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가리지 않는다. 코로나 앞에서 부자와 빈자는 대체로 평등했다. 누구나 마스크를 꼈고, 외출을 자제했으며 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런 듯했다. 바이러스 앞에서만큼은 누구나 평등할 줄 알았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코로나 사태를 피하고자 부자들이 전용기를 타고 오지로 향한다는 기사를 접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자본의 정점에 위치한 사람들의 얘기다. 높아도 너무 높은, 나와는 너무 다른 세상이라 부러움마저 안 드는 사람들의 얘기 아닐까.

  부를 향한 혐오를 조장하고 싶은 건 아니다. 부자들을 향한 열등감과 빈자들을 향한 우월의식은 각자의 삶에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기생충>이 바다 건너까지 이토록 환영받은 이유도 반지하라는 한국적인 소재로 지구촌의 고민거리인 빈부격차를 위트있게 지적해냈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장르적 완성도도 중요한 요소였을 테다.

  의식주, 심지어 바이러스 앞에서조차 빈부격차는 존재한다. 그래도 입고 먹는 문제에 있어선 완벽하진 않지만 최소한의 평등이 이뤄지고 있다. 시사IN아동 흙밥 보고서기획은 그 지점을 잘 파고들었다. 엄청난 사교육을 받는 대치동 아이들이지만, 학원 수업 사이 쉬는시간 동안 허겁지겁 해치우는 저녁밥만큼은 소위 흙수저아이들과 다를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식단이라니, 아이들의 빈부격차에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그래서 흥미롭게 읽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그 많고 많은 삶의 장면 중에 고작 저녁식사 한 끼라니, 진정한 아이들의 평등은 20분 남짓한 저녁시간 동안에나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아무래도 제일 시급한 건 . 부동산 양극화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조사한 전국주택 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올 2월 기준으로 전국 상위 20% 종합주택 평균 매매가는 약 85000만원인 반면 하위 20% 종합주택의 매매가는 약 6489만원이었다. 13배 차이였다.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주거빈곤층에 적절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집값을 잡겠다는 부동산 정책은 여러 번 실패를 맛봤다. 공공임대주택의 사례처럼 지금 머무는 곳에서나마 편하게 쉴 수 있게 세입자의 마음을 돌보는 정책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글 |  박성수 시사부장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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