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 ‘웹드라마가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퍼지자, 지상파 방송사도 웹드라마 제작에 나섰다. ‘우주의 별이’, ‘생동성 연애’, ‘반지의 여왕세 편의 웹드라마로 구성된 MBC세가지색 시리즈는 젊은 층을 공략한 이야기 구성과 연출로 타깃 시청 층의 인기를 얻었다. 방송사는 왜 웹드라마 시장에 뛰어들었을까. 앞으로 웹드라마 시장 전망은 어떠한가. 10분 길이의 21부작 웹드라마 생동성 연애부터 32부작 내 뒤에 테리우스’, 52부작 왔다! 장보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연출해온 MBC 박상훈 프로듀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MBC에서 웹드라마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이 더는 편성시간을 맞춰가며 텔레비전을 보지 않아요. 본방송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서, 방송국에서는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보려 한창 시도하고 있었죠. 마침 2015MBC와 네이버가 합작한 웹드라마 퐁당퐁당 LOVE’가 흥행해서, 젊은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웹드라마를 한 번 더 키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형태의 드라마를 통해 기존에 하지 않았던 내용을 다뤄보자는 것이었죠.

  신인 작가, 배우와 부담 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컸어요. 과거에는 단막극으로 신입 제작진이 입봉을 하는 전통이 있었는데, 이제는 단막극 프로그램이 폐지돼 신인들이 도전할 기회도 줄었어요. 단막극과 성질이 비슷한 웹드라마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 웹드라마 제작사와 달리 방송사가 제작하는 웹드라마의 특징이 있다면

 “소규모 제작사와는 다르게 방송국에는 숙련된 연출진과 제작 시스템이 있어요. 방송국은 오랜 시간, 또 계속해서 드라마를 만들다 보니 제작과 행정처리 등에서 시간을 절약하는 능력이 앞서죠. 영화에서 일하시던 분들이 드라마 시장에 왔을 때 어려워하는 부분도, 하루에 30씬 이상 찍는 방송국만의 빠른 제작 능력이거든요. 빨리 찍고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다 보니, 소규모 제작사들이 방송사와 많이 협업하고 싶어 하죠.”

 

- 최근 젊은 층에서 높아진 웹드라마의 위상을 실감하나

 “시청률 분석표를 보면 젊은 시청자들은 드라마 본방송을 잘 안 봐요. 그런데 전철을 타고 가다보면 전자기기로 틈틈이 웹드라마를 보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고요. 웹드라마가 생활 속 짧은 시간 동안 볼 수 있는 하나의 간편한 장르가 됐다고 생각했죠.

  웹드라마 생동성 연애를 연출할 때도 10·20대 분들을 주 타깃 시청 층으로 설정했어요. 실제로도 젊은 시청자들이 많이 봐주시고 댓글로도 소통을 해주셔서 감동했던 기억이 나요. 특히 본인이 실제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웹드라마를 보고 마치 자기 얘기 같아서 울었다는 댓글이 기억에 남네요. 힘든 시절을 보내는 젊은 사람들에게 힘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제작하는 보람을 느끼죠. 젊은 층과의 소통이 무엇보다 용이하다는 점에서 웹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의 단점을 커버하는 좋은 매체인 것 같아요.”

 

- 제작과정에서 일반 드라마와 웹드라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대본을 받은 후에 캐스팅, 장소섭외, 스태프 구성 등 사전작업을 거치고 촬영과 후반 작업을 하는 큰 틀은 유사해요. 하지만 방영기간도 길고 촬영할 양도 많은 일반 드라마는 촬영 중간 중간 쪽대본을 만드는 등 시간에 쫓기는 경우가 많은데, 분량이 적고 방영기간도 짧은 웹드라마는 방영 전에 미리 사전제작을 해놓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편집, 보정, CG 처리 등의 후반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웹드라마가 더 많은 편이예요.

  홍보 방법도 조금 달라요. 네이버와 협업을 했던 세가지색 판타지는 포털사이트 메인 배너를 통해 홍보했어요. 네이버 영상콘텐츠가 끝났을 때 예고를 틀어주기도 했고요. 기존 드라마의 경우 마트나 버스정류장 같이 유동인구가 많은 장소에 예고 영상을 틀고 포스터를 붙이거나 TV광고를 많이 했는데, 웹드라마는 젊은 시청자의 접근성이 좋은 웹 중심으로 홍보했다는 점이 달랐죠.

