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오는 건 제게 일이 아니라 삶이었어요.” 심리학과 72학번으로 입학해 대학원과 교수 시절을 모두 고려대에서 보낸 성영신(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익숙해진 학교를 떠나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은 실감 나지 않지만,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보내는 일상이 사라지면 정말 허전할 거예요.”

 

  캠퍼스의 낭만을 즐겼던 심리학도

  성영신 교수는 소비자·광고 심리학 분야의 권위자로 손꼽힌다. 성 교수는 한국심리학회 회장한국소비자광고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심리학 분야의 심도 있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특히, 실험이나 심층면접 같은 기존 연구방법에서 나아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이용해 소비자의 뇌 구조와 무의식적 심리 사이의 메커니즘을 파악하는 뉴로마케팅연구를 선도해왔다.

  뛰어난 업적을 남긴 연구자이지만, 학부 시절 성영신 교수는 대학의 낭만을 즐길 줄 아는 학생이었다. 대학생이라면 클래식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시류에 학교 앞 클래식 음악다방에서 디제이를 하기도 했다. 공강 시간에는 푸르게 물든 캠퍼스 곳곳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흙내음 가득한 과거의 고려대를 추억하는 그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지금의 인촌기념관 자리에 있던 잔디밭에서 동기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오솔길의 정취를 느끼며 도서관에 가기도 했어요.”

  1987년부터 교단에 선 성영신 교수는 학생들의 자발성을 중시하는 교육자였다. 그래서인지 성 교수의 수업에서는 출석 부르는 일을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출석확인 같은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수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방법을 고민했어요.”

  이에 성영신 교수는 부임 초부터 협동으로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하는 팀플 수업을 도입했다. 학생들에게 팀원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제시한 다양한 의견이 모이면 얼마나 창의적인 결과가 만들어지는지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오랜 제자들을 만나면 당시 과제로 했던 팀플 활동 이야기를 하며 웃어요. 그때는 너무 새로워 당황스러웠지만, 사회에 나가니 협업의 경험이 업무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게 한다고 하더군요.”

 

  다양성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

  성영신 교수는 오랜 시간 함께한 심리학과의 발전을 항상 고민해왔다. 특히, 내년에 예정된 본교 심리학과의 학부 독립엔 그의 역할이 컸다. 뇌 과학을 접목한 뉴로 마케팅을 연구해오며 심리학이 타 학문과 융합할 수 있는 체계 구현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심리학에서 하나의 주제를 연구할 때 다양한 학문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학은 방법론, 즉 어디서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해요. 여러 시각으로 본 결과를 종합해야 비로소 사람의 심리가 보이는 거죠. 뇌 과학과 빅 데이터 등 다양한 방법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심리학과의 교육체계 혁신은 필연적이었어요.”

  2005, 학생처장으로서 본교의 첫 여성 보직교수가 된 성영신 교수는 학내 다양성 실현에도 힘써왔다. 그 노력의 결실로 본교는 올해 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다양성 위원회설립을 앞두고 있다. “개인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편견이 형성되는 것은 불가피해요. 중요한 건 편견을 인식하고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며, 이를 시스템을 통해 인위적으로 깨려고 시도하는 것이죠.”

  끝으로 성영신 교수는 학생들이 대학시절을 천천히 즐기며 자신만의 의미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새내기 시절 무작정 책 100권을 읽자는 목표를 세운 적이 있어요. 그 내용을 제가 얼마나 잘 소화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죠. 단지 이를 이뤘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 무한한 자신감을 줬습니다. 여러분들의 대학생활이 각자 자신의 내면을 가꿔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김예정 기자 breeze@

사진고대신문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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