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중 자신의 진로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청소년기를 흔히 자아 정체감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라고 한다. 그럼 청소년기가 지나면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진로에 대한 고민도 청소년보다 대학생이 좀 더 나은 상태에 있을까? 심리학자 Erikson은 인간의 발달단계를 설명하며, 정체성 대 역할 혼미라는 단계를 제시하였다. 그에 따르면 정체성 대역할 혼미는 보통 청소년기를 일컫는다. 다양한 역할 실험을 통해 정체성을 발달시키는 것이 이 단계의 과업인데, 우리는 이를 잘 수행했다고 할 수 있는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떠한가? 일반적으로는 대학생들도 정체성 대 역할 혼미의 단계에 있다고 본다. 학업과 입시 때문에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발달시킬 기회를 뒤로 미루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진로는 우리 생애의 매 순간 고민이라는 것이다. 고등학생 때는 대학을 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다. 대학생인 지금 취업만 하면 뭐든 다 해결될 것만 같지만, 먼저 취업한 선배나 교수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엇만 하면이라는 조건은 절대 우리를 만족시켜줄 수 없기 때문이다.

  진로 고민은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누가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까? 이것은 스스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교수님을 비롯한 먼저 그 길을 가본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 찾아갈 수 있는 것일까?

  대학생 중에는 이미 있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도 있다. 창업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극소수지만 창직을 꿈꾸는 사람 또한 있다. 창직을 꿈꾸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정보를 얻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대학의 진로 교육은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애초에 대학이 진로 교육을 하는 것인지, 취업교육을 하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신이 바라는 대학의 모습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이 글을 읽으며 잠시나마 돌아볼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

홍지희(사범대 가교18)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