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수 의과대 교수·의학과

  코로나(COVID-19) 감염병 시대가 지속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중요해졌다. 2020년 봄부터 지금까지 전세계를 좌우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많은 일상생활의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부분의 강의와 회의는 온라인으로 한다. 집에 가면 일단 샤워부터 하라고 한다. 평소엔 보기 힘든 청소년과 대학생 자녀가 부모와 만나는 시간은 아무래도 지나치게 길어진 것 같다. 주말엔 극장이나 주변 서점에라도 가야겠는데 영 마땅치가 않다. 언택트 상황을 이유로 직장과 학교, 정부에서 보내는 메시지는 지나칠 정도로 많아졌다.

  코로나블루(corona blue)라는 말은 일상생활 습관이 변화될 수밖에 없으면서 받는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우울감과 짜증, 예민함이 증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마치 아기 출산 이후에 외출하지 못하고 음식도 가려야 하며, 24시간 아기를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느끼는 산후우울감(postpartum blue)과도 사뭇 비슷하다.

  특히 스트레스를 더 받는 사람들도 있다. 복지회관과 경로당에서 친구들과 교류하며 마음을 다스리던 노인들이 혼자서 우두커니 집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요양원 등에 입소한 노인들은 그나마 가끔 오던 가족들도 만나지 못하면서 치매 증상이나 우울, 불안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경제 악화로 취업기회가 줄어든 취준생들은 미래가 예상되지 않음으로 인한 불안 증상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지만, 자녀들이 집에서만 있음으로 인한 가사노동과 온 가족의 감정을 받아내야 하는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OO블루수준을 넘어서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울분장애 진단기준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의 학술단체인 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마음건강지침을 제시한다. 첫째, 불안함이라는 감정은 지금 상황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둘째, 뉴스에 집착하지 말고 필요한 정보만 보라. 셋째, 내 몸과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습관을 들이고, 네 번째는 미래의 불확실함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능한 수준에서 지인들과의 소통을 유지하고, 내 주변의 지인들도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이해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말은 쉽지만, 개인마다 이를 지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가벼운 수준의 스트레스가 짧은 기간 지나간다면 내 몸은 금방 회복된다. 개인별로 다른 신체적 건강상태와 성격 등으로 이루어진 심리적 회복력 또는 신경탄력성 수준에 따라 상처 입는 정도가 다르다. 어떤 사람에게는 마음의 가벼운 스크래치 정도로 흔적 없이 지나가지만, 어떤 이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서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기도 한다. 만성 스트레스나 트라우마는 기억과 감정을 다스리는 해마와 변연계의 신경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감정이 채색된 기억은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남게 되고, 몸과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울분(鬱憤, embitterment)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을 다스리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울분이라는 개념은 통일독일 이후에 동독 근로자들에게서 주로 발생하면서 의학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감정이다.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뭔가 믿을 수 없는 공공기관과 사회적 불균형과 불공정함을 느끼고, 반복적으로 불신을 경험한 사람들에게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실망을 느끼고, 내가 왠지 피해자가 된 느낌을 받으며, 화가 나지만 어쩔 도리가 없음을 느낀다면 당신이 지금 울분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감정이 만성화될 때이다. 켜켜이 쌓인 울분은 외부로 폭발해서 묻지마 폭력이나 방화같은 일로 나타날 수 있다. 이건 사회적 울분 현상이다. 또는 내부로 터져서 심각한 우울증이나 더한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다 통하는 마음다스림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 독서, 영화 등에서 위로를 얻기도 하고, 격렬한 운동을 해야 마음이 풀리는 사람도 있다. 나만의 방법을 찾아보자.

  혼자 지금의 상황을 견뎌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주변에 믿을만한 인간관계가 있는지부터 체크해야 한다. 나를 지적하고 잔소리하기보다 먼저 나를 챙겨주고 내 편이 되어주는 사람이면 더 좋겠다.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적인 삶을 살고 싶진 않지만, 적어도 내가 그들에게 해준 것만큼 나도 대우를 받으면서 살고 있는 건지 확인도 해보자. 소위 나의 사회적 자본을 잘 확인하면서 내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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