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내는 등록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누군가에게는 정해진 길을 따라 걷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출되는 비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이력서에 고려대학교라는 다섯 글자를 새기기 위해서 지불하는 비용일 수도 있다.

  대학은 어디까지나 학생들에게 교육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다. 철저하게 자본주의 논리로 바라본다면 학생은 학교라는 영리집단의 고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등록금은 학교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학생이 지불하는 대가일 뿐이다. 항상 기본이 중요하다. 언젠가부터 학교와 학생은 공급자와 소비자가 아닌 상하가 분명한 수직관계에 놓이게 되었는가?

  대가에 대한 정당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학교는 응답하지 않는다. 성과 위주의 한국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더욱 우선시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내가 어떤 교육을 받고,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가보다는 어떤 학벌을 가지고 있느냐는 그 단순한 기록이다. “고려대학교이 다섯 글자가 고려대학교가 제공하는 교육의 질보다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사회다.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간단하게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그렇지만 서열화 되어있는 한국의 대학 시장은 그럴 수 없다. 마치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졸업생의 신분을 강매하고 있는 모양새다.

  등록금 반환 분쟁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분명히 코로나19 사태는 전대미문의 사태이고 학생도, 학교도 겪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앞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쉬이 다시 겪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의 등록금 처리에 대한 법과 제도가 미비한 것은 백번 이해할 만하다. 비대면 온라인 강의는 학교 입장에서 감염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최선이었을 것이며, 개인적으로도 이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학생들에게 오프라인 수업과 같은 효용을 제공하였다면 학생들의 불만이 이렇게 터져 나왔겠는가?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등록금과 교육은 서비스와 대가이고, 대가가 선급 된 이상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학교에는 있다. 최소한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과 소통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 바람직한 학교의 자세라고 우리는 생각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 가슴을 두드릴 뿐이다.

 

허민욱(문과대 사회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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