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 아동이 상처를 이겨내기 위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료실 내부 모습이다.

  서울시 총인구 중 법적 ‘아동’으로 정의되는 0-19세 인구는 대략 15.9%다. 그중 노원구의 아동 인구는 서울시 전체 아동인구의 18.2%를 차지해 25개 구 중 4번째로 높다. 노원구에는 지역 거주 아동 보호를 위해 힘쓰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있다. 학대 피해 아동에 대한 관리부터 아동 주변의 학대 행위자, 신고자, 가족 구성원 교육까지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피해 아동들이 더 아프지 않길 바라는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 김한기 관장을 만나봤다.

 

-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에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 접수, 현장 개입, 사후관리까지 두루 총괄합니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에 특히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 아동학대의 80.5%가 가정에서 일어났고 학대 행위자의 76.9%가 친부모였어요. 아동학대 예방 홍보와 교육을 통해 가정 내 훈육의 정도가 심해지면 학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많이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저희에게 직접 신고가 들어오거나, 112에서 접수된 신고가 전달되는 경우죠. 신고가 접수되면 현장에 개입해 피해 아동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는데, 응급상황 시 피해 아동을 일시보호시설로 인도합니다. 그 이후 현장조사팀에 의해 피해 아동, 학대 행위자, 신고자에 대한 조사를 차례로 진행하죠. 그 다음 사례판정 회의를 열어 신고된 사건의 학대 여부를 결정합니다. 학대인지 훈육인지 애매한 경우에 대한 논의도 여기서 이뤄지고요. 학대라고 판단될 경우 치료사업과 사후관리를 맡고 있는 사례관리팀으로 사건이 넘어갑니다.”

▲ 김한기 관장은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원가정 복귀가 힘든 아동에 대한 보호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가 들어온 가정이나 경찰서로 출동해 현장 조사를 진행합니다. 피해 아동의 몸 상태 등을 확인해 원 가정으로 복귀시킬지, 원 가정으로부터 분리할지를 결정합니다. 노원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정식운영을 시작한 3월부터 현재까지 아동학대 신고처리 건수 총 148건 중 피해 아동이 보호시설로 보내진 건수가 26건이에요. 분리 보호한 건수가 이 정도라는 건 꽤 높은 수치죠.

  경찰과 기관이 피해 아동에 대한 응급 보호 조치나 분리 조치를 취하면 피해 아동은 일시보호시설에서 보호합니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다르지만, 일시보호시설에선 보통 1~3개월 정도 아이를 보호해요. 보호 중 학대요인이 해소되거나 학대 재발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면 원 가정으로 복귀시키지만, 집으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장기보호 시설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장기보호 시설로는 ‘학대 아동 쉼터’가 있습니다. 하지만 각 시설마다 보호할 수 있는 아동 정원은 7명뿐이며 이마저도 서울시 내 3곳밖에 없어 많은 아동이 보호받을 수 없는 실정이에요. 장기보호 시설에 대한 지원과 확충이 절실합니다.”

 

-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는 어떻게 진행되나

  “학대 판정이 나면 기관이나 보호시설에서 사례관리를 담당해 진행합니다. 학대를 당한 아동은 신체적으로, 심리적으로 외상을 입어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려요.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에는 여러 기법이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대화를 통한 대면 상담입니다. 처음 만난 피해 아동은 대부분은 얼어있고 감정 표현을 꺼려해서 바로 대화치료를 하는 덴 무리가 있습니다. 이럴 땐 놀이 치료, 미술치료, 인지행동치료, 가족치료 등 다양한 치료를 선행해 상담원과의 친밀감과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치료사와 어느 정도 친밀해졌다고 느끼면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하고, 학대 경험에 대한 상처를 드러내고는 하죠. 이후에도 지속해서 학대 경험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한 심리치료도 이어져요.”

 

- 부모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나

  “부모 교육에는 개별적, 집단적 교육이 있어요. 집단적 교육은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부모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강연 형식의 아동학대 사전예방 교육인데 강제성이 없어서 참여율이 저조해요. 이러한 교육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하죠. 개별적 교육은 가정법원의 부모교육명령에 따라 학대 행위자가 받는 교육으로 기관에서 진행됩니다. 이 교육은 아동발달특성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교육과 부모 자신을 알아가는 교육으로 나뉘어 있어요. 실제로 교육 효과는 아주 높습니다. 아이의 발달 특성과 행동을 이해하고 부모 자신의 스트레스, 성격, 태도 등을 알게 되면 양육 태도가 많이 개선되죠. 우리 기관에서도 부모가 교육을 받고 ‘아이에 대해 많이 몰랐다는 것을 느낀다’든가 ‘이런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고 있는지 몰랐다’는 등의 말을 하곤 해요. 부모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만큼 확대돼야 하는 거죠.”

 

-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아동학대 사건이 언론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많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2016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 제도까지 생기며 수면 아래 숨겨져 있던 아동학대에 대한 신고도 증가했어요. 하지만 노출되는 사건은 늘어나는데 이를 맡아서 관리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예요. 기관 수 자체도 전국 63개소로 그 많은 아동 인구를 보호하기에 부족한 실정이고요. 저희 노원구는 직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노원구 아동들만 담당하지만, 최소 2~3개, 최대 6개 구의 아동 보호를 한 기관에서 담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각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조사원이나 사례관리 요원도 부족합니다. 신고접수부터 사후관리까지 아동학대 사건에서 담당하는 범위가 너무 방대해 한 명이 떠맡게 되는 업무가 과중해요. 내년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4개소가 설립될 예정이고, 보건복지부에도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부서가 신설된다고 해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더 원활히 운영되도록 국가 지원이 더해졌으면 합니다.”

 

- 아동학대는 어떻게 예방할 수 있나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선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해요. 112나 각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 아동학대를 신고하도록 하고, 부모, 신고의무자나 비신고의무자에 대한 교육 확대가 필요해요.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아동학대를 조기 발견하고 예방할 수 있죠. 무엇보다 사소해 보이는 곳에서 아동학대의 결정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계절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아이에 대한 작은 관심이 그 아동이 방임 중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죠. 아이를 향한 사소한 관심이 학대 아동 구제와 아동학대 예방의 출발점이 되는 것입니다.”

 

글·사진 | 김예진 기자 sierr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