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김태일</strong><br>제주대 교수ㅣ건축학부
김태일
제주대 교수ㅣ건축학부

 

  건축가의 작업은 생활공간을 조직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데 있다. 우리들이 수행하는 사회적 활동으로서의 생활은 어떠한 형태로든 공간적 범위 속에 전개된다. 그것이 외부이든 혹은 내부이든 장소의 구분 없이 생활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공간이 대응하게 되고 또 대응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생활상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바닥과 벽, 천장으로 구성되는 가장 간단한 공간, 그리고 공간을 형성하는 형태는 지역적 문화, 기후, 기술, 사회적 요구 등 다양한 외적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용도, 규모, 조형의 건축이 구조체를 수단으로 하여 조형(造形)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개성미 넘치는 건축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건축가로 안도 다다오를 들 수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적 특징은 형태구성의 기하학적 요소, 공간적 내부의 시간적 요소, 그리고 재질감의 시각적 요소로 설명할 수 있다. 안도 다다오가 건축가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던 초기작품인 스미요시(住吉)의 나가야(長屋) 주택을 통해 그의 건축세계를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다. 일본 오사카 중심부 스미요시(住吉)는 장방형의 부지 위에 건축된 전통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부지의 형상에 따라 중정(中庭)을 두고 점포와 주거기능이 혼재된 가늘고 긴 형태의 주택, 즉 나가야(長屋)가 있는 곳이다. 현대적인 주택으로 설계를 맡은 안도 다다오는 장방형의평면을 균등하게 3등분하여 중앙에 중정(中庭)을 두고 1층과 2층을 각각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으로 구분하여 수직 수평적 분할과 통합하게 하였다. 스미요시(住吉)의 나가야(長屋)주택의 중정(中庭)은 공간을 구획하면서도 모든 행위의 통합과 분산이 이루어지는 일상성의 중심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중정(中庭)을 통해 자연스럽게 빛과 바람이 깊이 스며들게 함으로써 공간의 질과 시간적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사각형과 원형이라는 단순한 기하학적 공간속에 빛(), 바람(), ()이라는 자연요소를 도입시키고자 하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건축적 언어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공용공간과 통로와 같은 건축적 장치를 삽입하여 내부공간을 풍부하게 만드는 독특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마감재료에 있어서도 무표정하고 상당히 절제된 외벽과 천장의 노출콘크리트로 그의건 축 철학을 전달하고 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도 안도 다다오가 남긴 작품인 본태박물관, 글라스하우스, 유민미술관에도 그의 건축 철학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도에 위치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유민미술관’ 사진제공│김태일 교수
제주도에 위치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유민미술관’
사진제공│김태일 교수

 

  본태박물관의 본태(本態)는 본래의 모습, 형태라는 의미이다. 인간 본래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이념을 담고 있다. 본태박물관은 2012년 개장하였다. 제주에 글라스하우스, 지니어스 로사이 등 작품을 남긴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기도 하다. 안도의 콘크리트는 색다른 느낌을 갖게 하는 특징이 있다. 잘 다듬어진 표면의 노출콘크리트를 장식하는 것은 안도풍의 철제손잡이와 회색 및 창문정도이다. 이것은 단순함과 절제미를 갖는 것이며 때로는 무게감 넘치는 공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안도는 단순히 노출 콘크리트의 물성만으로 공간적 깊이를 추구하기보다는 한층 더 나아가 빛이라는 자연적 요소를 도입함으로서 노출콘크리트의 물성을 따스하게 순화시키면서도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포근하게 감싸려는 상당히 의도된 건축적 수법이 안도만의 건축적 특징을 규정짓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콘크리트가 전하는 강한 건축언어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 스며 녹아들어간 미술관이다. 완만하게 경사진 지형조건을 이용하여 나지막하게 앉혀진 본태박물관은 크게 각각 독립적인 3개의 건축물로 구성되어 별동형식으로 제1관에서부터 제4관까지 전시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매표소에서부터 주진입구까지 길게 늘어뜨린 진입동선이 핵심적인 외부공간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안도 다다오는 기하학적 형태 속에 물, 바람, 햇빛을 끌어들이는 건축기법이 뛰어나다. 지형을 따라 몇 차례 꺾어지고 그 과정 속에 사계절마다 변하는 제주의 하늘과 공기, 햇빛을 느끼면서 진입벽을 따라 흐르는 물은 진입동선이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새로운 체험의 공간이 되게 한다. 그리고 2층에 위치한 주진입구에 이르러서는 바다와 산방산의 원풍경이 시야에 드러나며 내부로 진입하게 된다. 내부공간은 총4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1관을 따라 제4관으로 동선이 이어지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1관은 본 박물관의 소장품인 우리나라 수공예품이 전시되는 주요공간이다. 2관은 주로 현대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기획전시공간과 안도 다다오의 공간이다. 3관은 쿠사마 야요이의 공간이며 제4관은 기획전시공간이다. 1관은 폐쇄적인 전시공간이라면 제2관은 공간적으로 시각적으로 개방적으로 구성되어 이원적 구성인 점이 특이하다.

  그리고 성산읍 섭지코지의 오른쪽 끝자락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레스토랑인 글라스 하우스는 건축물이 1층 부분은 노출콘크리트 처리되어있고 2층 부분은 유리로 처리되어있어서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인 노출콘크리트와 유리의 결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글라스 하우스는 크게 3개의 매스가 독립적인 기능을 가지면서 유기적인 형태로 결합되어 있다. 1층에 놓인 2개의 매스 위에V자형 매스가 앉혀진 형태이다. 2층의 V자형 매스는 경사진 지형을 따라 바다를 향해 감싸듯 언덕 위에 앉혀진 모양새다. 매스와 바다로 향한 공간에는 정원으로 꾸며져 푸른바다와 하늘 사이에 놓인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할 수 있도록 경자로가 놓여 져 있다. 특히 언덕 위에 놓인 건축물이 자칫 단조롭게 되지 않도록 안도 다다오 특유의 건축적 장치를 두고 있는데 진입구에 설치된 곡선의 벽면이다. 이 곡선의 벽면은 글라스 하우스 주출입구까지 진입통로의 공간적 영역을 갖게 하는 것이기도 하고 때로는 곡선 벽면 문은 성산일출봉을 하나의 사진 프레임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유민미술관은 유지중(地中)에 감추어진 미술관으로 크게 지상의 외부공간은 성산일출봉을 원풍경으로 끌어 들이면서 돌과 바람, 야생화로 조성된 일종의 랜드스케이프 공간이다. 내부공간은 이중구조로 형성된 진입로를 따라 폐쇄적인 공간이 만들어내는 고요함, 적막함을 통해 내부의 전시공간에 이르는 공간의 연결기법으로 구성되어있다. 특히 수공간의 끝에 놓인 벽의 가늘고 긴 수평 개구부는 성산일출봉을 한 폭의 사진으로 보여주는 색다른 곳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외부통로는 이중벽 구조로 구성되어 있고 경사진 통로이다. 이 공간이 명상공간으로의 유도공간이자 준비공간이다. 건축물 외벽의 노출콘크리트와 건축물을 감싸는 제주석으로 마감된 옹벽이 이질적으로 대비된다. 이는 자연성과 인위성의 대비를 통해 긴장감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 속에 스며드는 빛과 바람, 그리고 푸른 하늘의 자연미가 가미되면서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변하기도 한다. 내부공간은 각각 4개의 정사각형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3개의 전시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동하면서 각각의 전시공간을 통해 관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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