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중간고사다. 한 학기의 절반이 지나도록 학교 구경을 못 했다. 3월 초 갓 대학에 입학해 캠퍼스 낭만을 꿈꿨을 새내기들은 물론이요, 학교로 돌아와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던 정든내기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는 아쉬움이다. 개교기념일을 맞아 안암의 정취와 맛이 그리울 이들을 위해 안암 맛집 투어를 준비했다. 사장님들이 공개한 레시피가 밥과 디저트, 술안주까지 풀코스다. 집에서라도 학교의 추억을 즐기길, 그리고 마음의 고향을 깊이 간직하길 바란다.

 

이공대 후문 영철버거

1000원의 행복이 그립다면 ···

  콜라 한 캔에 1200, 과자 한 봉지에 1500원 하는 요즘, 주머니에 1000원 한 장 구겨 넣고 편의점을 찾으면 먹을 것이 별로 없다. 그래서인지 장년의 교우들은 그리울 때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이공대 쪽으로 터를 옮긴, 문과대 앞 영철이 아저씨가 팔던 1000원짜리 영철버거의 든든함 말이다.

  “저한텐 선생님이죠. 애증의 대상이고요.” 안암골을 대표하는 먹거리였던 영철버거도 한동안 풍파를 겪었다. 가성비보단 가심()비를 추구하는 젊은 손님들에게 ‘1000이란 저렴한 가격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았다. 영철이 아저씨의 인생을 이끌어준 등대와 같았던 영철버거는 어느새 고민거리가 됐다. “머리가 아팠지. 영철버거는 우리 가게 상징인데 학생들이 찾질 않으니 이걸 버려야하나. 나 개인에겐 인생의 스승님이고 내 삶을 상징하는 메뉴지만, 버거집 사장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애증의 존재가 된 거야.”

  기울대로 기운 가게 상황이었지만, 가게를 접는다는 선택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안암골을 뜰 생각도 없었다. “우리 학생들이 나한테 선생이자 동료고 가족인데 어떻게 떠나. 그때의 영철버거도, 지금의 영철버거도 학생들과 소통하고 더 나은 레시피를 고민하며 함께 만들어 낸 거야.”

  가게를 살려야 했던 그의 선택은 영철버거 포기였다. 공대 앞에 새로 자리 잡은 영철버거엔 그 시절 영철버거가 없다. 대신 이번 3월에 탄생한 또띠아식 버거, ‘영철랩이 영철버거의 시그니처 메뉴가 됐다. 학생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코로나19로 안암골 경기가 가라앉은 와중에도 그의 가게는 건재하다. “어젯밤에만 테이블이 세 번 돌았어! 신메뉴에 익숙지 않아 실수할까 걱정했는데 손님이 몰리지는 않아서 조금 여유가 생겨 다행이기도 해.”

  여전히 옛 추억을 찾아 영철버거를 방문하는 학생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이제 그때의 영철버거는 팔지 않는다. 그 시절, 선배들의 배를 든든히 채워주던 영철버거. 그 맛이 그립다면 한 번쯤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그 시절영철버거

재료(4인 기준): 양배추 4분의 1, 준비된 양배추 부피만큼의 다진 고기, 청양고추 2, 불고기 소스 두 국자, 핫도그 빵(식빵 대체 가능), 케첩, 머스타드 소스

1. 양배추의 겉잎은 제거하고 적당한 크기로 채 썬다.

2.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고기와 시판용 불고기 소스 한 국자를 넣고 고기가 완전히 익을 때까지 센 불에 볶아준다.

3. 고기가 익으면 양배추를 넣은 뒤, 불고기 소스 한 국자를 넣고 양배추 숨이 죽을 때까지 볶아준다. 청양고추는 기호에 따라 추가한다.

4. 볶아둔 속 재료를 체에 밭쳐 물을 뺀다.

5. 빵을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린 뒤 위아래로 케첩과 머스타드 소스를 발라준다.

6. 볶은 고기와 양배추를 빵 사이에 넣고 반으로 잘라주면 영철버거 완성!

 

정문 앞 카페 브레송

“I miss you 여러분! 그래도 우리 조금만 참아요.”

  피사체가 표정을 짓는 찰나의 순간, 그 순간의 감정은 사진에 그대로 담긴다.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은 일상 속 찰나를 사진이란 예술로 승화시켜 거장의 칭호를 얻었다. 인간의 시각과 비슷하다는 소형 카메라를 고집하며, 어떠한 연출 사진도 찍지 않았기 때문일까. 브레송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우와하는 감탄은 없다. 대신 소소한 감성이 감동을 자아낸다.

  그의 이름을 딴 카페 브레송엔 수천 개의 일상이 벽에 붙는다. 정문 앞에 자리 잡은 10년동안 포스트잇 더미들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오늘 우리 00일이에요! 우리 사랑 영원히란 꿀 떨어지는 애정행각부터 다신 연애하지 않겠다는 결의에 찬 다짐까지, 벽면에 붙은 포스트잇에는 글씨를 눌러 쓰던 그때, 그 순간의 감정이 엿보인다.

