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를 결심하고 나니 선거에 필요한 비용들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정의당 왕복근 서울시 관악구의원 후보를 비롯해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청년후보들은 과도한 선거비용이 출마의 진입장벽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선거에 드는 비용은 당내 경선비용, 홍보비용,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등으로 최소 5000만 원 선이다. 현행법상 광역‧기초의원 후보의 후원회 설치가 금지돼있어 청년후보들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과 협력을 받기도 어렵다.

 

출마 장벽 되는 현행 선거 관련법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광역‧기초의원은 정치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 결국 광역‧기초의원에 출마한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선거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청년후보들에게 시민들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는 현행법은 더 큰 부담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장경태 수석부위원장은 “인지도나 당 경력이 부족한 청년후보들은 많은 활동을 해야 해서 직장을 다니기도 어려워 선거비용 마련이 힘들다”며 “이런 상황에서 돈과 명성이 있는 기성 정치인들을 넘어서기는 역부족”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선거비용 보전 제도에 의하면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5 이상인 경우 전액이 보전되며, 득표수가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10 이상 100분의 15 미만인 경우에는 50%가 보전된다.

  하지만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서 제외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일례로 ‘예비홍보물’은 후보 자신을 많은 유권자들에게 빠르게 알릴 수 있는 선거운동수단이지만, 선거비용 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의당 왕복근 서울시 관악구의원 후보는 “예비홍보물은 공직경력이 전무하거나 짧은 청년후보들에게 중요한 선거수단이지만 발송 비용이 100만 원을 훌쩍 넘는다”며 “만만치 않은 비용이라 홍보물 발송을 고민하는 후보들이 많다”고 밝혔다. 1000만 원 정도 드는 사무실임대료도 선거비용 보전 제외 대상이다. 애초에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득표율을 충족하지 못하면, 자신의 사비로 5000만 원에 다다르는 선거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

  결국 대부분의 청년후보들은 직장을 다니며 모은 자금을 활용하거나 주변 지인을 통해 선거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경환 서울시 관악구의원 후보는 “지인들과 가족에게 돈을 빌려서 대부분의 비용을 마련했다”며 “주변의 도움 없이 자비로 선거비용을 충당해야 했다면 출마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청치펀딩’의 등장, 필요한건 정치적 안전망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청년후보들을 돕기 위해 대안 플랫폼인 ‘청치펀딩(청년정치펀딩)’이 등장했다. 청치펀딩 김동욱 대표는 “우리나라 선거법상 지방의 시도의원이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은 금수저가 아닌 이상 개인 간 금융거래뿐”이라며 “시민들이 후보에게 펀드를 투자하고 후보는 약정된 날에 이자와 원금을 돌려주는 시스템을 통해 정치자금 마련을 용이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청치펀딩의 설립 배경을 전했다.

  현재 청치펀딩에 참여하고 있는 후보는 12명이며, 투자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청치펀딩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선거에 활용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강화평 대전 동구의원 후보는 “정치자금법상 후원금 모금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돈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청치펀딩을 활용하게 됐다”며 “다른 청년후보들과 연대할 수 있고 차용증을 만들 수 있는 점이 좋다”고 청치펀딩의 장점을 밝혔다. 이경환 후보는 “청치펀딩은 ‘무연고 시민’에게 돈을 빌리는 것”이라며 “생면부지인 분이 100만 원씩 투자해주실 때 그만큼 책임감도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청치펀딩이 청년후보들의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대안이 되고 있지만, 청년들이 정치에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현행법의 본질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장경태 수석부위원장은 “유독 정치체제에서 청년들이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고 꼬집으며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안전망에 대한 논의가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관악구의원 왕복근 후보는 “현행 선거법이 개정돼 청년, 여성, 성소수자, 노동자 등 그간 정치와 선거에서 배제됐던 시민들이 정치에 보다 쉽게 접근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송채현 기자 cherish@

일러스트|주재민 전문기자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