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가 개교한지 11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유구한 역사 속에서 고대생은 자유, 정의, 진리의 가치를 새기며 지금의 고려대학교를 만들어냈습니다. 갇히지 않는 자유로운 야성으로, 사회의 불의에 항거하며 정의를 외치고, 끊임없이 진리를 탐구하는 우리 고대생이야말로 고려대학교의 본질이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내에서 고대생의 목소리는 묵살된 채, 소수의 의사결정으로 학교가 운영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아픔이 있었습니다. 2016년도 자유전공학부 폐지 통보 및 미래대학 강행 시도, 2017년도 염재호 총장의 공약이었던 SK인문미래관의 용도 및 명칭 변경 등이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그 의사결정 과정에 고려대학교의 학생은 없었습니다.

 올해는 개교 113주년임과 동시에 고려대학교의 스무 번째 총장을 선출하는 중요한 해입니다. 고려대학교의 모든 구성원은 각자 원하는 총장을 뽑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선출제도는 30명에 불과한 위원들로 선거가 진행되는 간선제입니다. 심지어 그러한 간선제를 통해 결정된 상위 3순위 중 최종 1명을 이사회에서 임명하기에 더더욱 학내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된 총장이 선출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이와 같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고려대학교의 대표자가 선출된다면 갈등은 끊임없을 것이고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은 식어만 갈 것입니다.

 제50대 총학생회 ABLE은 고려대학교가 최고의 대학으로 굳건히 자리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모든 고대생이 우리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민주적인 총장 선출 제도라는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 학내에 갈등이 계속될 것이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우리 고대생은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서있는 태산과 같습니다. 그간 어떠한 외풍에도 굴복하지 않았고 자유, 정의, 그리고 진리의 가치를 수호해왔습니다. 113년을 그렇게 존재해왔고 앞으로의 미래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그 뿌리인 고려대학교가 더 튼튼하게 모든 고대생을 품어줄 수 있길 바랍니다. 사랑하는 고려대학교의 개교 113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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