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개교 113주년을 직원노동조합의 318명 전체 조합원들과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고려대학교의 역사는 우리 근현대사와 그 궤를 같이 해왔습니다. 지난 4월, 우리는 4·18의거 58주년을 기념한 바 있습니다. 이 땅의 민주화를 주도한 4·18을 통해 시대와 민족을 이끌어온 고려대학교에는 그동안 많은 ‘스승’과 그 ‘제자’들이 거쳐갔습니다. 개교 113주년을 맞아 고려대학교가 역사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이어 가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램에서 네 가지 사항을 간단히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언제부터인가 총장에 부임하시는 분은 하나같이 경영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이루지도 못할 구호를 요란하게 외치며, 실효성 없는 MOU(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해외출장을 빈번하게 다니며 별 실적도 없이 퇴임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또한 실적주의에 사로잡혀 건축과 리모델링사업에 매달리다 임기를 채우곤 했습니다. 경영만능주의, 실적주의보다는 고대정신을 되찾는 일에 주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둘째, 현재 고려대학교에는 전공분야에서 일가견을 이룬 교수는 많지만 시대를 이끌어갈 스승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선비의식과 선민의식은 분명히 큰 차이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스승으로서 꼭 갖추어야 할 선비의식은 외면한 채, 남보다 좀 더 좋은 기회를 포착하였거나 좀 더 나은 노력을 기울여 명문대학의 교수가 되었다는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공동체 성원간의 소통과 화합을 외면해서는 안되겠습니다. 국내외 중요학술지 게재 연구논문편수도 중요하지만 진심으로 존경받고 한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 참스승이 넘쳐나는 고대였으면 합니다.

 셋째,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하여 남들보다 먼저 좋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하여 스펙 확장에 주력하는 고대생들이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그보다는 시대를 리드하는 지성을 추구하는 고대인이 넘쳐났으면 합니다. 58년 전 이 땅의 민주화를 주도한 4·18을 통해 시대를 이끌고자 했던 선배들을 본받아 진정한 고대인으로 성장해가기를 바랍니다.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거나 공동체 구성원간의 소통과 화합을 외면한 채 경쟁만 격화시켜만 간다면 ‘고대생’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113년에 걸쳐 이 땅의 인재 양성의 산실인 고려대학교의 역사적 사명을 인식하는 ‘고대인’이 넘쳐나는 고대였으면 합니다.

 넷째, 우리 고대학교는 학교를 구성하는 3주체(교원,직원,학생) 중 행정직원을 채용함에 있어, 최근 3년간 정규직 채용을 단 1명도 하지 않고 비정규직만 무분별하게 양산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세계 속의 명문대학으로 자리매김해 가는 최고의 대학답게 인재를 양성하는 요람으로 거듭나기를 희구합니다. 개교 113주년 역사에 자랑스럽게 구성원 간 합의한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는, 언행일치 하는 행동이 선행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개교 113주년을 고려대학교 전 조합원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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