  “리얼 딸기우유 맛있어요!” 포스트잇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유독 많이 보이는 글이다.야간자율학습에 시달리던 고등학교 시절을 편의점 딸기우유의 인공감미료 향으로 달래 왔을 뿐이었다. 그러니 대학와서 처음 먹어본 진짜딸기우유의 맛에 놀랄 수밖에 없었을 거다.

  정든내기들이 즐겨온 달달하고 고소한 리얼 딸기우유의 맛을 신입생들은 모른다. 새벽마다 사장님이 경동시장을 들러 사 오는 싱싱한 생딸기의 상큼함, 직접 만든 수제 시럽의 달콤함과 고소한 우유의 조화를 누릴 수 없다. “신입생들이 제일 안타깝죠. 공부 정말 열심히 했을 텐데 제일 좋을 때 아직도 학교에 못 오고 있으니까요.”

  안암을 지키는 학생 숫자가 줄어든만큼, 브레송을 찾는 발걸음도 뜸해졌다. 경동시장으로 향하는 사장님의 발걸음도 사흘에 한 번으로 줄었다. 사장님이 “I miss you!”를 외칠 법도 하다. 그래도 사장님은 아직 외출을 자제해달라고 학생들에게 부탁한다. “젊은 학생들은 괜찮다고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은 위험할 수도 있잖아요. 답답하고 힘든 시간이지만 조금만 더 견뎌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리얼 딸기우유

재료: 딸기 10~15, 설탕시럽 1스푼, 딸기시럽 1스푼, 우유 200ml, 각얼음 8

1. 딸기 3분의 1(15개 정도)을 믹서기에 넣는다. 핸드블렌더가 있으면 사용을 적극 권장한다.

2. 설탕 시럽과 딸기 시럽을 한 번씩 짜 넣는다. 설탕 시럽은 다른 시럽으로, 딸기 시럽은 딸기잼으로 대체 가능하다.

3. 믹서(핸드블렌더)로 갈아준다. 너무 많이 갈면 딸기의 식감이 느껴지지 않으니 알갱이를 충분히 남겨두자. (딸기 3분의 1팩을 갈아주면 200ml 정도의 양이 나온다.)

4. 각얼음 8개를 넣는다.

5. 우유 200~250ml 정도를 넣고 잘 섞어준다.

6. 리얼 딸기우유 완성! 달달한 디저트와 함께 먹으면 더욱 좋다.

 

고대앞사거리 대성집

학생과 함께 할 날을 기다리며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눈을 뜬다. 간밤 술자리에 참석한 기억은 있는데, 그곳에서 무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이 없는 게 나은 편일수도 있다. 3차가 됐든 4차가 됐든 대 성집은 주로 술자리의 마지막 장소다. 술을 꽤 마셨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대성집으로 향한다.

  “이 자리에서 장사한 건 얼마 안 돼요. 20?” 80년대부터 안암오거리를 지키던 대성집이 고대사거리로 옮긴 지도 벌써 20년이다. 얼마 안 됐다곤 하나, 어느새 고대사거리의 대성집도 이곳을 찾는 20대 초중반 학생들만큼 나이를 먹었다. 대성집 사장님은 평생 일을 쉰 적이 없다.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그만두려고 보니까 아직 젊더라고요. 고민은 많지만, 집에서 노는 게 오히려 건강을 무너뜨릴 수도 있겠다 싶어.”

  오프라인 개강이 미뤄지는 동안 3~4월이 지나갔다. “3월이면 신입생들, 4월엔 동아리가 움직이는 시기인데 요즘엔 거의 뭐 모일 수가 없지.” 오랜 장사 경력에도 처음 겪는 상황에 대성집 역시 어려움이 많지만, 사장님은 누구보다도 학생들을 걱정하고 있다. “개학해서 선배들한테 조언도 얻고 대학생활도 재밌게 해야 하는데 입학도 못 하고 집에 갇혀 있으니까 얼마나 답답하겠어. 고생이지 참. 그 심정을 누가 알겠어요.”

  거친 유성 매직 펜자국이 이곳의 인테리어를 주도한다. 하얀 벽은 추억이라는 잉크로 메웠다. 무심한 듯 다정한 대성집의 풍경은 부드러운 듯 강한 사장님의 성격에서 우러나온다. “이번 달 지나가면 상황이 나아지겠지, 안 그래요? 힘들어도 조금만 참으면 더 좋은 추억 만들 수 있을 거예요.” 건강하게 만날 그날을 사장님은 학생들과 함께 기다리고 있다.

