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인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인기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로 요식업 경영자인 백종원 대표가 직접 자영업자들과 살을 맞대면서 아낌없이 조언해주고 함께 고민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가만히 보다보면 횟수가 거듭할수록 방송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비춰진다는 걸 느낀다. 열정을 가지고 배우려는 사람, 자기 고집을 꺾지 않고 끝까지 가르침을 거부하는 사람, 이미 자포자기한 상태로 별말 없이 따라가기만 하는 사람 등. 시청자들은 이런 출연자의 모습에 측은해하기도 하고 응원을 보내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분노와 탄식을 내뱉기도 한다.

  하지만 ‘골목식당’은 텔레비전 속 판타지다. 우리가 마주하는 ‘골목 일상’엔 솔루션을 제시해줄 백종원은 없다. 어느 누구도 대신 나서서 정답을 말해주려 하지 않는다. 불쑥 성인이 돼 버린 21살짜리 대학생에겐 오로지 스스로의 결정과 판단만이 전부였다. 최근 회자되는 ‘대2병’과 같이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 대학생의 성장통은 다른 누구도 해결해주지 못할 스스로의 아픔이었다. 어느새 삶의 모든 순간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그 무게감이 성큼 와 닿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골목식당’에 나오는, 배우려는 노력도 의지도 없는 몇몇 출연자를 볼 때면 부러우면서도 얄밉기도 했다. 저렇게 옆에 붙어서 두 팔 걷고 도와준다는데, 천운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자신이 노력을 통해 극복해야 할 삶의 지점은 누구나 마주하게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든 없든 인생의 순간에서 홀로 서기 위해 좌충우돌해보는 것, 그리고 항상 배움의 낮은 자세로 충고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것.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그것이 일상의 막막함을 극복할, 가장 정답에 가까운 풀잇법일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뻔한 고민에 가장 뻔한 답을 찾았다.

  최근 골목식당에 출연한 돈가스집 사장님이 백 대표의 도움 없이도 묵묵한 자기 노력과 겸손함으로 성공하는 것을 봐서일까, 도움을 준다 해도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몇몇 불성실한 출연자들의 실패를 봐서일까. 이 방송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며 삶의 순간에서 개선과 극복의 기회는 스스로 배우고 노력하는 자의 곁에 머문다는 것이 그나마 뚜렷해졌다. 이젠 ‘왜 나한텐 백종원이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투정은 그만둬도 되겠다 싶었다.

 

박형규 취재부장 twin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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