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엘리제 선수들이 훈련 전 카메라 앞에서 승리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FC엘리제 선수들이 훈련 전 카메라 앞에서 승리를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FC엘리제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운동 그 이상의 재미와 함께,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평생 축구동아리입니다.”

  본교 유일의 여자축구 중앙동아리 ‘FC엘리제의 주장 추민지(경영대 경영17) , 부주장 유승희(공과대 건사환17) , 활동 3년차 이보경(사범대 체교17) 씨를 만나 그녀들의 축구 이야기를 들어봤다.

 

- FC엘리제에 들어오게 된 계기는

유승희초등학생 때부터 축구를 정말 좋아했어요. 마침 고려대에 여자축구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고려대에 입학하면 꼭 FC엘리제에 들어가야겠다고 줄곧 생각했죠. 입학 직후엔 과 생활로 바빠 2학기에 들어오게 됐는데, 왜 조금 더 빨리 들어오지 않았을까 아직까지 후회하고 있어요(웃음). 그만큼 FC엘리제 활동은 제 대학생활의 전부에요.”

이보경저도 어릴 때부터 축구를 많이 했어요. 실력이 늘 때마다 샘솟는 성취감, 또 팀원들과 다 같이 성장하며 느끼는 뿌듯함에 축구에 빠졌죠. 대학교에 가면 축구동아리를 꼭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찾아보니 고려대에 여자축구동아리가 있더라고요. 입학하자마자 엘리제에 들어오게 됐어요.”

 

- FC엘리제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유승희엘리제에 입단한 후의 첫 대회가 기억에 남아요. 팀 사정상 얼떨결에 공격수 자리에서 뛰게 됐는데, 오프사이드 규칙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같은 팀 언니가 찬 코너킥을 제가 헤딩으로 받아 골까지 넣었어요. 아쉽게도 공이 이미 라인을 나가 골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신입생인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가 됐어요.”

이보경올해 1학기 마지막 대회인 나이키 우먼스 캠퍼스 컵에서의 결승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1학기 양구국토정중앙기에서 준우승, ‘서울권 대학축구 클럽대회에서 3위를 거뒀는데, 모두 우승문턱에서 아깝게 넘어져 이번엔 꼭 우승하고 싶다고 다들 얘기했었거든요. 모두가 합심한 결과 고대했던 우승을 거둘 수 있었어요. 특히 그 대회를 마지막으로 팀을 떠나게 된 외국인 언니가 골을 넣으며 우승해 여러모로 감동이었죠.”

 

- 처음으로 정기 고연전의 수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하게 됐다

추민지엘리제에게 정말 중요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정식 운동부 경기 전 열리는 아마추어 고연전에 다른 남자 종목처럼 참여하지 못해, 경기장을 대관해 자체적으로 진행해 왔거든요. 우리의 멋진 모습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에 지금도 설레네요. 저는 부상으로 경기를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주장으로서 최대한 부원들을 잘 이끌어 승리를 가져오려고 합니다.”

유승희운동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한다는 것이 아직도 실감 나지 않고 꿈만 같아요.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몹시 떨리지만, 평생 경험할 수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남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서 개인적으로도, 또 팀을 위해서도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 축구가 삶에서 가지는 의미는

유승희저에게 축구란 즐거움이에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무더운 여름이나 꽁꽁 얼 만큼 혹한의 겨울에 훈련할 때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축구를 할 수 있는 건 무엇보다 즐거워서 인 것 같아요. 원래 다양한 운동을 좋아하지만, 엘리제에서는 특히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어서 그 즐거움이 배가 되죠.”

이보경저에게는 대학생활 그 자체인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축구하러 대학 왔냐라는 말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주 들을 정도로 FC엘리제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네요(웃음). 축구 덕분에 귀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고, 학교 안팎에서 많은 사람들도 만났던 것 같습니다.”

 

- FC엘리제의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한다면

추민지앞으로 더 많은 여학생이 FC엘리제와 함께할 수 있도록, 동아리 내적으로 체계적인 발전을 계속해나갈 거예요. 구체적인 회칙 개정도 이뤄질 예정이고, 동아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졸업생 OB로도 참여할 수 있는 엘리제드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평생 활동도 가능해질 거예요.”

이보경장기적 목표는 부상 없이모든 대회 우승하기입니다. 약간 자랑을 하자면, 이번 1학기에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입상했어요. 여자축구동아리의 강팀으로 자리 잡은 만큼 2학기에도 즐겁게 축구하면서 아무도 다치지 말고 좋은 결과를 가져왔으면 합니다. 물론 우승도 큰 목표지만, 그 과정 속에서 축구 자체로 즐거움을 느끼는 행복한 동아리가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죠.”

 

- 아무래도 축구는 남성의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한데

추민지많은 여학생이 축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제가 직접 뛰고 있다는 사실에 개인적으로 자부심이 커요. 어렸을 적에는 여자가 무슨 축구냐며 꾸짖는 어른들이 있었는데, 요즘엔 오히려 멋있다며 칭찬해주시거든요. 여자들도 당연히 스포츠를 즐길 수 있어요. 아직도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여성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더 많은 기회가 열리면 여자스포츠가 앞으로 발전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유승희축구뿐만 아니라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몇 종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스포츠가 남성중심이죠. 하지만 여성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해요. 사람들한테 축구하는 게 취미고 여자축구동아리에 속해 있다고 하면, 대부분 놀라면서 멋있다고, 대단하다고 해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전혀 대단하지 않은, 오히려 누구나 할 수 있는 당연한 것이거든요. 이번 고연전은 여성 스포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FC 엘리제와 여자스포츠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추민지작년 아마추어 고연전 승리 이후 한 학우 분께서 커뮤니티에 남겨주신 글이 생각나요. 경기를 뛰는 우리의 모습이 너무 멋있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여자 스포츠 경기가 열렸으면 좋겠다는 내용이었죠. 비록 적을지라도 이렇게 관심을 주시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이 꾸준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줬으면 합니다.”

이보경이번 고연전에서 저희 FC엘리제의 경기를, 더 나아가 여자축구 자체를 처음 보는 분들이 정말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승리와 좋은 경기력을 위해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 FC 엘리제의 선전, 그리고 여자스포츠의 앞날에도 많은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군찬 기자 alfa@

사진두경빈 기자 hayabu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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