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의 활약은 <모여라 딩동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딩동딩동 딩동댕 유치원~” EBS 장수 유아프로그램 <딩동댕 유치원>은 코흘리개시절 누구나 한번은 본 프로그램일 것이다. 당시 주인공 뚝딱이가 소원을 이뤄주는 요술 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동심을 자극했지만, 뚝딱이 아빠가 들려주는 동화 이야기만큼 재밌지는 않았다.

  김종석(서정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뚝딱이 아빠’로서 아이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우리에게 추억으로 남아 있는 김종석 교수를 그가 직접 운영하는 팔당댐 앞 카페에서 만났다.

 

  - 많은 분이 ‘뚝딱이 아빠’를 오랜만에 볼 것 같아요. 인사와 함께 근황을 알려주세요

  “우리 학생분들 반가워요, ‘뚝딱이 아빠’ 김종석입니다. 꼬꼬마 시절 이후로 저를 못 본 분들이 많으실 텐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25년 동안 <딩동댕유치원-모여라 딩동댕>에서 뚝딱이 아빠로 활약 중입니다. 서정대유아교육과에서 교수로서 유아교육에도 힘쓰고 있죠. 여전히 7살 아이들까지는 인기최곤데, 철든 여러분들에겐 인기가 없겠어요, 하하.

  사실 제게 고려대는 추억이 서린 곳이에요. 새파란 스무 살 시절에 고려대 법대를 가고 싶어서 시험에 응시한 적이 있거든요. 아쉽게 떨어지고 다른 대학을 갔지만, 당시 석조 건물에서 열심히 문제를 푼 기억은 생생합니다.”

 

유아프로그램으로 인성 교육 가능해

요즘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되찾아주고파

 

  - <딩동댕 유치원>, <뽀뽀뽀> 등 오랜 세월 동안 유아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으셨어요.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젊을 때 명문대 진학하려고 절에 들어가서 공부도 하면서 도전했는데, 떨어지니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남들이 걷지 않는 다른 길을 개척하자고 다짐했죠. 여러 고민 끝에 내린 분야가 개그맨이었습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개그맨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니까요. 처음엔 MBC 개그맨으로 출발했어요. 하지만 한 3년 동안 일하면서 회의감이 들더라고. 그 당시 같이 활동했던 故이주일 선배는 너무 웃기지만, 저는 그렇게 재미있지 않으니까(웃음).

  그때 다가온 것이 유아프로그램이었어요. 경험으로 다져진 개그 감각으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했죠.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유아프로그램이 한직이었어요. PD, 개그맨이 인기가 떨어지면 가는 곳이 유아프로그램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당시 저는 소파 방정환 선생님의 일대기를 읽고 깨달은 바가 있었어요. ‘이런 사람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어렵고 힘든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관심받고 보호받는구나’라고. 그래서 제가 그 분의 얼을 이어받은 실존 인물이 되겠다고 큰 결심을 했죠. 이후 아이들에게 제 재능을 선물하고자 완전히 유아프로그램으로 넘어갔습니다.”

 

  - 그럼 뚝딱이 아빠로 활동하신 건 언제부터인가요

  “뚝딱이가 탄생했을 때부터예요. 왜냐하면, 뚝딱이를 탄생시킨 것이 저니까요. 횟수로는 25년이네요. 제가 처음 <딩동댕 유치원>에서 방송할 때 뚝딱이 아빠가 아니라 MC로 사회를 봤어요. 당시 어린이들을 유심히보는데 신발에며 모자에며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있더라고요. 물론 미키마우스가 귀엽지만, 우리나라 정서에 딱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 우리만의 캐릭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 사비를 탈탈 털어서 한 호텔 방을 잡고 PD, 작가, 디자이너들을 불러 미키마우스에 대항할 캐릭터를 만들어보자고 설득했죠. 이틀은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히 하루 만에 뚝딱이가 뚝딱! 만들어졌습니다, 하하.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에서 모티브를 따왔어요. 아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방망이를 가진 친구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문제는, 뚝딱이가 유명해지면 제 일자리를 잃을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뚝딱이가 요술 방망이를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아빠가 필요하다고 건의했죠. 그리고 제가 하기로 했어요(웃음).

