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의 여학생 예비군 이용경(공과대 전기전자16) 씨는 "군인일 때나 학생일 때나 '조국 해양 수호'라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학생 예비군 이용경(공과대 전기전자16) 씨는 "군인일 때나 학생일 때나 '조국 해양 수호'라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누구나 마음속에 꿈을 한 가지씩 품고 산다. ‘대통령이 돼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일 수도 테라스가 딸린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구체적 소망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학생 예비군인 이용경(공과대 전기전자16) 씨는 후회 없이 인생을 보내겠다는 마음으로 의학, 공학, 군인 세 가지 꿈을 실현해 나가고 있다. 연세대 임상병리학과생에서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고, 본교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하기까지 이용경 씨의 꿈을 좇는 여정을 따라가 봤다.

 

  초등학생을 매료시킨 이지스 전투체계

  ‘이지스(Aegis)’는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딸 아테네에게 준 방패의 이름이다. ‘이지스 전투체계는 적의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해군의 통합 시스템으로, 제우스의 방패만큼 막강하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이지스 전투 체계는 초등학생이었던 이용경씨에게 우연히 다가왔다. 서점에 갔다 길을 잘못 들어 도착한 국방 코너에서 책 <대양해군으로 가는 길>을 발견한 이 씨는 집에서 형광펜을 쳐가면서 책을 정독했다. “처음엔 책의 주 내용인 이지스 전투체계가 뭔지도 모르고 그저 멋있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아빠를 졸라 군대 관련 잡지를 정기구독하면서 해군에 대한 관심을 키웠죠.”

  처음부터 해군 부사관으로 입대하려던 건 아니었다. 의학 관련 공부를 먼저 하고 싶어 연세대 임상병리학과에 진학한 이 씨는 졸업 후에 학사 장교로 입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군의 경우 부사관이 전투함을 운용하는 핵심이자 이지스 전투체계를 경험하기에 가장 적절한 직책이라는 생각에 201012월 해군 부사관 230기로 자원입대했다. 첫 입대가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다. 건강상의 문제로 이 씨는 끝내 훈련을 수료하지 못한 채 귀향해야만 했다. “그때부터 고민에 빠졌어요. 군인은 내 길이 아닌가 싶기도 했죠.” 하지만 그는 20103월에 발생했던 천안함 사건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저도 해군의 일원이 돼 전우들과 함께 바다를 지키고 싶다는 강한 염원을 갖게 됐어요. 3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201210월에 해군 부사관 237기로 두 번째 입대했습니다.”

  이지스 구축함인 율곡이이함에서 근무하며 그가 맡은 보직은 함정의 사격통제 부사관이었다. 사격통제 직별(개인마다 맡는주특기)에는 병사가 없어, 하사였던 이 씨가 주로 장비 운용을 보조하는 업무를 맡았다. “보조의 역할이 더 컸지만, 열심히 배우고 익히며 새로운 업무를 해내는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어요.” 해군이었기에 겪은 벅찬 순간도 있었다. 당직근무를 섰던 어느 날, 이상하게 바깥 공기를 쐬고 싶어 갑판으로 나갔다 황홀한 장면을 맞이했다. “아래쪽에서 첨벙첨벙 소리가 나서 내려다봤더니 돌고래 십여 마리가 배 앞과 양옆에서 헤엄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그 순간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세 가지 꿈을 향하며 찾은 한 가지 목표

  3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20151130일 전역한 이용경 씨는 연세대로 돌아가지 않고 본교 전기전자공학과 입학을 선택했다. 의외의 선택을 한 배경에는 율곡이이함에서의 경험이 있었다. “이지스 전투체계를 운용하며 고도의 전기전자공학 기술의집합체라는 것을 느꼈어요. 탐지체계의 발전이 반도체 기술의 발전과 함께한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이 씨는 실리콘 이후 가장 큰 반도체 혁신으로 간주하는 GaN(질화갈륨) 덕분에 레이더 시스템 발전이 가능했다는 것에서 반도체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이외에도 신호처리나 전자회로 등에 대해 제대로 공부해보고자 전기전자공학과로 입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막연히 방위산업 분야로의 진출만을 생각했지만 직접 이지스 구축함을 타보면서 우리나라 국방기술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국방과학기술의 고도화에 핵심이 될 산업으로 진출하고 싶어요. 앞으로 반도체 기술이 그 핵심이 될 것이라 생각해 관련 분야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의학, 공학, 군인 세 가지 길을 걸으며 하나의 목표를 찾기도 했다. 이 씨가 세 분야에서 발견한 하나의 공통점은 결국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자 하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임상병리학으로 누군가의 병을 조기에 예방하고,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수호하며, 공학자로서 전문 지식을 활용해 사람들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모든 분께 감사

  이용경 씨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학생 예비군이다. 과거에는 여군이 전역할 때, 예비역을 선택할 권리가 없어 바로 퇴역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1년 여군 예비군전환제도가 생기며 여군들도 예비역으로 전역할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 씨는 망설임 없이 퇴역이 아닌 예비역을 선택했고 올해로 4년 차 훈련을 받고 있다. “저는 군인일 때나 학생일 때나 조국 해양수호라는 마음에 변함이 없습니다. 현역에서 물러났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선배님들의 뜻을 이어받고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어 예비역으로 전역했습니다.”

  이 씨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주목받는 것이 다른 모든 예비군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 “예비군은 군 복무를 마치고 누구나 하는 겁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열심히 복무 중이신 모든 분께 감사한 마음입니다. ”군 간부라고, 여자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바라지 않았다. 이 씨는 훈련할 때나 공부할 때나 적극적인 자세로 인생을 펼쳐왔다. 단지 대한민국 최초의 여학생 예비군이 아니라, 해군 하사였고 임상병리학과학생이었으며 현재 공학도인 이용경 씨는 지금도 꿈을 실현해 나가는 중이다.

 

박성수 기자 fourdollars@

사진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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