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처럼 전문가의 재능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사고팔 수 있는 시대다. 카카오택시가 운전 서비스를 중개한다면 ‘재능아지트’,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재능마켓은 영상 편집, 컴퓨터 프로그래밍 등 전문적인 재능 거래의 장을 마련한다. 대표 재능 거래 플랫폼인 ‘크몽’과 ‘재능아지트’의 대표에게 재능시장과 프리랜서의 전망을 물었다.

박상준 재능아지트 대표
박상준 재능아지트 대표

 

‘재능아지트’ 박상준 대표 인터뷰

기업의 핵심분야만 남기고 프리랜서 활용 늘어날 것

- 코로나19 이후 프리랜서의 활동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나

  “코로나 이후 기업은 전통적인 대면 근무방식에서 재택근무 방식으로 전환하기 시작했고, 이와 별개로 n잡을 위해 프리랜서 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 인원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정리해고로 정규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프리랜서 시장 진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기업 업무시간이 단축되며 남는 시간에 추가적인 일을 하고자 재능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기업의 예산도 삭감되며 기존 IT업체에 의뢰했던 기업 내부시스템 관리 프로그램 및 홍보자료 제작을 재능마켓을 통해 프리랜서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플랫폼을 통해 프리랜서에게 업무를 맡기면 전문 업체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비슷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고, 거래 과정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즉 재능마켓을 기반으로 한 프리랜서들의 경우 온라인 작업의 편리성, 비용의 경제성, 비대면 의뢰의 측면에서 코로나로부터의 어느 정도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프리랜서시장에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는가

  “올해 상반기 대기업 공채시장을 통해서도 확인했듯이, 지난해에 비해 취업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취업의 기회조차 사라져 버린 청년 구직자들은 임시방편으로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거나, 전업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등 나름의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동시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보통 창업을 시작한다고 하면 거창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창업은 투자를 받은 뒤 어느 정도 기업의 형태를 갖춘 뒤에 시작하는 경우보다, 개인 프리랜서(개인사업자)로 시작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 개인사업자로 운영하던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 본격적인 기업의 형태를 갖추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점 구직이 어려워지는 현실 또한 프리랜서 시장과 창업 시장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사용자들이 크게 관심을 두는 분야는 무엇인가

  “최근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서 많은 관심을 얻고 있는 카테고리는 흥미롭게도 과제 컨설팅 분야다. 과제 컨설팅은 대학 리포트나, 피피티 발표 과제 등 다양한 것들을 포함한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대학에서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기 시작한 것을 그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면 비대면 강의가 이뤄지며, 대학에서는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도 온라인 발표 및 리포트 제출로 대체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리포트 첨삭, 발표 ppt 제작 등 과제 컨설팅 분야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 기업도 재능거래 마켓을 많이 이용하는 추세다. 사이트의 주 고객층이나 연령대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의 사이트 이용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나, 코로나 이전에도 기업들의 이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공기업은 기업 특성상 외주업무를 맡길 때 일반 사기업보다 내부 계약과정이 복잡한 편이다. 이에, 공기업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계약이 필요 없는 재능 마켓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이러한 불편한 과정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중소기업, 대기업들의 활용도 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벤처기업이 특히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초기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벤처기업의 경우 기업 로고나 명함, 홍보자료 및 홈페이지 제작 등의 작업을 재능 마켓을 통해 합리적인 비용으로 의뢰하는 경향이 높다. 비용적인 측면과 아울러, 작업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다. 전 연령대에서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그중 30대에서 50대의 증가 폭이 특히 컸다. 기업의 경우 기업 내 의사결정권자의 연령이 30대에서 50대 사이인 것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 앞으로 재능을 사고파는 프리랜서형 업무의 전망은 어떠할 것으로 예상하는가

  “장기적으로 볼 때 정규직은 점차 줄어들 것이며, 비정규직 프리랜서들은 꾸준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기업의 핵심 사업 분야만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나머지 부차적인 사업영역은 전문 업체들에 외주를 맡기거나 프리랜서에게 의뢰하는 경우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즉 프리랜서 재능 거래 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계속해서 성장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해당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에게는 좋은 기회이지만, 규모가 커진다고 해당 시장의 모든 인력이 골고루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장의 성숙기가 도래하면, 재능시장을 통해 일을 얻는 프리랜서들이 무한경쟁 시장에 내몰릴 위험이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시장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해서는 꾸준한 자기계발을 하며, 온라인상의 판매경로를 꾸준하게 찾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박현호 크몽 대표
박현호 크몽 대표

