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재(광운대 국제통상18) 씨는 2017년 2학기 재학 중이던 서경대에 휴학계를 제출하고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2016년에 봤던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자신이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하긴 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재도전을 결심했다. 이후 정시로 광운대에 합격해 새내기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오 씨처럼 대학에 학적을 둔 채 다시 한 번 입시를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반수생(半修生)이라 한다.

 

반수비용 큰데도 늘어나는 정시 반수생

 

  일반적으로 반수생은 오동재 씨처럼 1학년 2학기에 휴학을 하고 재수학원에 들어가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1학년 1학기엔 휴학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기에, 반수생들은 1학기엔 학교생활을 하고 2학기에 휴학계를 제출한다. 따라서 정시 반수를 준비하는 반수생의 대부분은 당해 치러지는 6월 모의고사엔 응시하지 않고 9월 모의고사나 수능부터 응시한다. 2016년 서강대에서 정시 반수를 준비했던 김요한(미디어17) 씨는 “9월 모의고사부터 시험에 응시했다”며 “6월 초부터 반수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시 반수를 선택한 학생들은 재수학원에 등록해 한 학기동안 수능을 준비한다. 때문에 1학기 등록금과 한 학기 재수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기숙학원은 숙박 및 급식비까지 부담돼 막대한 금액이 들어간다. 김요한 씨는 전적 대학 등록금과 기숙학원 비용을 포함해 3개월 간 1500만원에 이르는 금액을 반수에 쏟아 부었다. 김 씨는 “기숙학원 비용이 월 330만원 정도에 원서 관련 비용으로도 100만원 가까이 썼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수비용 막대함에도 정시 반수를 선택하는 학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수능에 응시한 학생 중 6월 모의고사에 참여하지 않은 졸업생 수(추정 반수생 수)는 6만1991명으로 전체 수험생의 10.1%였다. 4년이 지난 2018학년도 수능에선 추정 반수생 수가 6만5123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수험생의 12.3%에 해당한다. 재학생 응시생 수가 4년 새 7만8459명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정시 반수생 증가 추이에 대해 “최근 쉬운 수능 기조가 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반수생 수가 느는 것은 영어 절대평가의 영향”이라며 “영어실력이 부족한 대학생들이 정시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높은 정시 성적을 기대해 정시 반수를 결심한다고 입을 모았다. 반수생은 수능시험에만 집중해 입시준비를 할 수 있어 현역 수업생보다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측은 “재수나 반수를 시도하는 학생들은 정시에만 집중할 수 있어 현역 학생들보다 유리하다”며 “90% 이상의 기졸업 수험생이 재수 후 성적이 오르기 때문에 학생들이 반수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평가팀장은 “정시 성적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 학생들이 도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투자비용 적은 수시 반수도 증가

 

  전형적인 정시 반수 외에도 수시 반수를 시도하는 학생들도 많다. 수시 반수는 휴학하지 않고 적은 비용을 들여 도전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재수학원에 등록하지 않아 비용이 절약돌 뿐 아니라 휴학을 통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본교 자유전공학부에 다니다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한 이현준(서울대 자유전공18) 씨는 “학생부 종합전형 반수는 추가적인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지 않는다”며 “쉽게 도전할 수 있기에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 현역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할 때보다 반수로 학생부 종합전형에 지원했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확률이 높다. 상위권 학생들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을 잘 받아두면 반수 후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현역 학생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위권 대학 학생부 종합전형에선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커넥츠바른길 입시교육컨설팅 김철용 대표원장은 “대학들이 졸업생 지원자에 한해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을 학생부 종합전형 평가요소에 포함시킨다”며 “3학년 2학기 내신을 소홀히 하는 학생이 많아서 현역보다 반수생에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수시 반수가 늘어나는 주된 이유는 최근 3~4년간 수시전형에 변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내신 성적이 중요한 전형이라도 자기소개서와 심층면접 비중이 높아져 성적만으로는 등락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내신 성적과 입시 결과 또한 비례하지 않는 결과가 늘고 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만족스럽지 못한 입시 결과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수시 반수를 시도한다. 김철용 대표원장은 “일선에서 상담한 결과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하는 반수생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며 “수시 반수 중 가장 확률이 높은 게 학생부 종합전형”이라고 설명했다.

 

진로교육 강화로 수험생 시행착오 줄여야

 

  반수한 대부분 학생들이 반수를 결심했던 이유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대학 이름과 학과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학생들은 입시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입시에 재도전한다. 작년 타 대학으로 반수하려 했던 이원근(미디어17) 씨는 “더 높은 대학을 목표로 삼았는데 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며 “경찰대와 사관학교를 목표로 반수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몇몇 학생들은 대학 생활과 학과 전공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달라 반수를 시도하기도 한다. 경희대 사학과였던 엄세영(문과대 일문18) 씨는 “전공수업을 들으면서 사학과 전공이 생각했던 공부와는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며 “대학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으니 수업과 시험에 나가지 않았고, 예정된 수순처럼 종강 후 재수학원으로 직행했다”고 말했다. 오동재 씨도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특수교육과에 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수능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지원했다”며 “목표에 다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인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는 대학교 진학이 반수 선택을 불러온다는 견해를 밝혔다. 안민석 의원실 측이 교육부 측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53개 대학 신입생 29만4855명 중 17.2%인 5만779명이 입학한 해 휴학이나 자퇴를 했다. 이들 중 대부분이 반수생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안민석 의원의 생각이다. 안 의원은 자료에 대해 “대학생 수능 수험생이 느는 이유는 고등학교 때 진로진학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전공에 회의를 느끼는 반수생들이 늘지 않도록 진로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글|진현준 기자 perfact@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사진|고대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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