가득하다. 치킨 냄새가 코끝을 찌르지만, 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훈련에만 집중했다. 모두가 지칠 때쯤, 함께 외치는 KURT만의 구호는 큰 힘이 된다. 조정 보트는 선수들의 호흡까지 일치해야만 속도가 붙으므로 숨을 내쉴 때 ‘초’라고 외치며 리듬을 맞춘다. 그 숨소리는 어느덧 팀워크를 상징하는 구호가 됐다. “고려대학교!” “초!” 다 같이 구호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하자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완주에 성공했다.

체조와 달리기가 끝나자 곧바로 로잉머신 훈련에 돌입했다. 조정은 사이클, 마라톤과 함께 3대 극한 스포츠로 꼽힌다. 로잉머신 훈련에서 그 악명을 실감할 수 있다. 로잉머신의 줄을 당기기 위해선 허벅지, 허리, 어깨, 팔 등 온몸의 근육을 사용해야만 한다. 전신을 사용하는 만큼 체력소모가 극심해 헛구역질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부원들은 이를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자신의 차례가 다가올수록 얼굴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남자는 1500m, 여자는 800m 레이스를 탔다. 첫 다섯 번은 빠른 속도로 당기고 이후 옆 팀원들과 속도를 맞춘다. 개인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팀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팀 리듬에 맞춰야 한다. 완주가 다가올수록 로잉머신의 무게감은 점점 커졌다. 줄을 잡은 손은 덜덜 떨리고 머릿속은 하얘진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엔 홍성희 부주장의 격려로 마음을 다잡는다. “얼마 안 남았어. 이 속도로 끝까지 가보자. 할 수 있어!”

로잉머신을 탄 직후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앉아서 쉴 순 없다. 근육이 진정될 때까지 걸어주지 않으면 경련이 오기 때문이다. 몸이 진정되는 순간,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희열이 몰려온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2년차 부원 김시윤(생명대 식품공학17) 씨는 극한을 이겨내고 성장한다는 점이 조정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힘든 시간을 견뎌냈을 때의 희열은 이루 다 말 할 수 없어요. 로잉머신의 자기 기록을 경신하는 것도 짜릿하죠.”

 

조정의 매력에 빠지다

4월 7일 토요일 미사리 조정경기장. KURT 부원들이 보트, 노 등 조정 장비를 준비하고 있었다. 미사리 조정경기장엔 다른 조정팀들과 카약 등 다양한 종목의 수상스포츠 선수들이 몸을 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팀은 연세대 조정동아리다. 서로 웃으며 인사하면서도 묘한 신경전이 감돌았다.

본격적으로 배를 타기 전에 베테랑 부원들이 신입부원들에게 노를 젓는 방법을 알려줬다. 힘을 온전히 전하기 위해 노를 물에 평행하게 넣는 ‘캐치’, 다리 힘을 이용해 노를 끄는 ‘드라이브’, 어깨와 팔로 끝까지 노를 당기는 ‘피니쉬’가 기본 기술이다. 간단한 기술 연습 후 부원들이 곧바로 배에 올라탔지만. 바람이 거세게 불고 물살이 강해 배가 쉽게 선착장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물살을 읽고 방향을 잡는 콕스의 지휘 아래 일제히 노를 젓자 강한 물살을 가르고 배가 나아가기 시작했다. 500m 시점부터 로잉머신 훈련 때 느꼈던 체력의 한계가 몰려왔지만 그 누구도 노 젓기를 멈추지 않았다. 포기하는 순간 팀원들이 짊어지는 짐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원들 모두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하나의 리듬으로 노를 젓다보니 어느새 2000m 라인을 지났다.

홍성희 부주장은 “조정의 매력은 배를 탈 때만 진정으로 알 수 있다”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경기를 시작하기 전의 두근거림, 레이스할 때의 짜릿함, 팀원들과 함께 한계를 견뎌내고 완주했을 때의 쾌감. 이런 감정과 순간들 덕분에 어느 순간 제가 조정에 푹 빠져있더라고요. 배타는 게 너무 즐거워서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어요.” 미사리에서의 고된 훈련이 끝난 후, 모든 부원은 서로의 어깨를 걸고 한마음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날 훈련의 마지막을 알리는 우렁찬 함성이었다. “나가자! 폭풍같이! 고대 화이팅! 초!”

글 | 김인철 기자 aupfe@

사진 | 류동현 기자 he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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