‘크몽’ 박현호 대표 인터뷰

플랫폼의 자체 노력과 동시에 사회안전망 강화해야

- 처음 프리랜서 재능마켓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대부터 다양한 플랫폼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P2P 게임 아이템 거래사이트, 중고 물품 판매 사이트, 수공예 마켓 플레이스, 맛집 리뷰 사이트 등 다양한 플랫폼들을 시도해봤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때 당시 외국에서는 우버로 대표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개념이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이와 관련해서 알아보던 중 이스라엘 스타트업 업체인 파이버(Fiverr)5달러에 심부름, 디자인, 문서번역 등의 재능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한국에서도 재능마켓이라는 아이템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크몽을 만들게 됐다.

  사실 처음 크몽 사이트를 만들었을 때,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긱 이코노미에 대한 인식이 다소 부정적이었다. 긱 이코노미를 바탕으로 일하는 프리랜서의 특성상 수입도 일정하지 않고, 프리랜서들이 일거리를 얻기 위해서는 인맥을 활용해야만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프리랜서 재능마켓의 도입으로 인맥 없이도 충분히 다양한 분야의 일거리를 구할 수 있게끔 상황이 바뀌고 있다.”

- 최근 코로나19로 업무환경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문화가 확산하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전통적인 사회구조의 혁신을 의미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본다. 수년 전부터 지속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해 프리랜서 수요가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 같다.

  기업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신규채용 대신 단기적으로 외부인력을 도입하고, 재택근무로 시간이 많아진 직장인들은 새로운 수익창출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실제 크몽은 20203월 기준, 전년도 대비 신규 서비스 등록 수는 300% 이상 증가했으며, 비즈니스 영역은 그 중 98%를 차지했다. 이전에는 필요한 인력이 있을 때 신규채용이 일반적이었다면, 요즘은 전 산업군에 걸쳐 유연한 접근을 선호하는 추세다. , 기업 전반적으로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2~3개월 내 단기로 일을 끝내줄 전문가의 서비스를 구매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 기존 프리랜서 시장과 비교했을 때, IT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프리랜서 시장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나

  “프리랜서 재능마켓 플랫폼은 프리랜서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다. 과거의 프리랜서들은 일거리를 얻기 위해 인맥이나 커뮤니티를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거래 이후 세금계산서 처리 등 복잡한 절차를 프리랜서 혼자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플랫폼 내에서 자신의 전문분야를 손쉽게 등록하고, 결제를 비롯한 기타 자잘한 업무들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또한, 프리랜서 재능마켓의 영향으로 기업이 외주를 의뢰할 때 이전과 달리 다양한 선택지를 바탕으로 견적을 비교하는 과정도 편리해졌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여러 에이전시를 직접 수소문해 알아보고, 문의를 통해 견적을 받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했다. 반면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사이트 내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편리하게 비교 견적을 받을 수 있다. 또한 플랫폼에서 서비스의 품질과 전문가의 역량을 판단할 시스템을 구매자들에게 제공하며 더욱 믿을 수 있는 거래를 하게 된 것 같다.”

-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의 법적 안전망 측면에서 국내나 해외 상황은 어떤가

  “올해 1월부터 미국은 우버, 리프트와 같은 대표적인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안인 AB5(Assembly Bill 5)을 시행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긱 이코노미가 더 이상 트렌드가 아닌, 확고한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도 여러 프리랜서 재능마켓 등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노동자의 수가 늘며 플랫폼이 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도울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플랫폼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법적으로도 플랫폼의 노력을 뒷받침하도록 사회안전망을 강화해 긱 이코노미 종사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 긱 이코노미의 확산이 바꿀 사회의 모습을 예측한다면

  “이제는 프리랜서라는 개념을 넘어 더욱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는 환경을 의미하는 인디펜던트 워커의 시대가 올 것이다. 어딘가에 소속될 수도 있고, 소속이 없이 독립적으로도 활동할 수 있으며 원하는 때,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글 | 조영윤 기자 dreamcity@

사진제공 | 재능아지트·크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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