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중반까지 우리나라 럭비는 럭비강국 일본과 실력이 비슷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현재 일본이 6000여 개의 럭비 팀을 갖고 국제무대에서도 선전하고 있는 반면(세계9), 우리나라 럭비 팀은 중고등부와 대학부, 실업팀을 모두 합해 50여 개에 불과한 데다 국제무대에서의 성적도 신통찮다(31). 국내에서 대표적 비인기종목인 럭비에 대한 지원이 너무나 미미한 탓이다. 특히나 대학스포츠 전반에 불어 닥친 한파와 함께, 대학럭비의 현주소는 매우 열약한 상태다.

 

적어도 너무 적은 국내 럭비 팀

  대학럭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절대적인 팀 개수의 부족이다. 대한럭비협회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존재하는 대학 내 럭비팀은 9개로, 서울에는 고려대·연세대·경희대를 포함해 단 5개뿐이다. 전국에 총 85개의 대학팀이 활동하는 축구, 32개의 대학팀이 존재하는 야구와 같은 인기종목과 비교해 턱없이 적은 숫자다. 럭비부 김민우(문화대 사체07) 코치는 대학 럭비팀의 수가 너무 적어 타 종목처럼 대학리그를 개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전국의 어린 운동유망주들을 럭비로 유인할 만한 요소들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아쉬워했다.

  국내 실업팀 또한 한국전력공사, 포스코건설, 현대글로비스 3개뿐이어서 대학럭비 선수들의 진로가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매해 럭비부를 졸업하는 선수는 모든 대학에서 약 40명인데 반해, 실업팀에서는 세 팀 통틀어 한 해에 10명도 안 되는 인원을 뽑는다. 게다가 실업팀의 선발 인원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결원이 생기면 그때그때 선수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렇게 진로가 불안정하다보니 대학럭비 선수로 입학하더라도 중도에 그만두는 선수들이 많다. 재작년 고려대는 7명의 선수를 선발했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건 5명뿐이고, 작년에도 6명을 선발했지만 일찌감치 한 명이 그만뒀다. 서울시럭비협회 이강석 사무국장은 열약한 인프라로 인한 진로의 불확실성, 또 럭비종목 특성상 높은 부상위험성을 이유로 그만두는 선수들이 느는 중이라고 걱정했다.

 

럭비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

  이에 대학럭비 선수단의 숫자도 갈수록 줄고 있다. 대한체육회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국 대학럭비 선수는 2015278명이었으나 2017255, 2018232명으로 점차 줄었다. 전국 중고등부 럭비 선수 또한 줄어드는 추세다. 20121261명이었던 중고등부 선수는 20131245, 20141233명으로 줄어 올해에는 1015명밖에 되지 않는다. 럭비를 할 수 있는 장이 점차 좁아지며, 럭비를 시작하려는 학생 숫자 또한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침체된 한국럭비를 대중화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는 있다. 올해 5월에는 서울시럭비협회의 지원으로 엠젠플러스 럭비팀이 독립구단 형태로 창단된 데 이어, 7월에는 국내 최초의 국제 럭비 행사인 서울세븐스럭비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했다. 이강석 사무국장은 국내의 대학럭비팀과 실업팀이 해외 팀들과 경기를 치르며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경기 외에도 럭비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공연을 준비해, 럭비에 관심이 없던 시민들에게도 럭비를 소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민우 코치는 대학럭비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초··고등부 럭비팀의 확충과 활성화라며 어린 시절부터 학생들이 쉽게 럭비를 접할 수 있고, 또 체계적으로 럭비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면 자연스럽게 대학팀의 선수수급이 원활해지고 럭비의 인기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수민 기자 s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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