  이후 뚝딱이가 점차 인기를 얻고 국산 유아 캐릭터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뚝딱이 후배 격인 뿡뿡이, 폴리, 번개맨 등이 등장하고 뽀로로와 같이 세계에서도 먹히는 국산 캐릭터가 나온 것이죠. 그러므로 뚝딱이와 뚝딱이 아빠의 탄생을 소중히 해야 합니다.”

 

  - 뚝딱이가 우리나라 유아들의 첫 친구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하지만 친구의 의미만 있진 않았어요. <딩동댕 유치원>을 포함한 유아프로그램은 친구이자 부모였기 때문이죠. 부모들이 자식에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인성 교육을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그래서 행복감을 느끼는 법,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역할을 유아프로그램이 대신하고 있죠. 뚝딱이를 보며 올바른 게 무엇인지 느끼면서 친구를 사귀는 법, 화가 났을 때 억제하는 법, 사랑을 표현하는 법 등 사회에 필요한 덕목을 체득하게 됩니다. 유아프로그램도 이런 의도성을 가지고 계속해서 내용을 구성해요. 뚝딱이, 뿡뿡이, 뽀로로를 유심히 보면 결국 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 지금은 뚝딱이 아빠뿐만 아니라, 서정대 유아교육과 교수로서 후학을 양성하고 계십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면서 세상엔 행복한 아이만 있진 않다고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거나 무관심에 놓인 아이들이 많아요. 저는 뚝딱이 아빠로 그 아이들 편에 서 있었지만, 힘든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선 역부족이었죠. 그래서 아이들의 목소리를 보다 정확하게 대변하고 싶은 마음에 아동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9년간 공부하며 성균관대 아동학박사 학위를 받고 교수가 됐죠. 이후칼럼, 인터뷰를 통해 아동 복지에 대해 알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에게 올바른 교육관을 심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특별히 중요시하며 가르치는 것이 있나요

  “전 교사를 주전자라고 생각합니다. 주전자 안에 물을 가득 채웠다고 해도 컵에 따르지 못하면 소용이 없어요. 따르지 못한 물은 결국 썩지 않겠어요? 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론적으로 열심히 공부한 것을 아이들에게 훌륭히 전달하도록 기술이 필요해요. 수십 년간 아이들과 부딪히며 얻은 지혜를 지식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들이 무조건 웃는 언어들이 있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네가 좋아하는 번개맨 지금 뭐 하는지 알아? 똥 싸!’라고 말하면 울음을 뚝 그치고 자지러집니다. 우스워 보일 수 있어도, 제가 가르치는분 야인 유아놀이, 유아음악이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가게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지혜입니다. 제가 유아프로그램을 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노하우를 미래 교사들에게 알려주는 거죠.”

 

  - 유아교육 전문가로서 몇 가지 여쭤보고자 합니다. 예전 아이들과 요즘 아이들의 차이가 있을까요

  “호기심이요. 예전에 아이들은 스스로 찾아가는 호기심이 강했습니다. 생계에 시간을 쏟아부으니까 예전 부모들이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관심을 못 가졌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아이들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환경을 제공했죠. 반면에 요즘엔 아이들과 부모가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났어요. 분명히 좋은 변화이지만, 단점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의 호기심 모두를 부모가 채워주기 시작했어요. 아이들이 느끼는 호기심에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주기 전에 부모가 나서서 해결해버리니 자신이 느끼는 호기심에 대해 성찰할 기회가사라진 것입니다. 호기심은 사람을 발전하게 만드는 동기인데 요즘 아이들에겐 점점 부족해지고 있어요. 요즘 부모들은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 스스로 고민하고 깨닫도록 시간을 줘야만 해요. 흙이 더럽다고 흙놀이를 아예 못 하게 하면 안 됩니다.”

