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칼의 노래>, <남한산성>, <흑산>의 저자 김훈 작가의 강연이 19일 오후 2시 중앙광장 지하 1CCL에서 열렸다. 독서의 계절을 맞이해 중앙도서관(관장=김성철 교수)이 주최한 작가를 만나다행사의 일환이다. ‘디지털 시대, 연필로 쓰기를 주제로 한 강연은 마동훈(미디어학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김훈 작가는 소설가로서 글과 언어에 대한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디지털 시대에 연필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김훈 작가는 오직 연필만을 이용해 글을 쓴다며 연필에 남다른 애착을 드러냈다. “글과 삶, 나의 몸이 연필 아래에서 하나로 모여 실체를 이루는 즐거움을 느끼게 됩니다.” 김훈 작가가 연필을 고집하는 이유를 풀이했다.

 언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는 수단 또한 김훈 작가에게는 연필이다. “언어는 개념의 동어반복이라는 근본적인 한계점을 지닌다연필을 쓴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물에 도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7이라는 숫자를 우리는 경험을 통해 인식하고 있지만 이를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8에서 1을 뺀 수혹은 ‘61을 더한 수와 같이 다른 개념어를 끌어오는 일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김훈 작가는 이를 동어반복의 지옥이라 말하고, 개념보다 실체에 다가서는 느낌을 주는 연필이 좋다고 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남긴 김훈 작가는 자신의 글이 검증할 수 없는 단어를 과감히 버려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나 자신이 검증할 수 없어서 자신의 소설에서 사랑, 희망, , 미래와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김훈 작가는 내가 검증할 수 있는 단어들만 사용하다 보니 점점 불행하고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앞으로는 그런 단어들로도 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훈 작가는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농후한 시각을 전했다. 그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며 의문을 던졌다. 꼭 책을 봐야지 세상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는 사람을 통해서, 사물과 사태를 통해서, 경험을 통해서 세상을 배운다고 주장했다. “길은 책이 아닌 길바닥에 있는 것이며 그마저 인간이 걸어가지 않으면 길이 되지 않는다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강연이 끝난 후엔 사진 촬영과 사인회가 이어졌다. 사전 참석신청을 한 30명 학생에게는 김훈 작가의 신작 <연필로 쓰기>를 증정했다. 강연에 참석한 박현정(보과대 보건정책15) 씨는 소설 밖에 있는 작가만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인상 깊었다앞으로도 작가의 작품에 더 관심을 더 가질 생각이라 말했다.

 

김영현 기자 car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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