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서 (본교 교수·미디어문예창작 전공)

  마지막까지 남은 두 작품 사이에서 고민했다.

  「신세계로부터」는 시종일관 안정된 문장과 중심 소재에 대한 집요한 묘사를 장점으로 거느린 작품이었다. ‘여섯 번째 감각’이라는 새로운 능력 혹은 뜻밖의 결함과 마주쳐서 이 소설의 주인공은 어찌하여 드보르작의 작품 <신세계>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보다 오히려 익숙한 세계에 대한 동경, 향수를 더 많이 담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첫 장부터 단도직입적으로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 성공한 후 차츰차츰 긴장을 고조시켜가며 절정으로 치닫는 구성에 비추어보건대 이 작가는 상당한 수련 과정을 거친 모양이다.

  「원 웨이 티켓」은 젊은 감각이 돋보이는 산뜻한 문장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합법적인 안락사를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잠시 동안의 연인’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며칠을 줄거리 삼고서 시시각각 유령처럼 출몰하는 안타까움, 호기심, 무기력감, 불안 등의 다양한 감정들을 고리타분하지 않게, 과히 무겁지 않게, 좌충우돌하되 일관성 있게 그려내었다. 특히 작품 전체에 감도는 유머러스한 분위기는 궁지에 몰렸거나 혹은 궁지로 질주하는 그들의 아픈 처지를 감칠맛 나게 대비시키고 있다.

  마침내 우열을 가른 건 ‘결말의 인상’이었다. 안정된 문장력과 나무랄 데 없는 구성에도 불구하고 「신세계로부터」의 결말은 개인적 경험 및 그에 대한 성찰이 지금·여기·우리의 문제로 확산되기 직전에 멈추었다. 한편 수많은 의문을 그대로 남겨둔 「원 웨이 티켓」의 결말은 이를 해소하려는 욕구 자체를 비윤리적인 호기심으로 기능토록 함으로써 독자의 죄책감을 유도해내는 데 성공했다. 덕분에 이 소설의 독자는 결국 독자 자신에게로까지 확산되고야 말 질문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어째서 당신은 손에 쥐어진 카드 중에서만 선택했는가. 무엇이 두려워 당신은 늘 참기만 했는가. 왜 입을 꾹 다문 채 상대가 들려주기만을 기다렸는가.

  이 글과 저 글의 모든 작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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