 

  -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아이들이 많아요. 이런 유아들에겐 어떻게 다가가는 것이 좋을지 궁금합니다

  “이미지 형성이 핵심입니다. 먼저 간단한 예시를 들게요. 매일매일 문을 쾅쾅 닫는 아이가 있다고 합시다. 만약 부모가 아이를 문을 쾅쾅 닫는다고 혼내기만 한다면, 그 아이에게 남는 이미지는 ‘문’과 ‘쾅쾅’이 남아요. 그러면 문 앞에 설 때마다 ‘쾅쾅’이 연상돼 또 강하게 닫게 됩니다. 결국, 또 엄마에게 혼나겠죠. 이미지는 그 사람의 행동을 지배해요. 그러면 쾅쾅 안 닫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어요? 혼내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바를 차근차근 설명해야 합니다. ‘이 녀석아, 문을 살살 닫아야 한단다.’ 그러면 이미지로 ‘문’과 ‘살살’이 남게 되죠.

  마찬가지예요. 아이가 상처를 받잖아요? 위로랍시고 그 이야기를 해서는 안 돼요. 상처를 끄집어낼수록 자신과 그 상처를 이미지로 남겨요. 아버지에게 가정폭력 당한 아이에게 ‘아빠한테 맞아서 힘들었지’라고 하면 아이 머릿속에 저와 가정폭력이 남는 것이죠. 그건 오히려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똑같이 대하며 과거를 잊도록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뚝딱이 아빠에게 질문할게요. 꼬꼬마 친구들이 어른이 돼서 사회에 진출한 것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아요

  “녹화장에 가면 가끔 엄마들이 빛바랜 사진 한 장을 가져와요. 10년은 더 돼 보이는 사진 안엔 예쁜 아이가 웃고 있죠. ‘예쁜 친구네’라고 칭찬을 하면, 그 엄마가 자신이라면서 고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당시에 친구도 없고 힘들었던 환경이었는데, <딩동댕유치원>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다고. 그 추억이 좋게 남아 이젠 자신이 엄마로서 아이를 데리고 찾아온 거죠.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고 보람찹니다.”

 

  - 우리에게 특별한 만큼, 교수님 자제분들에게도 특별한 아버지시겠어요

  “사실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한 번도 방송에 출연시키지 않았어요. 이는 계약서에 명시된 것도 아니고 스스로 약속했기 때문이에요. 만약에 뚝딱이 아빠가 자기 자식들을 데리고 방송에 출연한다면, 몇몇 아이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결손가정아이들,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뚝딱이 아빠는 캐릭터를 넘어서 대리 아빠의 존재니까요. 자식들에게 미안하지만, 방송하는 25년 동안 기회가 있어도 제 자식들을 출연은 물론이고 언급조차 안 했습니다.같은 의미로 제 나이를 밝히지 않고 있어요. 인터넷에 떠도는 나이는 다 틀렸습니다(웃음). 육신이 늙어가도 뚝딱이 아빠란 캐릭터는 영원히 뚝딱이 아빠로 남아야만 해요. 이 두 가지는 평생 지키려고 합니다. 커가는 아이들에게 영원한 아빠로 남고 싶어요.”

 

  - 훌쩍 커버린 저희들에게 뚝딱이 아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모든 국민이 송해 선생님을 좋아하잖아요.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그 분이 마음의 고향이기 때문이에요. 해외동포들, 북한 사람들이 다른 건 기억 못 해도 ‘송해 아저씨’는 기억해요. 40년 넘게 한 곳을 지켜오는 송해 선생님을 보면서 고향 생각에 젖어 들고 웃고 우는 겁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유아 채널에서 뚝딱이 아빠를 우연히 보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2~3초 동안 멈추고 ‘저 사람 아직도 하네’라면서 어렸을 때의 추억과 흐뭇함에 빠지는 거죠. 한 유아프로그램을 오래하는 것이 아이들의 고향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송해 선생님이나 저나 될 때까지 방송하면 좋겠어요(웃음).”

 

  -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뚝딱이 아빠로서 다 커버린 대학생들에게 따뜻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과한 욕심은 목표가 아니라 독이에요. 누구나 빌게이츠, 스티브잡스, 이건희 회장을 꿈꿀 수는 있지만, 그것을 이루지 못한다고 좌절하고 절망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욕심을 버리면 행복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학생들이 자신이 만든 올가미에 얽매이기보다 다양한 곳을 찾아가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며 행복을 찾기 바랍니다.”

 

김인철 사회부장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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