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정문을 지나 마주한 드넓은 중앙광장을 보며 황홀해했다. 4년 전 만난 학교의 첫인상은 강렬했고, 뜨거운 꿈이 차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안암을 외친다. 하굣길 늘 지나치는 중앙광장은 작아진지 오래. 익숙한 거리와 풍경으로 모든 감각이 무뎌진 안암동이다. 멀리 떠날 계획을 잔뜩 늘어놨지만, 막상 눈앞의 일에 쉬이 발을 떼지 못할 때. 이럴 때 고소한 버터 향을 떠올리며 안암 오거리 끝으로 걸어, ‘키라쿠의 스콘을 스스로에게 선물한다.

  문을 열면 보이는 형형색색 스콘들. 살짝 녹은 마시멜로와 초콜릿이 쌓인 스모어(smore) 스콘’. 다른 종류보다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딸기잼 스콘과 앙버터 스콘. 코코넛 향이 그윽한 카야잼과 치즈가 들어간 스콘 등. 알 듯 모를 듯한 맛을 상상해보며 맘에 꼭 드는 스콘을 집는다. 통유리 너머로 내리쬐는 햇살과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지는 스콘은 나른한 오후의 풍미를 더한다. 운 좋게 스콘이 구워진 시간을 딱 맞춘다면, 그 따뜻함에 기쁨은 두 배가 된다.

  "가게 위치를 보러 다니다 채광이 좋아 이 자리를 골랐어요.” 이세웅(·38) 사장은 작년 8키라쿠(木楽)’를 열었다. 일본어로 나무와 즐거움을 뜻하는 상호에는 식물로 가게를 꾸며 도심 속 쉼터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담겼다. “대부분 학생이 이곳에 공부를 하러 와서, 분위기가 조용하더라고요. 주인장으로서는 조금 더 활기차고 밝게 대화하면서 쉬고 가셨으면 해요.”

  할 일을 끝내도 계속 쌓이는 또 다른 일. 일상 속 작은 비상구를 찾는다면, 참살이길 끝으로 마냥 걸어 키라쿠로 향해보자. 시끌벅적한 대학가에서 한발 벗어나 오늘의 기분에 어울리는 스콘을 한 입 머금으면, 먹먹했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돼있을 테니.

 

최현슬 기자 puri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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