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

 

 무심코 하는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이자 차별이 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지만, 사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선량한차별주의자일지도 모른다. 김지혜 작가의 책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차별주의자는 우리 사회에서 잘 안 보이지만 차별을 당했다는 사람은 넘쳐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어쩌면 차별의 가해자일지도 모른다는 받아들이기 불편한 사실을 던진다.

 서 있는 곳에 따라 보이는 게 다르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기울어진 봉이 평행으로 보이며, 경사면 위에서 굴러오는 돌멩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모두 기울어져 있다. 이 지점에서 바로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이 탄생한다. 기울어진 운동장 아래로는 위로부터 수많은 돌이 굴러온다. 이 돌들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굴린 것도 있지만, 기울기에 의해 자연스럽게 굴러온 것들도 많다. 지금까지 우리는 돌을 일부러 굴린 사람만 차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돌이 굴러가지 않게끔 큰 노력을 들이지 않은 사람도 차별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리 사회의 기울어진 측면, 즉 불평등한 구조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차별의 피해자의 말을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는 자신이 무심코 쓴 결정장애라는 말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이자 차별이 될 수 있음을 깨달으며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차별을 당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함을 말한다. 이주민에게 한국인 다 되었네요”, 장애인에게 희망을 가지세요등의 말은 언뜻 보기에는 칭찬과 격려로 보인다. 실제로 그러한 의도에서 행해진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모두 차별적인 표현인데, 이주민은 자신을 온전히 한국인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에 모욕적이라 느꼈고, 장애인은 자신의 삶의 불행과 슬픔을 당연스럽게 전제하였기 때문에 차별적으로 느꼈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에 그런 의도 아닌데 좀 과하네’,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누가 감히 다른 사람을 재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가. 이 책의 저자는 실수로 행해진 자연스러운 차별에 대해 이를 방어하고, 반박하는 일에 노력을 쏟기보다는, ‘기울어진운동장을 바라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차별적인 구조의 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사회화과정 중 하나로 차별의 방법을 습득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두가 선량한 차별주의자인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은 차별이며, 잘못이다. 선량한 당신이 자연스럽게 행해온 차별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그리고 이를 멈추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장수영(보과대 보건정책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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