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이 비좁다고 여기며 늘 불평한 한 남자가, 가축들을 전부 집 안에 들이라는 랍비의 지시를 이행한 뒤에야 비로소 자신의 집이 얼마나 넓은지 깨달았다는, 탈무드 속 이야기가 있다. 가축들을 집 안에 들임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방법은 다소 극단적일 수 있지만, 아마 이 이야기의 교훈은 스스로가 이미 가지고 있고 당연시하는 것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일 것이다.

 이 시의 화자는 탈무드 속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더불어 사는 모습까지 견지한다. 그간 우리가 당연히 여기던 것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거리감에서 오는 안도, 그들과 같은 선한 양의 무리의 일원이라는 사실,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같은 세상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 이야말로, 사랑마저도 가져다줄 수 없는 오늘날의 평화와 자유를 선물하고, 나아가 현재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사랑이 우리의 삶을 풍족하게 하지만, 사랑하지 않는 이들과의 공존이야말로 그간 우리가 당연시하던 현재의 모습을 지탱하는 것이다.

 한 국가의 현직 대통령은 3년 전 취임사에서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까지 모든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한 바가 있는데, 현실과는 별개로 적어도 저 발언 시점에서는 이 시에서도 그러하였듯이 공존을 가능케 하는 감사의 힘을 염두에 두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힘의 구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이전의 프레임대로 모두를 등지기보다는,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지탱하는 주변을 되돌아보고 열린 마음으로 주변과 소통하는 태도. 그 어느 때보다도 갈등으로 얼룩진 지금의 사회에 가장 필요한 태도일 것이다.

김상우(의과대 의예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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