 

대성집 닭볶음탕

재료: (중간 크기), 청양고추 7, 감자 1, 양파 1, 다시다와 소금 1티스푼, 미원과 설탕 0.5티스푼,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간장 2숟가락, 물엿과 고추장 1숟가락, 청양고춧가루 0.5~1숟가락, 된장 0.5숟가락, 대파 한 뿌리

1. 토막 낸 생닭을 한 번 끓여 삶는다. 닭을 끓이면 기름기와 불순물, 잡내를 제거할 수 있다.

2. 닭이 끓는 동안 감자 하나, 양파 하나를 깍둑썰기 한다. 청양고추도 총총 썬다.

3. 소금, 설탕, 고춧가루, 청양고춧가루, 다진마늘, 된장, 물엿, 간장, 다시다, 미원을 섞어 양념장을 만든다.

4. 닭이 끓어오르면 삶아낸 물을 따라내고 한 번 헹군다. 냉면 그릇 하나 정도의 물을 넣고 센 불로 끓인다. 썰어 놓은 채소와 양념장을 넣고 절반쯤 끓이다가 다시 고추장을 넣는다 .

5. 꺼내놓은 닭에 양념이 고루 배도록 칼집을 넣는다. 물이 끓으면 닭을 넣는다. 계속 센 불을 유지한 채 파를 숭덩숭덩 썰어 넣는다.

6. 감자가 익으면 완성!

 

옆살이길 춘자

마음의 고향에서 나누는 추억

  새내기라면 문턱이 닳도록 들어가는 곳. 길목부터 들썩이고 북적이는 춘자는 새내기를 더욱 새내기답게 만든다. 알코올의 쓴맛이 낯선 앳된 성인에게 달콤한 토닉 소주는 그야말로 신세계다. 달콤함을 홀짝이다 자신도 모르는 새 홀랑 취해버린 이들이 수두룩하다. 고려대가 마음의 고향이라면 춘자는 그 고향에 담긴 추억이다.

  손맛 좋고 인심 좋은 이모님은 광주에서 금은방을 하셨다. 아들이 3개월만 주방을 봐달라 했지만 학생들과 정을 나누는 즐거움에 여태 안암을 뜨지 못했다. 배고픈 대학생에게 춘자는 그야말로 아지트였다.“그땐 애들이 다 배가 고팠지. 3900원짜리 안주 하나에다 술만 계속 시켜 먹는 거야. 그러면 내가 라면도 끓여 주고 계란찜도 해주고 계란탕도 해주고 돼지고기도 볶아다 줬어.” ‘이모 배고파요, 이모 돈 없어요.’ 가벼운 지갑에서 나온 소리에 이모님은 그래 알았다며 웃음으로 답하곤 했다.

  누군가에겐 젊음의 혈기로, 또 다른 이에겐 그 시절 추억으로 춘자는 오늘도 떠들썩하다. “옛날 애들은 여기서 결혼식 뒤풀이도 하고 그랬어.” 별다른 일 없는 날에도 괜히 들뜨는 곳, 여기선 낯선 이의 축하마저 낯설지 않다. 옆 테이블의 생일 축하 노래에 목소리를 보태며 이름도 모르는 새 친구를 덩달아 맞아들인다.

  벽 쪽에는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기대고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 괜한 웃음을 자아낸다. 사람은 바뀌지만 매일매일 비슷한 풍경이 춘자에서 펼쳐진다.“2005, 2007, 그때 졸업한 녀석들이 요즘도 찾아오고 그래.” 그 시절 졸업생이 춘자를 찾는 이유는 이시간, 춘자에서 그들이 그렸던 모습을 우리가 똑같이 그려가고 있기 때문일 테다.

 

콘치닭(콘치즈+치킨)

재료: 통조림 옥수수 1, 설탕 0.5~1숟가락, 마요네즈 1.5숟가락, 당근 약간, 버터, 순살 치킨, 모짜렐라 치즈, 파슬리, 케첩

1. 물을 뺀 통조림 옥수수에 채 썬 당근과 마요네즈, 설탕을 취향껏 넣는다. 당근은 색깔 낼 정도면 충분하다. 프라이팬에 포일을 깔고 약한 불로 달군다. 포일에 버터를 칠하고 조리한 옥수수를 얇게 편다.

2. 얇게 편 옥수수 위로 순살 치킨 조각을 올린다. 먹다 남은 치킨을 활용해도 좋다.

3. 치즈를 가득 뿌리고 파슬리를 톡톡 올린다.

4. 또 다른 프라이팬을 덮개 삼아 치즈를 녹인다. 불은 중불보다 조금 약한 정도. 치즈가 뽀글뽀글 끓어오를 때까지 2~3분 정도 기다린다.

5. 여러 군데가 끓어오르면 이제 불을 끈다. 뚜껑 삼은 프라이팬은 계속 덮어두자. 잔열로 마저 익힌다.

6. 마지막으로 케첩을 휘익 뿌리면 완성!

 

글| 김보성, 신혜빈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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