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단지, 최대한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미래에 관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미래가 현재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미래를 현재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미래학자들이 저술한 미래예측서들은 미래의 실제 모습보다는 그 책이 집필될 당시의 현재 모습을 더 잘 드러내 주는 경향이 있다. 역사적으로 비행기, 텔레비전, 전자레인지, 심장이식 수술 등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과학자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이것을 ‘클라크(Clarke) 제 1법칙’이라고 한다. 그 법칙에 따르면, 어떤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대답하면 그것은 대체로 사실이지만,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미래를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전망(prospection)의 기술’이 필수적이다. 심리학에서는 과거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기억’이라고 하고, 현재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지각(知覺)’이라고 하며, 미래 사건에 대한 정신적 표상을 ‘전망’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망의 기술은 미래의 삶에 적응적으로 대처하는 데 꼭 필요한 삶의 기술에 해당된다.
기본적으로 전망의 기술은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야 하는 상황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리고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할 수 없는 것’ 등을 지혜롭게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다만, 이처럼 미래를 전망하는 것이 반드시 신기에 가까운 혜안으로 미래를 꿰뚫어보는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 전망의 기술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누구든지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미래의 일들에 대해 ‘정서적인 예측’을 실감나게 할 줄 아는 것을 뜻한다.
하버드(Harvard) 대학 졸업생들의 삶을 70년 이상 추적 조사한 그랜트 스터디(Grant Study)의 연구책임자인 조지 베일런트(George E. Vaillant) 교수는 전망의 기술이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데 중요한 비결 중 하나라고 제안하였다. 그에 따르면, 연구 참여자들 중에는 전망의 기술이 뛰어난 사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연구참여자들 중 전망의 기술이 뛰어났던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자신의 일을 좋아했고 적응에 심각한 문제를 나타낸 적이 없었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망의 기술에서 필수적인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믿음(faith)’이다. 믿음은 ‘신념(belief)’과는 다르다. 신념은 인지(認知)에 속하지만 믿음은 정서(情緖)에 해당된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단순히 봄에 대해 알고 있거나 봄을 그저 기다리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Bill Evans)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봄을 믿어야만 한다!
다만, 우리가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전망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전망은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일을 추론해내는 ‘예측’과는 다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어느 투자자가 자신이 고른 주식이 오를지 여부를 추측하는 것은 전망과는 관계가 없다.
전망은 낙관성과도 다르다. 낙관성은 경험적인 데이터에 기초해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을 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에 전망은 경험적인 데이터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 혹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가 없는 불확실한 상황 하에서도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믿음을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또 전망은 낙천성과도 다르다. 낙천성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을 뜻한다. 반면에, 전망은 낙관성처럼 배워야만 터득할 수 있는 삶의 지혜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에 따르면, “인생에는 두 가지 비극이 있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얻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의 비극은 사람들이 결코 얻지 못할 것들을 간절하게 바라거나 결국에 가서는 자신에게 별로 쓸모없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대상들에 집착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이러한 비극에 대한 위험성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바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전망의 지혜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