  또 대다수 웹드라마에는 제작을 지원해주는 대규모 자본이 없어요. 적은 돈으로 만든 드라마는 모자란 제작비에 맞춰, 짧은 시간 안에 촬영일수와 제작규모를 줄여야 해서 촬영과 소품 등의 부분에서 미흡한 측면이 있어요. 갓 데뷔한 신인배우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배우들이 주로 출연하기도하고, 배경도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죠. 완성도가 미흡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긍정적으로 말하면 더욱 자연스러운 일상의 느낌을 담아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장편단편 드라마와 달리, 10분이라는 짧은 호흡으로 내용을 전개하는 웹드라마만의 서사 구조상 특징이 있다면

 “이 부분을 많이 고민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나요. 70분 분량의 드라마 한 회가 익숙한데, 이 분량을 열 개로 쪼개서 10분 남짓의 한 회를 만들어야 하니까요. 기존 한 회 분량 속에 엔딩이 일곱 개가 있어야 하니까 극성(dramatic point)이 높은 지점을 일곱 번 보여줘야 했어요. 그래서 편집, 대본을 쓸 때 미리 엔딩을 생각하면서 서사를 구성했죠. 엔딩뿐만 아니라, 10분 안에 기승전결과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도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웹드라마는 5분에 한 번씩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와야 한다는 할리우드 법칙을 많이 따르게 돼요. 시간의 제약 안에서 주인공과 핵심사건을 중심으로 한 속도감 있는 스토리텔링을 구상하는 건 쉽지 않은 작업이죠.

  그런데 또 너무 빠른 흐름으로 가면 시청자들이 부담스러워 해요. 일상 틈틈이 작은 화면으로 보는데 너무 전개가 빠르고 긴박하면 본 것 같은 느낌도 안 들고, 정신없잖아요. 그래서 화면 안에 배우의 감정선이 더 깊이 있게 담기도록 노력했어요. 짧은 서사구조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작품의 속도감을 달리 하는 작업에 신경 썼죠.”

 

- 웹드라마 생동성 연애제작을 기획할 때 특별히 고심했던 점은

 “제일 먼저 주된 시청자인 젊은 층이 관심 있을 만한 소재를 고르려 했어요. 기존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시청자를 공략하기 위해 대중성 있는 소재를 썼다면, 웹드라마에서는 젊은 층의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죠. 작가들이 가져온 노량진 고시 생활이라는 설정에, 제가 대학생 때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할까 말까 고민했던 고액의 생동성 실험을 주요 소재로 설정했어요. 젊은 층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또 공감할 만한 취업준비생의 애환과 가난한 연애가 드라마의 소재가 된 거죠.

  무리해서 억지설정을 넣으려하기보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푸니 어떤 사람들은 독립영화 같다고도 말하더군요. 지나치게 극성을 강조한 나머지 자극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려고 했거든요. 또 편하고 일상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서 젊은 느낌의 인디 음악을 많이 썼어요. 소소함 속에서 오는 즐거움을 녹여 내려했죠.”

 

- 기존의 드라마와 비교해 웹드라마가 갖는 장점과 가치는 무엇인가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재를 다뤄볼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에요. 16부작으로 구성하긴 힘들지만 4부작 안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요. 예를 들어 판타지는 인간이 만든 허구 세계이기 때문에, 16부작으로 가져가려면 굉장히 정교해야 해요. 인간이 만든 세계에는 허점이 분명히 있는데, 긴 서사로 이야기를 만들면 숨기기 힘든 허점이 보이거든요. 짧은 서사의 웹드라마는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주제를 실험하기가 용이하죠. 더불어 웹드라마는 젊은 작가나 연출가가 데뷔해 기량을 닦는 통로가 될 수 있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모바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 아직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 없는 웹드라마 시장의 미래를 예측한다면

 “기존의 웹드라마는 네이버 같은 대규모 기업에서 제작을 지원하거나, 네이버 TV 등의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해 얻는 광고 수익이 대부분의 수입원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들이 광고 수익을 다 가져가니, 중소 제작사들은 큰 규모로 제작하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어요.

  사실 드라마시장 자체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라는 걸 찾기 어려워요. 과거에는 미니시리즈가 수익이 나는 형태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수익이 나지 않는 단막극은 일찍이 폐지됐죠. 올해 11월 디즈니의 자체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가 출시될 계획이라고 해요. 이렇게 대규모 기업이 웹을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생태계에 진입하는 상황을 보면, 웹드라마 시장 전망도 긍정적일 것 같아요. 대기업이 한국 드라마 제작에 투자를 하거나 국내 기업과 공동 제작을 하려한다면 질 좋은 웹드라마를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일단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을 통해서라도 성공할 수준의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생각해요.”

 

글 | 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 | 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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