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공립(국‧사립) 중등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의 경쟁률은 10:1로 응시자 4만7494명 중 4844명만이 합격했다. 주요 교과인 국어와 영어의 경쟁률은 25대 1, 수학은 17대 1에 육박했다. 2019 중등임용시험이 한 달여 남은 현 시점에서 높은 경쟁률로 인해 예비교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맞춰 주요 교과를 중심으로 교원규모를 축소하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에 비해 과다한 예비교원이 배출되고 있다.

 

기관역량평가로 이뤄지는 수급조절

  교육 전문가들은 예비중등교사들이 마주한 임용절벽이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수 변화를 예상하지 못하고 교원양성기관을 계속해서 인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중등교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사범대학을 중심으로, 일반대학 교직과정과 교육대학원(교대원)에서 교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는 국립 사범대학만으로는 교원수요를 충족하기 어렵게 되자 사립 사범대학 설립을 허용하고, 일반대학에서 교직과목을 이수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교직과정을 설치했다. 본래 교사의 재교육을 담당했던 교육대학원도 신규 교원 양성기능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뒀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교원 공급이 늘어나 수요량을 한참 추월했음에도, 같은 정책이 이어지며 수급불균형 구조가 고착화되는 원인이 됐다. 이일용(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1960년대 말에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취직이 잘 되자 많은 중등교원 자원이 교직을 선택하지 않아 교육대학원의 양성기능과 일반대학 교직이수 과정 설치를 대거 허용했다”며 “1980년대 들어 이탈 중등교원자원이 없어진 이후에도 정부가 인구절벽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오늘날 수요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예비교원을 공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뒤늦게 정부는 구조조정을 내세우며 문제 해결을 시도해왔다. 현재 교육부는 ‘교원양성기관역량평가’를 실시해 평가 결과가 좋지 않은 중등교원양성기관의 입학 정원을 감축해, 교원수급을 안정화시키는 중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제4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가 이뤄졌으며, 제5주기 교원양성기관역량진단(구 교원양성기관평가)은 개발 중에 있다. 제4주기 교원양성기관역량평가에서 C‧D등급을 받은 학교는 교원양성 인원의 30~50%를 감축해야하며, E등급을 받은 경우 폐과해야 한다.

 

교원확보 미흡한 기관이 평가도 낮아

  올해 1월에 발표된 제4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사범대학이 우수했고, 일반대학 교직과정과 교대원의 성적은 저조했다. 45개의 사범대학 중 6개교가 C등급 이하를 받아 인원 감축 조치를 받았다. 반면 일반대학 교직과정은 총 51개교 중 45개교가 인원 감축을, 최하위 등급을 받은 2개교는 폐과 조치를 해야 했다. 교원양성 기능을 수행하는 39개의 교육대학원은 32개교가 C등급 이하를 받았다. 특히 대부분의 교육대학원과 일반대학 교직과정은 역량진단항목에서 점수 비중이 가장 큰 ‘교원영역(교원 확보의 적절성 및 전임교원 활동의 적절성)’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았다.

  교대원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임교수를 채용하기보다는 사범대학 소속 교수들이 수업을 겸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교원교육학회장 박남기 교수는 “저녁에만 이뤄지는 교육대학원 수업의 특성상 전임교원을 충분히 채용하기 어렵다”며 “교육대학원의 양성기능이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대원은 전임교수 채용은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선보(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사범대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는 학부에 소속된 전공 교수들이 밤에 교대원에서 수업을 하면 된다”며 “전임교수 확보 비율을 평가에서 굳이 강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반대학 교직과정도 교과교육 전임교원 확보가 미흡해 평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직이수를 위해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교과과목 수업을 각 과에서 개별적으로 개설하고 있어, 각 과에 소속된 전공 교수들이 교직과정을 맡아서 교육한다. 영어영문학과 교수들이 영어교과교육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식이다. 남서울대학교 교직부장 이석열 교수는 “이들이 교과교육 교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년간 단독 논문을 2편 이상 써야 한다”며 “교과교육 분야는 비사범대 교수들의 관심사가 아니다 보니 전임교원 확보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반대학과 교육대학원의 교수들은 평가결과에 따라 교원양성인원을 줄여나가는 정부의 정책에는 대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원의 다양성이 없어질까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본교 한문학과장 임준철 교수는 “여러 단과대에서의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측면의 능력을 갖춘 교사를 양성할 필요도 있다”며 “계속해서 교직과정의 인원이 줄다보니 교원 다양성이 없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선보(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사범대에서 양성하는 교원 수만 해도 과도하기 때문에 평가결과가 낮은 교원양성기관부터 인원을 줄여가는 게 맞다”며 “그렇지만 사범대학에 없는 공업교사와 같은 교직과정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가 후 변화 모색하는 대학들

  제4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 결과가 발표된 후, 각 대학은 5주기 평가에서 보다 긍정적인 진단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2015년에 C등급을 받아 30% 인원감축이 이뤄진 홍익대 사범대학은 당시 학생회가 나서 사범대학의 문제점을 공론화 했다. 이민형 홍익대 사범대학 학생회장은 “평가 이후 우리학교가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 중 하나인 ‘강좌 당 학생 수’를 개선하기 위해 수강 인원이 많은 강좌의 경우 분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고 학교의 변화를 전했다.

  일부 교대원은 설치된 교원양성 학과의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2016년에 C등급을 받은 세종대 교대원은 양성과정으로 설치된 연극영화교육 과정을 강화할 계획이다. 세종대 교육대학원 교학부장 권현수 교수는 “연극영화교육은 타 대학에서 많이 개설되지 않은 전공이어서 과 특성을 살려 맞춤형 교육을 할 예정”이라며 “현장 연계가 중요한 실기 중심의 전공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5주기 평가 기준에 충족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평가를 통해 관련대학에서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교원양성기관평가 담당 교수들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항목 별 점수만을 제공할 뿐 그 이유를 공개하지 않아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김규태(계명대 수학교육과) 교수는 “각 학교가 왜 그 등급을 받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니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막막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에 평가 주체인 한국교육개발원 측도 이에 공감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추가 지원을 통해 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한국교육개발원 평가 담당 직원 A 씨는 “평가가 3년에 걸쳐 이뤄지다보니, 형평성을 위해 자세한 평가근거를 제공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하는 자료만으로는 각 학교가 부족한 부분을 확실히 고쳐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개발원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5주기 평가 시작 전 대학별로 4주기 평가 결과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권현수 교수는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평가에 의한 피드백과 후속조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평가 결과에 대한 자세한 해석과 컨설팅이 제공된다면 제대로 된 평가로서의 가치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글|송채현 기자 bravo@

일러스트|정예현 전문기자

인포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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