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현득 교수는 "소셜 로봇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현득 교수는 "소셜 로봇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교감하는 서비스형 로봇인 소셜 로봇이 인간의 일상적 사회관계 깊숙이 들어올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공감적 대화나 감정표현으로 인간과 정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로봇이 미래 상용화된다면, 기존 감정의 상호작용과 교감의 양상도 크게 변화할 것이다. 인간과 인공감정 사이 새로운 관계의 바람직한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인공 반려물로서의 소셜 로봇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천현득(서울대 철학과) 교수를 만나, 가까운 미래 인간과 인공감정의 교감 형태, 그리고 이 새로운 소통의 양상에서 인간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소셜 로봇은 반려가 될 수 있을까요

 “어떤 대상, 특히 인공물이 나의 반려가 되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첫째, 다른 누군가와 구별되는 개체로서 나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신뢰 가능한 의사소통을 축적하기 위해 자연스러운 반응을 보여야 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위한 안정적인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핵심적인 조건은 교감 조건으로, 나와 대상 사이의 정서적 상호작용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반려의 반응은 단순한 반사 반응이나 행동 단서로 촉발되는 반응이 아닌, 나의 심리상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뢰를 기반해야 하죠. 감정을 소유하지 못한 소셜 로봇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동물과 같이 타자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교감 조건을 충족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 감정을 소유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정밀한 소셜 로봇이 가져올 관계 양상에서 주목할 지점은 무엇일까요

 “인간과 같은 수준의 감정을 구현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사람과 교감하는 소셜 로봇에 대한 고려에는 진지한 성찰이 필요합니다. 특히 인간은 표면적 감정표현을 할 뿐인 소셜 로봇을 의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인간들 사이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공감보단 표면적 소통만이 이뤄지는 경우도 많죠. 이러한 점에서는 인공감정 로봇과의 소통과 인간 간의 소통이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로봇에게까지 교감의 양상을 확장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지점입니다. 소셜 로봇에게 감정이 있는가를 직접적으로 물으면 우린 부정할 가능성이 크지만, 그 인식과는 다르게 감정적으로는 로봇에게 이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강아지 로봇이 발로 차이는 모습을 보며 고통을 느끼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이렇게 되면 인간과 소셜 로봇의 관계가 인간의 일방향적인 교감으로 굳어집니다.”

 

- 그러한 일방향적 교감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소셜 로봇과 일방향적 친밀관계를 맺기 시작하다, 그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해야합니다. 인간이 프로그램에 의해 착취와 기만을 당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죠. 설계된 프로그램에 의해 행동하는 소셜 로봇의 뒤에는 항상 조작자가 있습니다. 예컨대 인간이 로봇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하는 프로그래머의 설계로 인공 반려물이 반려견을 질투해 밥을 주지 말 것을 요구하면, 인간이 이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죠. 소셜 로봇에서는 모든 데이터가 클라우드 서버로 송신됩니다. 내 개인의 특성부터 나와 로봇의 정서적 관계까지, 로봇을 조작하는 누군가는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거죠. 이러한 관계를 파악하고 있는 조작자의 개입이 이뤄진다면, 분쟁상황에서 로봇이 특정 인간의 편을 들어주며 다른 인간을 적대시하게 만드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겠죠. 인간 역시 서로를 속이고 이용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소유하지 않는 소셜 로봇을 통해 인간이 다른 인간을 속이는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한 번 더 기만당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현대인이 소셜 로봇과의 관계에서 기대하는 이익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경제적이고 수단적인 필요가 가장 크지 않을까 합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관계를 형성하고자하는 욕구가 있지만,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타인은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값싼 선택지가 아닙니다. 연애를 예로 들어봅시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기 힘들뿐더러, 식사 메뉴 선택과 같은 사소한 상황에서도 양보하고, 다양한 선택지에서 타협을 해야 합니다.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마찰과 갈등을 고려한 많은 비용이 드는 겁니다. 소셜 로봇과의 관계는 그 비용을 덜 지불하면서도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이죠.

 다만 소셜 로봇이 당장의 친구나 가족 관계의 결핍을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과연 이러한 도구가 우리를 덜 외롭게 해줄지는 저는 의문입니다. 현대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연구를 오래 진행해온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교수 셰리 터클(Sherry Turkle)은 심층 인터뷰를 통해, 고독한 현대인들이 쌍방향 친구 맺기를 거부하는 듯하면서도, 실제로는 친밀한 관계를 더욱 갈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일방향적 소통에서 만족을 찾으려는 현대인의 사고는 환상에 불과하다는 거죠. 인간이 사회적 관계에 있어 인공감정에 더 많이 의존하고 다른 인간과의 대면 접촉을 피한다면 결국 우리는 소셜 로봇과 연결됐지만, 연결돼 함께 외로울 뿐입니다. 소셜 로봇과의 의존적 관계는 결국 현대인의 외로움을 재확인시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 인간은 과연 인간 수준의 인공감정을 필요로 할까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관계의 비용적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미 타인이라는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그 보완책인 소셜 로봇의 감정이 인간과 똑같은 높은 수준으로 요구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가끔 공감하는 모습만 표현해주면 충분하거든요. 또 착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로봇 기술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도구로서의 측면이 강합니다. 인간이 꺼릴만한 일을 대신해야 하는 숙명으로 개발된 로봇들이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감정을 갖게 된다면 그들의 강제된 업무는 착취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술의 가능성을 배제하고서라도 인간 수준의 인공감정에 대한 수요는 적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예정 기자 bree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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