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 다양성위원회 위원장은 '일상 속 편견과 차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양성 감수성과 '개방적인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성 역량을 강조했다.

  구성원들이 동질성을 갖도록 요구하던 집단문화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개인의 가치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현대 사회가 변화하면서 다양성이 중요한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대학 구성원에게도 다양성 감수성과 다양성 역량이 요구되는 이유다. 본교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1월 출범한 고려대 다양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은 민영(미디어학부) 교수를 만나 본교가 다양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과제를 물었다.

 

- 다양성위원회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20179월 열린 성인지 교육포럼이후 다양성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때 학내 성 문제를 교육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했는데, 결국 다양성이 존중돼야 성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본교에 다양성 교육을 도입하고자 다양성위원회를 설립했다. 다양성이 교육 지침 중 하나인 국내외 대학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해외 대학에서는 다양성 가치가 담긴 과목에 ‘D’를 붙이고 ‘D가 붙은 과목을 5개 이상을 들어야 한다라는 식의 졸업요건을 마련하기도 한다.”

 

- 대학이 다양성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잘 어울리며 함께 일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많다. 반면 자기하고 다른 사람과 조화롭게 어울리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의외로 적다.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은 후자다. 이를 기르는 데 다양성 교육이 필요하다.

  또 다양성은 아이디어의 창의성, 혁신성, 직무 만족도와 정적 상관을 보이기도 한다. 이 역시 현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자질들이다. 필요한 것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알아서 하라며 학생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건 무책임하다.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고 지식 발전을 이루기 위해 대학 내 다양성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 다양성 감수성과 다양성 역량이 요구된다고 했다. 둘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다양성 감수성은 일상 속에서 충분히 지나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왜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지 묻는 태도다. 다양성 역량은 다양성 감수성을 갖춘 상태에서 개방적인 태도로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해결을 도모하는 자세다.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시대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다양성 감수성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 다양성이 진리 탐구에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현상을 잘 분석하고 더 나은 과학기술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성 관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실내 적정온도나 신약의 부작용 등을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측정해왔다. 흑인보단 백인을 표준으로 생각했다. 객관적이라고 인식되던 기술에도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크게 의식되지 못했다. 다양성 감수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여성 과학자가 학계에 투입되며 기존과 다른 관점에서 연구가 이뤄지거나 소홀히 여겼던 분야가 중요하게 다뤄졌다. AI, 생명과학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도 누가 프로그래밍하냐에 따라 기술의 민감도가 달라진다. 다양성 위원회 소속 이공계 교수님들이 많이 강조하는 부분이다.”

 

- 다양성위원회의 주 업무가 교육, 연구, 조직문화 분야로 나뉘어져 있다. 교육 분야에선 어떤 업무를 수행하나

  “다양성 교육을 어떤 내용으로 진행할지 논의해왔다. 방학 동안에 시범 수업을 진행해 강의안을 더욱 정교화하려고 한다.

  총 3단계를 걸쳐 다양성 교육을 시행하는 게 목표다. 1단계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양 강의를 여는 것이다. 다양성 가치를 전반적으로 공유하기 위해서다. 2단계에선 각 전공과 관련한 세부 과목을 마련하고자 한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교육에선 세부 문제를 다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마지막 3단계는 한 주라도 모든 과목에서 다양성 관련 이슈를 다루는 것이다. 교수자가 다양성 존중 교수법을 고려하면 어떤 수업에서든 다양성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각 단계를 실현하고자 아예 새로운 강의를 만들 수도 있지만 기존 개설 과목을 활용해도 좋다. 현재 우리 학교에서 다양성 가치를 담고 있는 과목이 100개가 넘는다.”

 

- 연구와 조직문화는

  “연구 분야의 대표 사업은 다양성 지수화. 본교의 다양성 수준을 조사해 개방성, 포용성, 형평성 등 다양성을 구성하는 항목별로 점수를 집계한 것이다. 본교 다양성위원회의 지수화 작업은 타 대학 다양성 위원회가 시도하지 않은 최초의 방식이다. 추후 이 지표를 통해 다양성위원회의 활동이 어떤 성과를 냈는지, 보완이 더 필요한 지점은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조직문화의 다양성을 꾀하기 위해서도 조사를 시행했다. 본교가 얼마나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는지, 다양성을 존중하는 제도가 어느 정도로 시행되고 있는지를 살폈다. 우리 학교는 기본적인 제도는 다 갖추고 있지만 실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국가 기준을 준수한 출산·육아 휴직 제도가 마련돼 있어도 이용자가 거의 없는 식이다. 실질적인 다양성이 이뤄져야 앞서나갈 수 있다.”

 

- 본교 학생들의 다양성 현황은 어떤가

  “숫자로만 보자면, 예를 들어 캠퍼스에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졌으니 표면적으로 다양해졌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국적이 다른 학생 간의 차이가 공동체 내에서 포용된다고 느끼는 외국인 학생은 적은 편이다. 외국인 학생들은 하나의 공동체에서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소속감을 느끼며 융합된다기보단, 섬처럼 떠다니는 것과 같다. 그렇다고 당장 불편하다는 이유로 한국인 학생과 외국인 학생을 아예 분리해선 안 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우리가 가진 다양성 자산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 본교 교수들의 다양성 현주소는

  “비본교 출신 교원 비율이 타 대학보다 높은 편이지만, 실제 학교 행정과 운영에 참여하는 보직교수엔 본교 출신 교원이 훨씬 많다. 애초에 16% 정도인 여성 교수들은 학교 운영에 참여해서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더욱 적게 얻고 있다. 다양한 리더십이 존재해야 틀에 박히지 않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겉으로만 다양성을 확보하면 실질적인 소통과 융합이 실현되기 어렵다.”

 

- 다양성위원회의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나

  “대학교육에 대한 고민에서 다양성위원회가 출발한 만큼 교육 프로그램을 조금 더 완성도 있게 개발하는 게 큰 목표다. 학생뿐 아니라 전체 고려대 구성원이 다양성 인식을 확장할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다양성 인식조사를 했을 때 문항 구성이나 질문 내용과 관련해 여러 피드백이 왔는데, 다양성이 학내의 살아있는 이슈라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다양성을 일상에서 접해보는 여러 행사를 개최하고 다양성 이슈와 관련한 공론장을 만들 예정이다. 또 심층적인 분석을 계속해 20202월에는 다양성 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다양성 지수를 통해 우리가 진짜 변화를 만들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필 것이다.”

 

신혜빈 기자 venus@

사진최은영 기자 emily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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