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희 교수는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의 장소"라며 "어떻게 통합교육의 질을 높일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박승희 교수는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의 장소"라며 "어떻게 통합교육의 질을 높일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했다.

 

  201712월 교육부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사회통합 실현을 위한 5차 특수교육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장애학생이 우리 사회에 통합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는 장애학생 비율이 70%가 넘지만, 그들의 실질적인 학습권은 아직 보장되지 않고 있다. 박승희(이화여대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특수교육요구(special education needs)가 있는 모든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특수교육학 연구와 실행에 힘써왔다. 그는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이 같은 공간에서 교육받는 통합교육은 이제 당위의 영역이라고 강조한다. 이화여대 연구실에서 박승희 교수를 만났다.

 

- 특수교육은 어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나요

  “특수교육학은 일반교육학으로 충분히 지원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시작된 학문입니다. 장애학생의 교육에 초점을 두기에 심리학, 의학, 사회복지학, 장애학 등 다양한 학문과 결합해 학제적 접근이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일반적으로 특수교육학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실제로 특수교육 대상자가 되려면 까다로운 장애진단을 받아야 해요. 하지만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의 경계가 명확한 것은 아닙니다. 기초학력이 부족하거나 난독증, ADHD가 있는 학생은 장애 진단을 받지 않았다 해도 특수교육요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을 구분하는 것도 사실 어폐가 있어요. 너무나 자연스럽게 모든 학생은 저마다 다른 교육적 요구가 있습니다. 교육은 그에 따라 최대한 개별화된 교육적 지원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 특수교육대상자는 얼마나 되나요

  “학습장애, 정서·행동 장애로 특수교육을 지원받는 비율은 특수교육대상자 전체의 1~2%밖에 안 됩니다(특수교육대상자 중 지적장애 학생은 54%로 제일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장애 자체가 경미하거나 자녀에게 특수교육대상자라는 꼬리표가 붙는 걸 부모가 꺼려 장애진단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색지대 학생들이 생기는 거죠. 올해 한국특수교육학회 추계학술대회 주제도 장애 진단, 특수교육대상자 선정에 필수인가?(가제)’로 정했습니다. 장애진단을 받은 학생 비율을 늘리자는 것이 아닙니다. 특수교육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자는 거예요.”

 

- ‘통합교육의 비율이 장애학생 교육에서 7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제는 일반교사를 대상으로 한 장애이해교육의 중요성이 더 커 보입니다

  “통합교육이 늘어나며 장애학생들의 교육 기반이 바뀌었습니다. 특수학급 학생들이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에서 번갈아 교육을 받거나, 일반학급에서 주로 교육을 받고 특수학급에서 시간제로 교육을 받거나, 아예 일반학급에 배치해서 전일제로 통합교육을 받습니다. 일반교사들이 장애학생을 마주할 일이 많아진 거죠.

  그런데 교사들이 장애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현재 사범대 학생들이 교직 과목으로 필수 이수하는 특수교육학개론수업(2학점)으로는 부족해요. 기회가 부족하기에 교사들도 사회가 장애인을 대하는 방식대로 장애학생에 대한 인식을 형성합니다. 가령, 청각장애의 경우 단순히 듣지 못하는 것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남들은 들을 수 있는 큰 소리도 듣지 못하는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덧씌워진 상태로 장애이해가 이뤄집니다.

  예비교사가 교생실습이나 임용 이후 연수 같은 직전 교육을 통해 특수교육 환경을 더 많이 접하도록 해야 해요. 장애는 인간에게 충분히 가능한 존재 방식이라는 것을 교사가 확실히 인식하고, 각 발달 단계별로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장애이해교육의 내용을 달리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 장애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장애인을 만나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최근 예비법조인의 지적장애인에 대한 태도를 연구했어요. 신안 염전노예 사건 같은 장애인 관련 재판에서 장애인에 대한 법조인들의 몰이해가 너무 컸던 게 연구를 시작한 배경이었습니다. 11개 로스쿨에서 541명의 예비법조인을 조사했는데 장애인을 직접 만난 경험이 많을수록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었죠. 통합교육 경험이 많거나, 장애인 관련 봉사를 많이 한 경우였습니다. 장애와 장애학생에 대한 몰이해는 그들과 일상적으로 소통하지 못해왔기 때문이에요. 이분법적 환경에서 탈피해 아동·청소년 시기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레 섞일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 통합교육이 중등교육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통합교육이 도입돼 장애학생의 부모가 일반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건 굉장한 발전입니다. 그렇지만 중등 통합교육은 아직 시작단계예요. 장애학생을 물리적으로 일반학교에 통합해 장애학생과 일반학생 간의 사회·정서적인 통합을 시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죠. 장애학생들의 학업 성취는 거의 고려하고 있지 않아요.

  초등학교와 달리 중등학교에선 교과별로 담당 교사가 바뀝니다. 여기서 중등 통합교육의 문제가 발생해요. 특수학급 학생들이 통합학급(일반학급) 교과수업에서 교육적 효과를 얻도록 하려면 기존의 학습목표를 수정해서 제공해야 해요. 하지만 모든 교과교사가 특수학급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죠. 수정된 학습목표를 교과담당 교사에게 전달하는 특수교사도 있지만, 특수교사와 일반교사가 협력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부담을 지는 일이 많습니다. 중등 통합교육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을 넘어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 당국에서 대안을 제시할 때입니다.”

 

  • 장애학생에게 적합한 교육을 제공하지 못해 장애학생을 따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통합교육 현장에서 장애학생들이 왕따를 당하고,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통합교육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통합교육은 교육적 효과를 따지기 이전에 인권의 영역이에요. 우리가 편의상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라는 이름을 붙여 구분하지만, 사실 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의 장소입니다. 단순히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 학생이 일반학교에 가지 못할 이유는 전혀 없어요. 통합교육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물음은 이미 끝났습니다. 이미 장애학생의 70% 이상이 통합교육 환경, 즉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요. 어떻게 통합교육의 질을 높일지가 더 중요합니다.”

 

- 교육부가 통합교육을 표방하면서 한편으로 여전히 특수교육 환경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일반교사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특수학급 학생에게 다른 학생만큼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괜찮은 학교 차원의 구조적 문제도 있죠. 여전히 일반교사는 일반학급, 특수교사는 특수학급으로 책임이 분리된 것이 문제입니다. 특수교육과 일반교육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통합교육이란 틀 안에서 학교공동체를 형성하며 함께 성장해야 해요.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일반교육과 특수교육의 공유된 책무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한쪽이 전담할 영역이 아니에요. 반대로 특수교사들이 비장애학생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요. 일반교사는 장애학생에게, 특수교사는 비장애학생에게도 교육 책임이 있습니다.”

  박승희 교수는 장애학생이 교육의 울타리를 벗어나 마주할 사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사회에 나가면 장애학생들은 옆집 의사, 태권도학원 원장같이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부딪히죠. 교사의 장애 이해도만 높여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에요. 궁극적으로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인식이 변해야 합니다.” 장애인권은 교육계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개선할 문제이다. 장애인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온전히 존중받는 날을 앞당기기 위해 박승희 교수의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맹근영 기자 mangrove@

사진| 양가위 기자 flee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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