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혁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우주시장은 아직 도입기지만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최기혁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우주시장은 아직 도입기지만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올해 5,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는 민간 우주기업 최초로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다. 민간기업이 적극적으로 우주를 개척하는 뉴스페이스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의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한국의 민간 우주산업은 어느 단계에 와 있을까. 4,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최기혁 책임 연구원을 만나 한국 민간 우주시장의 현황을 물었다.

- 한국 민간 우주시장은 어떤 궤도에 있나요

  “미국에 비해 걸음마 단계인 건 사실입니다. 한국 우주시장에서 민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해요. 한국의 우주시장 규모는 1,2조 정도 되는데 그것도 다 정부가 투자한 예산입니다. 민간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회사들이 어떤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수요를 제기해야 해요. 그러나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도 한국 우주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진 않습니다. 사실상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가 민간 우주시장 분야에서 초기 단계에 놓여있기 때문이죠.”

  우주강국 미국은 민간 우주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잘 갖추고 있다. 민간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하면 법적으로 보호해줄 뿐만 아니라, 그 기술로 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 “미국은 정부가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도전할만한 유인책을 제공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면 정부나 시장에서 수요가 있을 거라는 믿음을 주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민간 우주산업 진흥책은 다른 방식을 꾀해야 한다고 최기혁 연구원은 말했다. 사업 환경 및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의 선제적·적극적인 지원이다. “처음엔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장을 개척해야 합니다. 한국의 우주시장은 전 세계 우주시장의 1% 미만 정도를 차지할 만큼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가 우선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이전하는 등 민간기업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합니다.”

- 민간기업이 뛰어들만한 새로운 우주산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주시장이라고 하면 다들 로켓과 위성만 떠올리는데, 사실 우주의 무중력이라는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무게의 차이가 없습니다. 냉장고와 휴지의 무게가 같아지는 거죠. 이렇게 되면 지구에서 절대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이 섞입니다. 화학반응 또한 보다 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다면 지구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신기술이 개발될 수 있죠. 예를 들자면 광섬유가 있습니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초고속 통신망은 모두 광섬유입니다. 광섬유를 지구에서 만들면 어쩔 수 없이 작은 기포가 생기지만, 우주에서는 기포 없는 광섬유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아주 고성능의 광섬유를 만들 수 있는 거죠.

  다만 우주산업도 결국은 돈을 벌어야하므로 경제성이 관건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해당 기술로 돈을 벌 수 있는지의 여부를 말하는 겁니다. 광섬유는 경제성 측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산업입니다. 1kg의 광섬유를 우주에 가져가서 다시 가지고 내려오는 데에는 2억 원이 듭니다. 그렇다면 1kg의 광섬유의 단가가 2억 원 이상일 때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있겠죠. 실제 우주에서 만든 광섬유는 10억 원 정도의 가치를 지닌다고 합니다.”

- 우주 관광이 활성화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영국 기업 버진갤럭틱(virgin galactic)이 올해 가을부터 우주관광 상품을 판매한다고 했는데, 조금 늦어질 듯합니다. 해당 기업의 모회사가 코로나 사태로 재정난을 겪고 있어서요. 그래도 1, 2년 사이엔 우주관광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여요. 가격은 1억 원 정도로 예상합니다. 우주 관광은 실제 우리가 여행이라고 통칭하는 단계까지 발전할 겁니다. 우주에 올라가 두 시간 정도 구경하고 내려오는 정도의 준궤도 비행에서 10년 후에는 지구의 궤도를 아예 뱅글뱅글 도는 궤도 비행까지 가능해지겠죠. 그 가격 또한 수요가 늘어난다면 더욱 저렴해질 겁니다.

  다만 우주 관광에서 극복해야 할 부분은 무중력 상태에서의 신체 변화입니다. 중력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몸의 뼈와 근육은 약해집니다. 우주에 1년 정도 머물게 되면 뼈와 근육의 손실이 10퍼센트, 많게는 20퍼센트까지 이뤄집니다. 그럼 골절의 위험이 있겠죠. 2주 정도의 단기 여행은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 여행은 해당 치료제가 나오지 않는 이상 어렵겠죠.”

- 민간 우주산업이 성장한다면 어떤 변화를 체감할까요

  “일자리가 늘어날 겁니다. 우주선은 모두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져요. 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자동화가 될 수 없어요. 그렇기에 우주선의 매출이 두 배로 늘면 인력도 두 배로 필요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신산업의 등장도 일자리를 증가시키겠죠.

  이과생 뿐 아니라 문과생의 일자리도 늘어날 거예요. 우주는 국제협력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주 시장은 워낙 광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기술은 개발하고, 나머지는 기술을 수입하거나 협력을 하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외국어 관련 직업도 그 수요가 늘어나겠죠.

  또한 우주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전략을 만드는 직업군 또한 많이 요구될 겁니다. ‘에어버스 A380’의 경우 시장조사를 잘못해서 실패한 대표적 사례입니다. A380 여객기는 초대형 2층 여객기로 그 크기가 너무 커서 작은 공항에는 착륙하지 못했죠. A380으로 소도시를 가려면 중간에 소형 비행기로 한 번 갈아타야했습니다. 이러한 비효율성 때문에 결국 A380은 개발된 지 10년 만에 단종됐습니다. 이처럼 외국의 지리나 시장을 조사해서 정책을 수립하는 일자리도 늘어날 겁니다.”

- 민간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요

  “먼저 우주와 관련된 법을 한국 현실에 맞춰 섬세하고 정교하게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추후 민간산업의 성장을 포괄하도록 법과 정책도 바뀌어야 합니다. 또 국가 예산을 재분배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상당 부분 발전된 기술은 민간 산업체에 이전을 해주고, 국가에서는 아직 발전이 되지 않은 기술 개발에 몰두해야 합니다. 미국의 나사(NASA)처럼 말이죠. 미국은 민간기업과 나사의 역할을 적절히 분배했어요. 지구 저궤도에 나아가는 기술은 이미 발전이 됐으니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기업에 넘기고 나사는 화성이나 심우주 탐사에 집중하는거죠.

  무엇보다도 민간 우주시장의 발전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정부의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최 연구원은 말했다. 마중물 프로젝트의 사례로, 최 연구원이 책임자를 맡았던 초소형 위성 경연대회가 있다. 대학생들이 직접 위성을 만들어보고 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정책으로 2012년부터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습니다. 대회 참가한 학생 중에는 평생 우주엔지니어로 살겠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실제 졸업 후 항우연의 연구원이 되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우주 벤처 기업을 설립하더군요. 이처럼 젊은 인재들을 우주 시장에 끌어들이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수있습니다.

  몇 십억, 몇 백억의 돈을 5년에서 10년 정도 정부가 민간 기업에 대폭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예 처음부터 민간기업이 다 알아서 하라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성공할 가능성보다 높아집니다.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개인 투자자들도 한국의 우주산업에 투자하기 어려워지죠. 10년 정도만 지원해주면 민간기업도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주인을 배출하는 사업부터 달 탐사까지, 항우연에서 한국의 우주시장 발전에 힘쓰고 있는 최기혁 연구원은 무엇보다 유인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민간기업과 젊은 인재가 우주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느낄 때, 그 성장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질 것입니다.”

이승은기자 likeme@

사진박소정기자 choco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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